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극 "팔자 팔자 쌀팔자!"
농민극 "팔자 팔자 쌀팔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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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패 '신명'이 전라도를 두달여간 순회하며 펼치고 있는 마당극으로
지난 20일 정읍을 시작으로 농촌의 아픈현실을 보여주고 살맛나게 만들어보자는 내용의 대동놀이판이다.




첫째거리 - 갑수의 귀농

참 새 : 근데 싸리야! 너 소문 들었어?
쌀 : 무슨 소문?
참 새 : 글세 오지댁 점빵앞에서 들었는데 이땅 주인이 바뀔거래!
허수아비 : 이땅 주인은 삼조할밴디!
쌀 : 그려
참 새 : 이 바보야. 이땅 진짜 주인인 내산댁 장남이 우리동네로 이사를 온대.
쌀 : 내산댁 장남이면 광주에서 사업한다는 갑수말이여?
허수아비 : 그라믄 갑수가 농사나 지을수가 있을까?
참 새 : 으 - 나로서는 잘된일이야. 삼조할배는 너무 부지런해서 내가 너희를 보러 올수가 없잖아.
허수아비 : 나 때문이 아니고
참 새 : 이 바보야 착각하지마.
쌀 : 아무튼 삼조 할배하고 정이 많이 들었는데 서운하네요.
참 새 : 야 ! 저기 누가 온다.(갑수댁으로 변한다)
갑수와 갑수댁 판에 등장. 평화롭게 보이는 농촌들녁과 풍경처럼 펼쳐있고 허수아비,들녁,새떼를 보면서 귀농에 대한 기대감에 사로잡혀있다. 갑수댁은 못마땅해한 표정이다.
갑 수 : 야~ 여보 저기가 저기가 우리땅이야!
갑수댁 : (무심하게)아무튼 나는 손에 흙 못묻히니까 당신 알아서 해.
갑 수 : 걱정말라구. 내가 그런 계획없이 고향에 내려올 놈으로 보여? (관객에게)내가 그런 놈으로 보이요? 내가 그럴줄 알았으면 애초에 광주에서 내려오지도 않았어! 걱정마. 여보 내가 호강시켜줄게. 야 ! 내가 왔다. 인간 박갑수 새로 시작이다. 엄니~

둘째거리 - 마을잔치
이 장 : (방송멘트) 아아 ! 알려드리것습니다. 면에서 비료가 나왔은께 다들 타 가시기바랍니다. 그라고 윗마을 4반에 거주하는 내산댁의 장남인 박갑수씨가 도회지에서 살다가 인자 우리마을에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해서 돼지도 잡고 노래방기계도 갖다놓고 동네어르신들 모시고 잔치를 연다고 하니 한분도 빠짐없이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셨으면 합니다.
오지댁 : 잉! 뭔 잔치를 벌인다고? 노래방기계? 근디 박갑수양반은 참말로 갑갑허 네. 남들은 기를쓰고 도시로 나갈라고 헌디 잔치까지험서 농사짓는다고 들어오까이.아이고 난 뭔 속인지 모르것제만 아무튼 노래방기계 온당게 오랜만에 한번 신나게 흔들어봐야제.
오지댁은 궁둥이를 흔들며 웃으면서 마을사람한테 잔치소식을 알리고 다닌다.
오지댁 : (관객에게) 아제 오늘 잔치있는거 아시제라? 아제가 돼지 잘 잡은다고 얼 른오라고 헙디다. 오시요.
한편 이장은 자전거를 타면서 잔치소식을 알리다가 오지댁과 마주친다. 이장은 난감해하고 오지댁은 좋아하면서 이장 자전거에 얼른 올라타 잔치장소로 가자고 재촉한다. 대술댁 갑자기 나타나 두사람의 앞을 가로막고 두사람은 후다닥 자전거에서 내린다
대술댁 : 음마마마 뭣헌가? 다 늙어가지고 노총각 허리만진께 그라고 좋은가? 얼굴 이 훤허니 폈구만.
오지댁 : 어째! 이상헐 것 없네. (흥분해서 애써 감추려고)동네일이 있은께 이장하고부녀회장이 같이 일을하고 같이 나란히 올수도 있제 뭐니뭐니해도 우리 둘 사이가 좋아야 긍게 짝짝꿍이 잘맞아야 동네일도 순탄허니 잘 돌아가제.
갑수와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어와 노래부르며 춤을 춘다. (노래 '마음약해서')





