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여전히 편법적으로 걷히고 있는 자율학습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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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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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용 기자

광주시교육청의 자율학습비 징수금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일선학교에서는 학부모 대표를 통해 여전히 걷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광주시내 한 고등학교 학부모대표는 학생들의 손에 들려 학부모들에게 자율학습비를 걷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했다.

안내문은 '한쪽에서는 학벌타파를 외치지만 아직도 우리 현실은 이를 긍적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밤 늦게까지 학생들을 학교에 남겨두지 말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밤 늦게까지 자율학습을 시키고 있다'는 등 교육부의 강제적 자율학습에 반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또 '시대 조류에 따라 우리 학교에서도 밤 늦게까지 자율학습을 시키고 있다'고 밝히고 '아침 일찍 나와서 밤 늦게까지 지도하시는 담임선생님에게 다소나마 보답하자고 학부모님들에게 자율학습비 부담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사실상 자율학습비 납부고지를 하고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자율학습의 성격상 자원자에 한해 이를 실시하고 자율학습비는 걷지 못하게 하고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도 "자율학습비는 원칙적으로 걷을 수 없게 하고 있다"며 "조사를 통해 이를 어기고 있는 학교가 밝혀지면 환수해서 반환토록 하고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부모대표들을 통해 자율학습비가 갹출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이 학교 학부모대표의 안내문에도 '자율학습비는 학교 예산에 포함시켜 징수할 수 없는 성질이기 때문에 학년별 또는 학급별 대표가 징수해서 담임선생님께 사례를 하려고 한다'며 '이는 우리 학교만의 일이 아니고 거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행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광주시내 대부분의 학교에서 자율학습비가 편법적으로 걷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단속해야 할 시교육청은 '원칙적으로 걷지 못하게 하고있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국공립학교의 경우 모든 학교예산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와같이 학부모대표의 통장을 통해 학교당국에 전달될 때에는 전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아 통제가 불가능하다.

이처럼 공공연하게 반강제적인 자율학습이 이뤄지고 불법이 분명한 자율학습비가 갹출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별다른 뒷말이 없는 현실이다.

상당수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에 오래동안 있어야만 그래도 안심을 하는 분위기고 학교당국도 학부모들의 '성원'을 이유로 들어 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자율학습비 갹출을 묵인하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또 실제 지급받는 임금 이외에 가외로 발생하는 수입에 대해 적극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지만 싫지는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전교조 한 관계자는 "자율학습비 갹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계획이지만 조합원 교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내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하는 모습이 현실인 것입니다'고 단정하는 학부모대표의 안내문이 인간화교육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한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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