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멋을 찾아서(40) 국가중요 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장 김춘식
남도의 멋을 찾아서(40) 국가중요 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장 김춘식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8.01.10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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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나주반’의 매력
견고하고 튼튼한 짜임으로 소반 중의 으뜸

오랜 세월을 유교문화와 좌식문화로 지내온 우리 민족은 밥상머리 교육을 중요하게 여겼다.

수백 년 전부터 좌식문화로 지낸 우리 민족은 식사 때 밥상에서 자녀교육이 이루어졌다. 소반은 우리의 예절과 전통을 담고 있는 하나의 문화였다.

소반(小盤)이 가진 의미는 좌식문화에서 찾을 수 있었다. 60여 년 동안 나주반을 만들어온 김춘식(83) 장인은 ‘밥상머리 교육’이 어떤 의미인지 짚어볼 때라고 말한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 나주반 전수교육관에서 김춘식 장인을 만나 소반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춘식 장인은 “요즘 아이들이 받는 교육은 대학을 들어갈 교육이지 평생을 써먹을 수 있는 밥상머리 인성교육은 못 받는 것 같다”며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밥상머리 교육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우리나라 문화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주반, 통영반, 해주반 등은 지역별 소반 대표

나주 소반은 예부터 해주반, 통영반과 함께 한국의 3대 소반의 하나로 꼽힌다. 소반제작은 대체로 소규모 가내수공업이었기 때문에 각 지방마다 전통적인 형태가 있었다.

황해도 해주반은 다리에 다양한 조각을 내며, 경남 통영반은 나전 등을 붙여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나주반은 화려한 조각이나 장식이 없어 가장 소박하고 단출해 보이지만, 가장 튼튼하고 견고함이 으뜸이었다. 나주를 중심으로 인근에 질 좋은 나무가 많았기 때문이다.

소반은 소반으로서 가치가 있어야 한다. 나주소반이 가치가 큰 이유는 가장 소박하기 때문이다. 그는 “소반은 삼시세끼에 식사 전과 후 한 번씩 닦기 때문에 하루에 6번 닦아야 한다”며 “손님이 오면 10번도 더 닦게 되는데 행주질을 하기에 용이해야 하고 단조로워야 오물을 닦기 쉽다”고 나주반의 편리함을 강조했다.

나주 소반의 재료는 주로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이 사용되며, 느티나무 통판일수록 더욱 좋은 재료가 된다. 다리와 운각은 단단하고 강하면서 잘 휘어지는 조선 소나무와 버드나무를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소반이 나주반, 해주반, 통영반으로 나뉘게 된 것에 대해 김 장인은 “소반이 처음 등장한 것은 삼국시대부터 쓰인 것이다”며 “나주, 해주, 통영으로 대표소반이 나뉘게 된 것은 바로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에 해당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좌식 문화로 집집마다 있었던 소반

소반은 손님을 대접할 때 혹은 돌상, 삼신상, 첫날밤의 합환상, 술상, 다과상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기 때문에 집집마다 종류별로 몇 개씩 지니고 있었던 필수품이었다.

김춘식 장인은 19세의 나이에 삼종형인 김락연의 밑에서 목수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6.25전쟁 이후 먹고 살기 위해 기술을 배웠던 그는 군 입대 전까지 나주반과 전통목물을 만들었던 장인태에게 나주반 제작 기법을 배웠다.

이후 영산포에서 나주반을 만드는 작업을 이어왔고, 이론적인 자료가 전무후무한 상태에서 그는 연구를 하기 시작해 1977년 광주학생회관에서 20여년에 걸쳐 다듬어온 나주반 전통 계승 작업의 결과를 전시해 나주반의 명성을 널리 알렸다.

김 장인은 “사라져가는 전통공예기법을 손수 다듬고 복원하느라 엄청난 고생을 했다”며 “힘든 길인 것을 알기 때문에 아들이 하겠다는 것을 반대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나주반의 전통을 이어가는데 함께하고 있어 다행이다”고 털어놨다.

60여 년간 나주반과 함께 해온 김춘식 장인은 1986년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4호 나주반장으로 지정되었고, 지난 2014년 국가중요 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장 기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상은 우리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삼신상부터 돌상, 사후에 제사상까지 사람의 일생과 함께 한다.

김춘식 장인은 “집안에 손님이 오게 되면 반드시 상을 내왔기 때문에 상 예절이 있다”며 “옛날에는 시어머니가 규수 며느리 시험을 볼 때 상을 닦는 것부터 살펴보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10단계 과정 통해 60일 만에 만들어져

나주소반을 만드는 공정은 10단계로 나뉜다. 먼저 은행나무판에 본을 대고 밑그림을 그린 후 재단해 상판을 제작한다. 다음으로는 상판의 휘어짐과 갈라짐을 보완하는 테두리부분 변죽을 제작한다. 이때 상판과 끼워 맞출 홈을 주의해서 파낸다.

상판 가장자리의 촉을 따라 변죽을 돌려서 끼워 맞춘 다음에 대못을 쳐서 천판을 완성시킨다. 음식을 올려놓는 부분이 천판이다. 다음은 칼로 운각을 조각해 만들어진 상판에 운각을 고정시킨다. 이 과정에서 대나무 못을 사용하고 쇠못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다음은 상을 세울 다리를 대패로 깎아 만들고, 상판에 고정시킨 운각에 다리를 세운다. 상다리와 다리 사이의 수평이 맞는지 잡아줄 족대를 연결시키고, 가락지를 만들어 상 사면을 둘러주면 완성된다.

이후 소반에 옻칠을 7~8회 정도 반복해 칠 작업 과정이 끝나면 나주반이 비로소 완성된다. 이 모든 과정에 약 60일 가량이 걸린다고 한다.

김춘식 장인은 “모든 과정에 손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엔 귀하지 않은 과정은 없다”며 “요즘은 아파트 생활로 인해 밖의 온도와 안의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소반이 뒤틀리고 터지고 하는데 관리를 잘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김 장인의 작업실과 나주반의 역사를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나주반 전수교육관(나주시 죽림길 27)에는 나주반의 명성을 듣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좌식문화로 우리민족과 수백 년과 함께해온 소반문화는 현대생활에서 되새겨야 할 부분들이 많다. 김춘식 장인의 깊은 눈빛과 뭉툭한 손끝에서 소박한 나주반의 전통 기법이 오래토록 전승되기를 기원하는 간절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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