셋째거리 - 농사춤
천을 이용한 농사춤 ,갑수가 콤바인을 이용해서 수확)
콤바인의 음향에 맞쳐 갑수는 나락을 벤다.
갑 수 : 나락 베로 가세.
갑수댁 : 여보 근데 이 콤바인기계가 도대체 얼마요?
갑 수 : 그랑게. 이것이 자그만치 3천만원이여. 3천만원.
갑수댁 : 뭔놈의 농기계가 그렇게 비싸다요? 옛날 우리집 전세값이그만.
갑 수 : 그랑게 그 놈 빼다가 기계를 샀응께 본전은 뽑아야제.
.(갑수가 갑수댁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을 때 마을사람들이 몰려와)
이 장 : 아따 성님. 낼모레 비온단디 우리논은 언제 비어줄라요.
갑 수 : 아따 요새 경지정리 않된 논이 어디가 있당가? 느그논은 저 꼭대기에 있어갖고 최소한 남들보다 3배는 더 받아야 된당께.
이 장 : 그라믄 안되제
오지댁 : 우리논은 얼마안된데 얼릉 해불제.
갑 수 : 아짐은 얼마 안된게 손으로 비어부시요.
대술양반 : 어이 갑수. 자네 사람이 어째 그럴수있는가. 우리논 해준다고 하고는 여즉 깜깜무소식이등만, 나한테 뭔 억화심정있는가?
갑 수 : 아따 형님 그것이 아니고요. 형님논은 그랑게, 한마지기당 4만원씩 쳐주라고 안헙디여. 나는 윗동네 봉식이네 일해주러 가야쓴게 먼저 갈라.
갑수,갑수댁 퇴장
이 장 : 저 성님 못쓰것네. 내가 이장으로서 콤바인,트렉터 살 때 연대보증도 서주고 그랬는디.
오지댁 : 기계있다고 그라고 위세떨고 무시허믄 못쓰제. 글다가 큰코 다친당게.


넷째거리 - 삼조어른
삼조어른 갑수노모 등장하여 각자 일을 하고 있을 때 갑수 들어와 세수한다.
갑수노모: (고추를 들고와서 판에 널어말린다.) 저 갑수야. 요새 농촌에 일손이 어디 있냐? 한 살이라도 젊은 니가 동네사람들한티 잘해야제. 잘해보것다고 애 쓰는 니 맘 알것다만 기계있다고 위세부리믄 안된다. 못쓴다. 알것냐.
갑 수 : 엄니도 똑같은 소리만 허시네요. 대출 받아서 기계산 거 그 이자에 원금막 는데 허리가 휜디 기계 한번 고장나믄 수리비가 얼마고 기름값이 얼만디요. 그런돈은 어디 꽁으로 나온다요. 동네인심도 좋지만 우리부터 살고 봐야제라

갑수,갑수노모 퇴장하고 삼조어른 마당에서 기운없이 나락을 말리고 있다.
삼조어른 : (혼잣말로) 나락한번 참 좋다. 날이 내일까지만 딱 좋으믄 가마니에 쟁 여갖고 넣야쓰것그만.(나락알을 입으로 갖다 먹어보기도하고 손으로 만져 보기도 한다) (관객에게) 이 나락좀 보시오. 반질반질허니 좋제라.
갑 수 : 어르신 계시오?
삼조어른 : 아이 갑수 니가 뭔일이냐? 오늘 장날이라 바쁠것인디.

