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의 헌법 전문 수록에 역량을 집중하자
5.18의 헌법 전문 수록에 역량을 집중하자
  • 조성철 조선대 외래교수
  • 승인 2017.12.2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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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철 조선대 외래교수
조성철 조선대 외래교수

정유년도 서서히 저물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극적인 정권교체를 이루어내면서 나라다운 나라가 곧 오리라는 희망에 들떴던 날들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올해 막바지에 들려오는 소식들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일사천리로 모든 일들이 술술 풀리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광주시민의 입장에서 일견 당연하다 싶은 일들마저 지연되고 있으니 답답함이 더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해를 넘기게 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과 관련해서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종료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온 가운데 개헌 논의 자체가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특위의 활동시한 연장 문제를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러다간 내년 2월까지 개헌안을 만들겠다는 특위의 약속도,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한 약속도 불투명해 보인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도 자유한국당 의원 다수가 국회법 규정을 거론하며 공청회 개최를 집요하게 요구해 법안 통과가 보류됐다.

게다가 개헌특위 자문위가 전체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 5.18광주민주화운동이 헌법 전문에 빠져 있다는 사실은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헌법 전문에 6.10민주항쟁만을 추가 명시하는 것으로 제안하고 있다. 위원회의 한 자문위원은 “다양한 시대적 가치, 특히 법치주의를 명시하고 자유민주적 질서를 강화할 수 있도록 헌법 전문에 4.19혁명을 비롯한 6.10민주항쟁을 명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덧붙여 “4.19혁명 다음으로 6.10민주항쟁이 민주공화국 탄생의 계기이기 때문에 6.10민주항쟁은 헌법 전문에 꼭 들어가야 한다고 결정했다”면서 “부마항쟁이나 5.18광주민주화운동, 촛불혁명 등을 넣어야 한다는 논의가 많이 있었으나 최대한 (현행 헌법) 원안을 살리는 방향에서 가치만 강조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예상했던 일들이긴 해도 광주시민들의 입장에선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정부 여당이 헌법 전문에 5.18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추가하는 문제에 대해 당내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답답한 현실 속에서 광주시민들이 우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일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이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의 제정도 물론 시급하고 중요하지만, 먼저는 헌법 전문에 5.18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추가해서 보수세력이 5.18의 존엄을 더 이상 헤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 중 하나인 5.18광주민주화운동은 역사적 평가가 명확히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지만원 등과 같은 보수세력들에 의해 폄훼되고, 북한군 개입설 등과 같은 근거 없는 허위주장에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심지어 전두환은 그의 자서전에서 5.18의 피해자인 양 코스프레를 하기도 했다.

이제는 이 같은 역사를 거스르는 일들에 종지부를 찍어야할 때다. 그 일이 바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포괄하는 헌법의 정수인 전문에 5.18을 명기하는 일이다. 무술년 새해 우리가 모든 역량을 우선 집중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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