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귀(倀鬼) 소동이 볼만하다(1)
창귀(倀鬼) 소동이 볼만하다(1)
  • 이홍길 고문
  • 승인 2018.01.2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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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길 고문
이홍길 고문

얼마 전 어느 스님이 시사강론을 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역행보살’일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하였다. 공덕을 쌓고 또 쌓아서 은혜가 많은 사람들에게 미칠 때 보살 운운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왔던 필자에게 ‘언감생심’하는 의외감이 없지 않았다. 통상 우리들이 이해하는 그냥 보살이 아니라 역행보살은 나쁜 일을 많이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적폐청산의 큰 결실의 계기를 만든 사람에게 바치는 헌사였다.

그의 아버지처럼 고문, 학살, 배신의 악행으로 피비린내를 풍긴 것도 아니면서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헌정유린을 청와대에서 조용히 수행한 그녀의 기량과 태도는 역행보살행에 충분히 합당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그녀의 보살행에 우리들은 대한민국이 아직 민주공화국임을 실감하고 촛불을 들고 똘똘 뭉쳐 적폐청산에 나섰던 것이다. 역행임에도 불구하고 내 몸 죽여 보살행을 이룩한 고마움은 우리 모두가 영세불망할 일임을 거듭 천명하고 싶다.

보살행의 감명이 가시기도 전에 호랑이에 잡혀죽은 창귀(倀鬼)들의 연희를 보자면 기막히고 사설을 듣자니 요절복통이다, 창귀는 악인을 도와 끄나풀 밀정역할을 하여 여러 사람을 사단에 휘말리게 하는 인물을 말하는데, MB 적폐청산이 수면에 떠오르면서 그 연희와 타령이 자못 기대된다.

MB 측근들의 범죄행위가 속속 드러나면서 창귀를 조종하는 호랑이 두목이 점차 위기에 노출되자 비리수사를 정치보복으로 둔갑시켜 여기저기에 은신하고 있던 창귀들이 떼 몰려 나와 정치보복 여론전을 획책하고 있는데, 그 또한 호랑이 두목의 관심과 은고로 이루어진 보은의 노예활동인 성 싶다. 정부를 모욕하고 사법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질타 당하더라도 마이동풍이고 우이독경이다. 그래도 사필귀정으로 사실에 승복해야함을 일깨워줘도 소용없다. 그들에게 적폐는 그들의 거짓 애국심이 약동하는 이 나라의 생명줄 이었고 경륜이 살아 숨 쉬는 기득권의 바벨탑이었다. 부패는 근대화의 윤활유였고. “우리가 남이가”하면서 주고받는 뇌물은 인지상정으로 문화인들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국가와 사회는 문화인들에 의해서 발전되어야 했다. 잘못된 현실과 방향을 잡지 못한 공동체는 미망 속에 우리들을 헤매게 한다.

수천 년 다져온 가치들은 추악한 현실과 만나자 그 광채를 잃어버린다.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는데 늦여름 매미처럼, 초가을 귀뚜라미처럼 정의, 양심, 인권만을 외치면서 우리의 시간을 허송할 수 없다는 현실 승복감에 현실에 투항하고 자조감마저 감추어버렸던 사람들, 그리고 그 시간들. 필자는 학생운동이 치열하던 시기에 소위 과격학생들을 설득하려했던 곤혹스러운 기억이 있다.

학생운동은 희생을 치를 위험이 있어 우리의 현실을 개선하고 보편가치를 제고하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의 결과는 생명까지를 포함해서 모든 것을 극한의 위험 앞에 노출시키는 것이었다. 부형의 걱정, 지인들의 우려를 넘어야하는데도 운동행위는 어떤 반대급부도 보장받지 못한다. 부형으로, 지인으로서의 실존적 고민은 국가와 사회를 유기체로 상정하여 발상하는데, 심장은 생명의 원천으로 그 심장이 본디 근육이 아닌 덧살로 쌓여있다고 할 때 당위는 덧살을 제거하는 것이지만 덧살 제거는 사망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덧살 제거수술만을 고집할 수 없었음을 실토한 경험이 있다. 현실은 국기를 흔들지 않고는 근본적 개혁이 불가능 한 것으로 보였다.

적폐세력은 그 적폐를 쌓는 동안 세속적 힘을 비축하고, 그 힘은 기득권을 유지하고 지탱하는 원천이자 그 집단들의 호신부이다. 경쟁자, 도전집단을 압도할 수 있는 준비된 수단과 무기가 찬란했다. 국보법뿐만 아니라 용공, 좌익, 종북, 친북 등 관세음보살이 손오공을 꼼짝 못하게 제압했던 머리테도 있었다. 이러한 머리테는 시간과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2009년에 출판된 ‘억지와 위선’이라는 7명의 집필자가 좌파인물 15인의 사상과 활동을 억지와 위선의 태도로 모함하는 글을 읽는다. 15인은 한국이 자랑하는 지식인으로 리영희, 백낙청, 변형윤, 박원순, 한홍구, 서중석, 유시민, 진중권, 김용옥, 장하준, 신해철, 박하춘, 최 열, 송두율, 윤이상 등이다. 물론 모든 지식인들이 현실의 모순을 들춰내서 민주와 자유의 지평을 확장시키는데 앞장설 수는 없어도 그러한 역할을 자임하는 사람들을 폄하하고 모함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현실을 비판하고 이승만, 박정희, 이명박, 박근혜를 비판하는 것이 좌파인물의 징표가 된다면 프랑스혁명 이후의 자유, 평등, 박애의 주창자 모두가 좌파인물이 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은 좌경국가가 되어버린다. 가공할 문화적 음모다.

민주주의도 보통의 삶과 마찬가지로 성찰과 반성으로 그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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