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이 다시 살아 움직이길
햇볕정책이 다시 살아 움직이길
  • 조성철 조선대 외래교수
  • 승인 2018.01.0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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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간 ‘내 팔뚝이 더 굵다’ 식 논쟁을 보고
조성철 조선대 외래교수
조성철 조선대 외래교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핵 단추가 항상 책상위에 있다”는 신년 메시지에 대해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 내 버튼은 작동도 한다”고 트윗에 올리면서 미 정가에 파문이 일고 있다.

트윗이라는 발가벗겨진 SNS 공간에 가공할 핵 공격 문제를 장난처럼 예기한 트럼프에 대해 일부 언론이 정신건강 상태를 거론하면서부터 파란은 시작됐다. 이 와중에 마이클 울프가 자신의 저서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할만한 정신상태를 갖췄느냐에 의구심을 갖는다”고 언급, 불구덩이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이에 백악관 대변인 샌더슨이 나서서 트럼프의 정신건강은 업무수행에 전혀 지장이 없으며, 오히려 김정은의 정신상태가 이상하다며 맞불을 놓았지만, 반 트럼프 여론이 만만찮은지라 파문은 쉽게 가라앉을 기미는 아니다.

한마디로 북미가 새해 벽두부터 ‘내 팔뚝이 더 굵다’는 식의 유아적 대화를 주고받은 셈이다. 그것도 최강의 전쟁위협 기제인 핵 단추를 대상으로. 나라 간에 주고받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저급한 메시지가 대변하고 있듯이 한반도는 지금 기형적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늘 그렇듯 유구무언.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할 수 없는 샌드위치 처지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외교문제에서 한 나라가 자신들의 생존 운명이 걸린 중대 사안에 주체적인 언급과 행보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불행하고도 비극적인 일이다. 북미간에 거친 대화가 오고간 후면 깊은 상심에 잠기는 청와대의 처지가 차라리 안타깝다. 국민들의 걱정은 말할 것도 없다.

다행히 평창동계올림픽이 비상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북한 선수단의 대회 참가를 두고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린다, 이를 위해 이미 판문점 연락 채널이 가동됐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진다. 고위급 회담에서는 올림픽 대표단 구성이 논의될 예정이다.

참가 추진을 위해 구체적인 의제까지 공개되고 있으니 특별한 걸림돌이 발생하지 않는 한 북한선수단 참여가 예견된다. 상호간 오랜 냉담 끝에 이뤄진 결실이기에 반기는 마음이 생기면서도 조마조마한 불안감은 어쩔 수가 없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이 고안한 햇볕정책이 지속가능한 아젠다로 다시 살아 움직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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