갑 수 : 시설하우스요. 옆동네는 그걸로 재미좀 봤다고 글든디. 괜찮허게라? 안그래도 면에 나갔다 옴서 대출받고 인자 작업 견적뽑고 있구만이라.
삼조어른 : 글쎄다. 하우스라는 것이 토질도 맞아야 되고 일조량도 맞아야 뭣이라도 할것인디 그런 것은 조사나 해보고 그랬냐?
갑 수 : 그라믄이라. 지가 그런거 하나 안해보고 했것소.(다시 당그레질을 하면서)그나 아제! 올해는 대풍이여라.
삼조어른: 세상일이 사람맘대로 않되듯이 풍년들어도 마음은 흉년이기도 하고 흉년 이여도 마음은 풍년이기도 하고, 요새는 풍년들었다고 좋아하는 농사꾼들 못봤다만. 갑수야. 동네 인심잃지 말고 살아야 쓴다. 끝까지 믿어야 할 것은 땅하고 사람이다.
이장이 등장한다.
이 장 : 삼조어른 계시오? 오메 갑수형님도 계시네. 다름이 아니라 낼 모레가 수맨디 정부놈들하는 것이 뻔헐것인디 우리도 뭔가 방도를 세워봐야 안쓰것서요? (옆에 있는 갑수를 보고) 갑수 형님! 이참에 농민회 일좀 도와줘야 쓰것소
갑 수 : 뭔일인디?
이 장 : 아니 이번 집회때 형님 트렉터 한번 빌리는 것이 어쩌것소?
갑 수 : 어따쓸라고?
이 장 : 아이 집회할 때 물건도 나르고 여차 함은 그것으로 도로도 막고 데모할 때 쓰게라!
갑 수 : (버럭 화를내며) 그 트렉터가 얼마한디 그것을 쓴단말이여! 남의 기계다고 그라고 함부로 말허는 것이 아니여. 나는 관심없응게 신경꺼. 아제 수매헐 때 요것 나가 알아서 할랑께 냅두시오 잉.나는 이만 갈라요.(쌀쌀맞게 퇴장)
이 장 : (갑수를 향해) 아니 그게아니고... 아따 참말로 갑갑하네. 나가 나혼자 잘묵고 잘살겄다고 이러는것이여?





다섯째거리 - 수매
마을사람들 경운기를 타고 수매하러 갔다가 수매동결소식을 듣고 실망

오지댁 점빵으로 몰려와 이장, 갑수 ,대술양반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다.
장구의 긴박한 장단에 대술댁이 남편을 찾아다닌다. 대술댁 술마시는 남편을 발견하자 억척스럽게 멱살을 부여잡고 밀고 당기고 하다 대술양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세어본다
대술댁 : 이 화상아!(돈을 세어보고 나서) 어째 돈이 이것밖에 안된다요. 쌀 판돈으 로 술 다 먹어 부렀구만.
대술양반 : (기가죽어) 아니여 나는 3만원밖에 안썼단말이시 (사이두고) 6만원넘던 쌀값이 5만칠천원도 못되게 뚝 떨어졌드라고, 화가나서 술 한잔 했는디 너무그러지 마소.
대술댁 : 아이고, 말숙엄니한테 꾼돈도 갚아야 되고 영식이 납부금도 내야 한디 택 도 없구만 택도 없어. (땅바닥을 주저앉아 가슴을 치며) 시집올때부터 땅만 파고 뼈빠지게 일했어도 손에 쥐는 것이 있어야제. 맨날 이래서 술, 저래서 술 술만 먹고 댕기니, 내가 어찌고 살아 내가 못살아 (울먹인다)
대술양반 : (이 광경을 보고 달래는 척한다) 유제 부끄럽게 왜 그려!
대술댁 : (남편을 돌아보며) 유제 부끄러운줄 알면 술을 안 묵어야제!
대술양반 : 아 근디 요놈의 예편네가 어디 남정네들 술집까지 쫓아와갖고.. 집으로 얼른 안가냐?
대술댁 : 그래 내가 가기는 간디 술로 까묵은돈 다 채워갓고 오기전에는 들어올 생 각도 말어. (대술댁 쫓겨난다)
대술양반 : 칵! 이사람이 지 서방을 홍어 좆으로 안다냐! 어이 갑수 나 오늘 하룻밤 좀 재워주소. (심난한 표정으로 등장하는 갑수댁을 발견) 아니 나 그냥 우리집에 가서 잘라네. 어이! 갑수! (갑수에게 눈짓한다)
갑수가 일어나 갑수댁에게로 간다.
갑수댁 : 여보. 지금 술이 목구멍으로 들어가요 네? 대출받아서 기계사고 뭐사고 무리하게 사다 쟁이등만 내 이럴줄 알았어. 인건비는 고사하고 육천만원 농협이자도 못내게 생겼는디... 술이 넘어가? 경험도 없이 하우스 한다고 있는돈 없는돈 싹다 긁어서 6동이나 짓등만 이거 어쩔거야 빚 1억 육천만원 어찔거냐고? 여보 우리 이러지 말고 광주로 다시 올라갑시다. 가서 수퍼라도 해서 먹고 삽시다.
갑수 반응이 없자 갑수댁 결심한 듯 팽하니 퇴장한다.



