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대로 보여달라
있는 대로 보여달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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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한가지 태도를 꼽으라면, 아마도 '오리지날로 보는' 것일 것이다. 발표된 상영시간 그대로, 촬영된 그림 그대로 말이다. 글쓴이는 검열에 대해 말하려는 게 아니다.
휴일 날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나는 생각보다 '레터박스'화면이 많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몇 억은 우습게 쓴다는 뮤직비디오, 드라마보다 재밌는 CF, 화면 위에 'HDTV'를 달고 나오는 다큐멘터리 등 우리들 모르게 레터박스가 어느샌가 우리 곁에 다가와 있었다.

여기서, 왜 글쓴이가 레터박스에 대해 민감한가 하면 언젠가 얘기했듯, '나도 콜렉터가 되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콜렉터에게 중요한 것은 남에게 없는 것, 가치 있는 것을 수집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가장 원본에 가까운 DVD를 구입하고, Dvix영화 한 편을 하루종일 다운받고, 남의 Dvix를 구입하기도 한다 (물론 여러분, 글쓴이는 순전히 허영기만 이러는 것은 아니랍니다. 수집이라기 보다는 라이브러리라 할 수 있답니다, 곧 공개예정).

레터박스, 편지봉투에 편지를 넣고 빛을 향해 들여다보면 편지봉투에 편지지만큼의 사각형이 뚜렷이 나타나는 모양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주로 영화를 화면비를 유지하며 TV에 상영하기 위하여 화면의 아래와 위로 검은 테두리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영화를 극장이 아닌 TV에서 '원본'을 훼손하지 않고 보는 고육지책 아니겠는가!
영화인으로 마땅히 반겨야 할 레터박스에 대해 툴툴거리는 이유는 이런 흐름이 결코 '원본사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일정에 올라있는 고화질 텔레비전 방송(HDTV)은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16:9'인 화면비율을 갖는다. 즉, 시간이 지나면 모든 TV방송은 지금의 화면비(4:3)와는 달라질 것이란 말이다. 이것을 잡소리로 하면 '똥개 길들이기' 정도랄까?

어느 날 영화를 비롯한 모든 TV방송이 레터박스가 되면 시청자들은 황당해 할 것이다. 16:9가 되는 와이드TV를 구입한 사람이야 괜찮겠지만 자신의 TV가 고장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생길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글쓴이에게는 레터박스 화면이 방송산업의 다음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조정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의견은 없다는 점이다. HDTV 방송방식에 대한 논란은 나로썬 얘기할 수 없지만 이것 한가지는 외치고 싶다. 다른 것 말고 영화프로그램은 더빙 없이, 화면이 반 밖에 안 나오더라도 레터박스로 보여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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