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함께 노는 우리별이
흙과 함께 노는 우리별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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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맨발을 외치며 마당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우리 별이.
엄마의 신발 신으라는 성화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풀과 흙, 보도블록을 맨발로 밟으며 즐거워하는 별이의 모습을 보며 나는 더 이상 말릴 수 없다. 태어난 후 29개월이 되도록 한번도 맨발로 세상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서라도...

우리가족이 터가 넓은 이곳으로 이사 온지는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나와 남편은 아직까지 서먹하다. 하지만 별이는 동네 아이들 열명 남짓 친구를 두어 이미 오래 전에 알았던 것처럼 어울려 논다.
마당에 있어야 할 별이가 보이지 않아 골목에서 이름을 부르면 어느집에선가 "여기있어요!"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새 골목집에서의 '별이 찾기'는 이사온 다음날부터 시작된 나의 일과가 되었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준 시골로 광주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논과 밭이 많다. 마을사람들도 문을 거의 잠그지 않고 산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골목이 있는 이곳. 송하동의 입하마을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넘치는 에너지를 자연에서 발산해야 한다고 생각해 지난 가을부터 자연 속에서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아는 사람의 소개로 만나게 된 이 집은 터도 넓었고 가까운 곳에 산속 운동장이 있는 유치원이 있었다. 흙과 함께 하는 삶을 꿈꿔온 우리가족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별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적응했다. 골목의 강아지들도 이미 한번쯤 머리를 만져본 것 같다. 아이 한두명만 모이면 금새 7-8명이 되어 마당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아이들의 놀이도 가만 지켜보면 공격적이지 않고 서로 배려해주며 부드럽게 작용한다. 아침밥 먹고 마당에 나가면 2-3시간은 노느라 정신없다. 뜰에 있는 머우잎은 뜯어 흙과 같이 그릇에 담아 요리를 하기도 하고, 마당에 있는 수도에서 물을 담아 장난감도 씻고, 자동차 기차를 모래더미에서 굴리며 신나게 논다. 내가 밭을 일구려고 호미로 땅을 파면 별이도 따라 땅을 파고, 풀을 뽑으면 또 따라 한다. 이러니 하루에 2-3번은 옷을 갈아입는 것은 기본이다. 흙과 물에 젖은 별이의 옷을 갈아입히며 '우리 별이가 신나게 놀았구나'하는 생각에 행복하다.

별이의 유아기에 이웃과 풋풋한 정으로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으로 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흙과 노는 것에는 경쟁이나 싸움이 없다. 흙을 나누고 흙으로 이것저것 만든다. 나눔, 공생, 창작이 한곳에서 이루어진다.

하루종일 놀다가 해지는 저녁때에야 아이들과 아쉬운 작별을 한다. 이 역시 내일을 기약하는 헤어짐이다. 밥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어느새 졸리운지 잠이 든다. 내일 아침이면 또 열심히 뛰어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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