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민주주의와 광주비엔날레
문화민주주의와 광주비엔날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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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광주는 세계와 직접 교류하는 하나의 통로를 만들어냈다. 이 통로는 두 가지 점에서 특징적인 것이었다. 첫째는 '서울'이라는 문화제국을 거치지 않았고 둘째는 유래가 없는 관제적 방식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광주를 세계와 매개한 것은 5·18 민주항쟁이었다. 5·18 민주항쟁은 미완의 것이었기 때문에 그 정신을 전국적인 차원과 세계로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의식적인 주체들의 자연스러운 외화 과정이었다.

반면 비엔날레는 우리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이식된 낯선 문화형식이었다. 비엔날레에 대한 시민적 합의는 차치하더라도 첫 해를 준비하는 방식은 그야말로 군대의 야전훈련과도 같았다. 문화의 공공성에 대한 원칙이나 시간적 여유를 갖고 '광주비엔날레'를 성찰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내밀하고 온축된 것의 외적 표현으로서가 아니라 가시적이고 외적인 것으로부터 우리 문화의 내면을 거꾸로 형성해가려는 일종의 전도된 시도처럼 보였다.

광주비엔날레는 지금까지 3회의 행사를 치러오면서 외형적으로나 내적으로 많은 변모를 거쳤다. 아직 일부에서는 비엔날레의 효용성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개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광주비엔날레는 안정화된 개최 기반을 조성했을까? 문화적 공공성을 확장시켜나가고 있는 것일까? 시민들의 문화적 삶과 비엔날레의 항상적 접점을 온전하게 형성시키고 있는 있을까? 썩 명쾌한 답이 나오질 않는다.

왜냐하면 광주시민사회에, 구체적으로는 시민 개별과 비엔날레간의 관계 맺기나 소통방식이 일방 혹은 아직도 낯설어 보인다. 즉 문화소비자이자 향유자이면서 광주비엔날레의 가장 큰 지지세력이 될 수 있는 시민들에 대한 문화향수권적 차원의 배려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광주전남문화연대에서는 지난 3회 광주비엔날레 행사 기간에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비엔날레에 대한 평가작업을 수행하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관람객에 대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설문조사는 전무한 형편이었고 무엇보다도 의미 있었던 일은 시민의 입장에서 비엔날레를 평가하고 대안들을 모색하는 첫 시도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시민들도 이제 당당한 문화주체로서 문화향수권을 '어떻게 확보하고 확대시킬 것인가'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와 개입이 시작되었음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활성화된 참여민주주의가 정치 영역에서 뿐 아니라 시민의 문화적 권리 확대와 자아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하며, 문화가 창작자 중심의 전문영역에서 벗어나 시민주체들의 문화향수권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 종국에는 문화민주주의 실현의 전망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광주전남문화연대에서는 제 4회 광주비엔날레에서도 위한 같은 평가작업들을 하기 위해 가칭 '광주비엔날레 시민평가단'을 준비중에 있다. 행사기간동안 비엔날레를 방문하는 시민들이 관람을 하면서 안내시설이나 편의시설, 작품의 동선이나 이해도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시민들의 눈높이로 행사를 평가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러한 평가에 참여한 사람들이 비엔날레가 끝난 이후 '시민들의 입장에서 본 비엔날레에 대한 '이야기 난장'을 트며 시민들의 문화적 삶에 복무하는 '광주비엔날레만들기'의 실질적인 연대를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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