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호남 선비, 시조문학의 최고봉 고산 윤선도(1)
길 위의 호남 선비, 시조문학의 최고봉 고산 윤선도(1)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8.02.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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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의 ‘고산 윤선도 오우가비’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를 간다. 마로니에 공원의 ‘고산 윤선도 오우가 비’ 앞에서 10명이 넘은 여학생들이 오우가 공부를 하고 있다. 인솔자 선생은 비 옆의 안내판을 보면서 고산 윤선도(1587~1672)의 생애를 설명한다. 시조문학의 대가인 윤선도는 유배와 은둔의 선비였음을 이야기 한다.

고산 윤선도 오우가비 앞에서 ‘오우가’를 공부하는 학생들
고산 윤선도 오우가비 앞에서 ‘오우가’를 공부하는 학생들

이들이 떠난 뒤에 ‘고산 윤선도 오우가 비’를 자세히 본다. 앞면에는 오우가가, 옆면에는 ‘고산 윤선도 생가의 터’라고 적혀 있다. 뒷면을 보니 ‘1587년(선조 20년) 서울 낙산 서편 연화방에서 태어난 고산 윤선도는 우리나라 시조문학의 거성으로 그의 오우가를 이 작은 돌에 새겨 옛 집터 언저리에 세운다. 1991년 12월 21일 문화부’라고 적혀있다.

비(碑) 옆에는 ‘오우가 비 안내판’이 있다. 이를 읽는다.

 

오우가 (五友歌)

 

내 벗이 몇 인고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떠오르니 그것이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 하리.

 

구름 빛이 좋다하나 검기를 자주한다.

바람 소리 맑다하나 그칠 때가 많은지라

좋고도 그칠 때가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

풀은 어찌하여 푸르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 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소나무야 너는 어찌하여 눈과 서리를 모르느냐

땅속 깊이 뿌리가 곧을 줄을 그것으로 아노라.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켰으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러고 사철을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비추니

밤중에 밝은 빛이 너 만한 것 또 있겠는가.

보고도 말이 없으니 내 벗인가 하노라

 

고산 윤선도 오우가 비
고산 윤선도 오우가 비

"시조(時調)는 조선의 전통 시입니다. 윤선도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시조시인입니다. 그는 서기 1587년 이 근처 이화동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문학은 물론 정치와 행정 방면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불행히도 그 재능을 펼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가 속한 정치집단 ‘남인’은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서인’에게 늘 밀리고 있었습니다. 특히 윤선도는 할 말은 꼭 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서인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20년간은 귀양생활을 해야 했고 19년간은 벼슬을 내놓고 자연 속에서 살았습니다. 비록 정치 분야에서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대신 그의 집안은 詩, 書, 畵(시,서,화)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 조선의 예술을 발전시켰습니다.

<오우가(五友歌 : 다섯 명의 친구에게 노래하다)>는 윤선도의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윤선도의 생애를 담백하게 잘 정리한 글이다. 이 안내판에 의거하여 부연 설명을 해 보자.

먼저 윤선도는 시조문학의 최고봉이다. ‘오우가’는 ‘어부사시사’와 더불어 국문시조의 백미이다.1)

다음으로 윤선도는 1587년에 서울 동부 연화방(蓮花坊)에서 태어났다. 지금의 종로구 연지동(蓮池洞)이다. 연화방(蓮花坊)은 한성부 동부 7방 중의 하나로서, 이곳에 ‘연지(蓮池)’가 있었단다.2)

한편, 윤선도의 생애는 연꽃과 인연이 깊다. 태어난 곳이 연화방이고, 살았던 곳인 해남 녹우당도 주소가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蓮洞里)이며, 완도 보길도의 지명 또한 부용동(芙蓉洞)이다.

연은 진흙 속에서 살면서도 청정을 잃지 않고 꽃을 피운다. 불교에서는 부처나 보살이 연꽃 위에 앉는다. 유학에서도 연꽃은 군자의 꽃이라 했다. 송나라의 학자 주돈이(1017~1073)는 그의 시 「애련설(愛蓮說)」에서 연꽃을 군자의 꽃이라 하여, 연꽃처럼 고결한 선비의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표현했다.

주돈이의 「애련설」 일부를 읽어보자.

나는 홀로 연꽃이 진흙탕에서 피어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출렁이는 물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으며, 속은 비었으되 겉은 곧고, 덩굴지지도 않고 가지를 치지도 않으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아지고, 우뚝하여 조촐하게 서 있으며, 멀리서 바라보기 알맞되 가까이 두고 함부로 바라볼 수 없음을 사랑하노라.

내 이르노니, 국화는 꽃 가운데 은일하는 자요, 모란은 꽃 가운데 부귀한 자이며, 연꽃은 꽃 가운데 군자라 하겠다.

1) 심지어 2002년에 북한에서 발간한 『조선의 력사인물 2』란 책에서도 ‘국문시조의 경지를 개척한 윤선도’라고 소개하고 있다.

2) 흔히 윤선도는 해남에서 태어났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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