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58) 독서(讀書)[1]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58) 독서(讀書)[1]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8.01.10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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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귀를 내가 어찌 손을 댈 수 있을 것인가

조선 최고의 시인을 꼽으라면 황진이를 앞줄에 세운다. 어느 남자도 황진이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고, 어느 시인도 황진이의 시 재주를 감히 따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황진이는 서경덕을 학문적 스승으로 사모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서경덕, 황진이, 박연폭포’를 송도삼절이라 하지 않던가. 그렇지만 화담은 독실한 철학자(哲學者)이자 시인으로 뭇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가난을 달게 받고 결코 부귀와는 손잡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讀書(독서)[1] / 화담 서경덕

책읽기 할 때에도 큰 뜻을 가슴 품고

가난의 쓰라림도 달게 받아 감내하며

부귀를 멀리하면서 산과 물에 안기리.

讀書當日志經綸      歲暮還甘顔氏貧

독서당일지경륜      세모환감안씨빈

富貴有爭難下手      林泉無禁可安身

부귀유쟁난하수      림천무금가안신

부귀를 내가 어찌 손을 댈 수 있을 것인가(讀書)로 제목을 붙여본 율(律)의 전구인 칠언율시다. 작자는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1489~1546)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사람이 단장하게 글을 읽을 때는 큰 뜻을 품게 되니 / 가난의 쓰라림도 달게 받아야 하겠는가 // 부귀를 내가 어찌 손을 댈 수 있을 것인가 / 산과 물에 포근하게 안기고만 싶어라]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책을 읽음1]으로 번역된다. 소세양은 황진이와 시문을 주고받으며 한 달간 계약 결혼을 했다. 그렇지만 서경덕은 황진이가 그의 학문에 탄복하여 여인의 자존심까지 버려가면서 구애했지만 끝내 거절했던 데 대하여 서로 다르다. 철학을 강조했던 화담은 그만큼 지조 높은 선비였음을 알게 한다.

시인은 글을 읽을 때는 큰 뜻을 품어야 된다고 강조한다. 사람이 글을 읽을 때 큰 뜻을 품게 되니, 가난의 쓰라림도 달게 받아야 하겠는가라고 했다. 가난의 쓰라림을 어찌 마음에 두겠느냐는 자기 합리화의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

화자는 산과 물에 포근하게 안기고만 싶다고 하면서 부귀와는 결코 영합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다. 자연이라는 산과 물에 포근히 안기고 싶다는 자기 의지를 밝히는 데서 시적 의미를 둔다.

후구로 이어지는 시인의 상상력은 [나물 캐고 고기를 낚아서 그런대로 살면서 / 달을 읊고 바람을 쏘이면서 정신을 씻어 본다 // 내 학문이 이치를 깨달아 즐겁기만 하니 / 어찌 이 인생이 헛되겠는가] 라고 했다. 학문의 이치를 깨달았다고 하면서 결코 인생이 헛되지 않았음도 강조했을 것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글 읽을 때 큰 뜻 품고 가난도 달게 받아, 부귀인들 손댈 수 없어 산과 물에 안기면서’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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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복재(復齋) 서경덕(徐敬德:1489~1546)으로 조선 중기의 학자이다. 다른 호는 화담(花潭)으로 널리 쓰였다. 시호는 문강(文康)이다. 평생 관직에 나가지 않고 송도에 머무르며 학문 연구와 교육에만 전념하였다. 그의 제자 황진이,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 3절’로 불리고 있다.

【한자와 어구】

讀書: 독서. 當日: 마땅히. 志經綸: 큰 뜻을 품다. 歲暮: 세모. 還甘: 달게 받는다. 顔氏貧: 안씨의 가난함. // 富貴: 부귀. 有爭: 다투다. 다툼을 두다. 難下手: 어렵다고 손을 대다. 林泉: 산과 물. 無禁: 금하지 않다. 可安身: 가히 몸을 편안하게 하고 싶다, 편안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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