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수집된 곡성지역 고문서 400여점, 세상에 드러나다
30년간 수집된 곡성지역 고문서 400여점, 세상에 드러나다
  • 정선아 기자
  • 승인 2017.12.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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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선 선생, 곡성 지역 고문서 자료 호남지방문헌연구소에 일괄 기증
18~19세기 곡성군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 볼 수 있는 자료
정일선 선생 기증 자료인 곡성지역 고문서
정일선 선생

(사)호남지방문헌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최근 전라남도 곡성군 고문서 자료 일괄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기증자는 곡성에 있는 옥과고등학교의 전 역사 교사인 정일선 선생으로, 30여 년간 전국에 흩어져 있던 곡성지역 고문서를 한 점 한 점 수집했다. 이번에 기증된 곡성지역 고문서는 교지, 통문, 호적단자, 간찰, 절목, 소지 등 40여 종류에 이르는 약 400여 점의 자료다.

이처럼 곡성지역과 관련된 다양한 고문서가 한 자리에서 빛을 보게 된 것은 최초의 일이다.

이들 고문서에는 1613년 김감(金鑑)이란 사람의 과거 급제교지인 홍패(紅牌), 1649년에 작성된 재산분배기인 화회문기(和會文記), 매년 음력 10월에 성균관장(成均館長)이 서울의 사학(四學) 유생(儒生)을 모아 12일 동안 시부(詩賦)의 시험을 통해 선발한 승보시(陞補試) 급제교지, 그리고 곡성군수가 목사동 면장에게 내린 비밀훈령(祕密訓令)과 전라도사가 주관한 지방시의 일종인 공도회(公道會) 합격증서 등 주목할 만한 자료들이 매우 많다.

또한 ‘서주록(西疇錄)’과 ‘결가마련책(結價磨練冊)’ 등은 곡성현의 토지세 징수와 관련된 필사본으로 1895년~1898년의 사회경제 상황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이번에 기증된 고문서의 시대도 17세기에서 18~19세기에 이르는 광범위한 시기에 걸쳐 있어 곡성군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춘강 유재영 교수를 비롯하여, 연담 이효우 선생, 노호 심정섭 선생 등 많은 독지가들이 연구소에 고문헌이나 고문서 자료를 기증했는데, 이번에 정일선 선생이 제 10차 기증자가 됐다. 연구소에서는 이들 모든 자료를 바탕으로 호남지역의 전통 한문 문헌이나 고문서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나갈 계획이다.

연구소의 조일형 연구원는 “한 지역의 고문서가 이처럼 집성된 예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일이어서, 그 사료적 가치는 대단히 높은 것이며 곡성지역의 사회 문화사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들이다”고 평했다.

고문서를 기증한 정일선 선생은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라고 E.H. 카아가 말했듯이 비록 작은 지역단위인 곡성군의 향토자료이나 지방자치 시대를 지향하고 있는 이 시대에 지역사 연구에 가치를 부여하는 자료라고 생각되어 오랫동안 수집했다”면서 “호남지방문헌연구소가 열정적으로 지역 향토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연구하고 있다고 생각됐기 때문에 이 연구소에 자료를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호남지방문헌연구소는 이 자료의 일부를 호남기록문화유산 사이트에 올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사)호남지방문헌연구소는 2002년에 전남대 김대현 교수를 비롯한 여러 관련 연구자에 의하여 설립되어, 호남 지방 한문 문집 등 고문헌이나 고문서의 발굴과 수집, 정리 등에 힘쓰고 있는 연구단체이다.

연구소에서는 그간 호남지방문헌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총 5권의 기초목록 총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호남문집 기초목록’은 호남 지역과 관련된 문인들의 한문문집 총 2,600여 종의 서지사항을 수록한 목록집이다.

‘호남지방지 기초목록’은 호남의 한문 선장본 지방지(地方誌) 자료들에 대한 기초 목록집이다. 여기에는 총 1,200여 종에 이르는 호남 지역 한문 선장본 지방지에 대한 정보가 집성되어 있다. ‘호남누정 기초목록’ 은 호남지역 누정 3,742개소를 정리한 것이며, ‘호남문중문헌 기초목록’은 호남지역 수백 문중 가운데 우선 30개 문중을 연구하여, 그 문중과 관련된 문헌을 조사 정리한 것이다.

올 봄에 간행되었던 ‘호남유배인 기초목록’은 928명에 이르는 호남지방 유배인을 집성한 것이다. 이들 기초목록은 호남지역 연구를 위한 기반이 되는 자료를 집성한 것으로 모두 각 분야에서 처음으로 시도됐다.

최근에는 (재)지역문화교류재단과 함께 문광부의 지원을 받아, 문집, 고문서, 일기자료 등 호남 기록문화유산을 DB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 자료는 호남기록문화유산 누리집(http://www.memoryhonam.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호남지방문헌연구소 김대현 소장(전남대 국문학과 교수)은 “이제 곧 우리 호남지역도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이나 진주 경상대 고문헌도서관처럼 ‘한국학호남진흥원’이 새롭게 건립될 것이다”면서 “호남지역 한국학 연구자들의 숙원이었던 이 연구자료센터가 건립되면 현재 흩어져있는 호남의 지방 문헌들을 체계적으로 수집 정리하며 보존 관리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말하자면 도서관 기능, 박물관 기능, 연구소 기능이 한자리에서 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수십, 수백 명에 이르는 모든 호남학 관련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서 함께 연구하게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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