공공예술은 '가족 공동체'를 생각하듯
공공예술은 '가족 공동체'를 생각하듯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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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일 광주광역시 동구청에서 진행된 금남로 조각거리에 관한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이미 그 토론 내용 안에 새로운 가능성과 해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홍보와 관심부족으로 청중들은 별로 없었지만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매우 진지하였고, 그 내용이 대단히 실천적이었다.


이번 비엔날레의 프로젝트4를 기획한 건축가 정기용씨는 비움의 해석과 다양한 여러 사례를 소개하였고, 특히 도시와 공공미술에 대해 발표한 박찬국씨는 금남로가 역사성을 지닌 곳이기 때문에 단순한 조각거리로 접근하기에는 매우 부담스럽다고 돌출 발언하기도 하였다.


조각가 신옥주씨는 조각가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럽다고 하였고, 설치된 조각들이 전체적인 기획 부재로 장소성을 찾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문화인류학자 김명혜씨는 비좁은 금남로에 놓여진 조각들을 일일이 배회하며 그 곳에서 체험했던 여러 문제들을 애정어리고 상세하게 지적하였다.


이 때늦은 토론 안에서 너무도 좋은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었지만, 동구청 관계자의 책임있는 답변과 그 실천은 기대할 수 없었다. 얼마 전 후배인 조각가 이용덕(서울대 교수, 선정작가이지만 본인은 자신의 작품이 금남로 조각의 거리에 설치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함)씨와 금남로의 조각 주변을 거닐었고, 그 토론에서 지적된 여러 문제를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후 '금남로 조각의 거리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여러 기사와 함께 '민주의 종' 건립 계획을 지면을 통해 보았을 때 그 토론에서의 한 가닥의 희망은 무참히 사그라지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민선 구청장과 민선 시장 아래서 이런 비민주적인 일이 민주토론의 장소였던 금남로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충분한 토론과 절차를 거쳤다면 과연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물론 동구청 관계자는 저명한 전문가(나는 자나깨나 그 분야에 대해 생각하고 바라보는 사람이면 모두 전문가라고 인정함.)의 자문을 거쳤다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물건(?)을 선택하며 배치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가정에서 물건을 구입·배치할 때 식구들의 개인적인 성향과 의견을 충분히 모은 후 결정하는 것이 상식이고, 그러한 물건이 기대이상으로 우리들의 관계를 새롭게 형성시키는 것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있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식구의 누구에게는 하찮은 물건을 넘어 그 선택자에 대한 불신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더욱이 금남로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공공의 목적으로 미술품이나 '민주의 종'을 놓을 때 이러한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접근방식은 예외가 아닐 것이고, 특히 이미 결정이 되어진 공공의 장소성과 모든 이들의 기억은 더욱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충분하면서도 솔직한 토론과 절차가 요구되는 것이고, 지난 번 금남로 조각거리에 관한 토론회 자체에서 그러한 희망과 가능성 및 해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금남로의 현재는 상업화된 도시의 모습으로 번잡해지고 있고, 특히 80년 이후에 출생한 젊은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그 곳에서 배회하는 모습을 볼 때 금남로를 기억하는 사람은 마음이 아프다. 이곳이 민주를 위해 수많은 의인들이 피를 흘렸던 곳인가? 금남로는 80년 5월 18일을 기억하는 한국사람들에게 적잖은 부담과 함께 자긍심을 갖게 하는 장소이다.


그리고 여타 도시의 무슨 거리는 몰라도 광주의 금남로는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번 문제들에 대해 그 의미를 바로잡고자 진정으로 나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금남로에서 진정한 '민주의 실천'을 통해 어느 지역에서도 맛보지 못한 살아있는 창조물의 실현을 꿈꾸는 것이고, 우리 자식들에게 일상 속에서 교육의 장으로 자랑스럽게 남기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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