여섯째거리
이장과 대술양반,삼조어른이 집회이야기를 하며 등장한다.

이 장 : 에에. 이라고 모였은게 서서 이럴것이 아니라 앉아서 차분히 이야기나 합시다.(대술양반이 분위기를 띄운다)이장 조 감석입니다! (이장 박수유도) 에, 낼모레 군청앞 광장에서 쌀수입 개방반대를 위한 군농민회 집회가 있는디 거기서 각 마을 피해사례를 발표하기로 했는디 우리마을에서는 규모로 보나 뭐로보나 갑수형님네가 피해가 제일 컸은게 형님이 사례발표를 하는 것이 어쩌것소?
대술양반 : 그려. 니가 배운것도 있고 말주변도 있은게 나가서 시원허게 한번 얘기 한번 해봐라.
갑 수 : 시방 날 놀리는 것이여? 망해묵은 것이 뭐가 자랑이라고 떠들고 다녀!
대술양반 : 아따 니가 잘못해서 망한것도 아니고 근본적으로다가 농사정책이 잘못 된거여. 긍게 뭐시냐 미국놈들이 WTO인가 뭐신가 계약해가고 쌀값이 똥값되야분거 아니냐! 작년에는 칠레가 팔레가 하는 나라하고도 계약을 해서 농산물이 다 수입된다고 난리냐.
갑 수 : 대술 형님 유식 허요. 형님은 유식 헌께 좋것소.
대술양반 :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네. 니가 도회지에서 와가꼬 2년 농사짓고 뭣이 어쪄? 평생 농사만 짓거 산 나도 농사를 모르겠는디........나가 니 처음 내려와서 일 크게 벌일 때부터 농사 다 망해먹을줄 알아봤다 이놈아!
갑 수 : 말이믄 단줄아요?(대술양반 멱살을 잡으면 사람들 붙잡는다.실랑이가 벌어지고 갑수는 대술양반을 패대기치고 달려나간다)
삼조어른 : (갑수퇴장하는 것을 보고) 저사람 속이 속이겄는가.....


갑수 만취해서 몸을 못가누고 비틀거리며 등장한다

갑수노모 : 이놈아. 뭣헌다고 손찌검까지 했냐? 가브럿다. 가방싸갓고 가부럿다.
갑 수 : 가부러요? 가부러? (힘없이 주저앉으며,상념에 잠기다가 갑자기 옷속에 농약병을 꺼내며 먹으려 한다)
갑수노모 : (이 모습을 보고) 이놈아 이것이 뭔 짓이여? 이것이 뭔 짓이냐 말이여.
갑 수 : 놓시오. 나 그냥 콱 죽어불라.
갑수노모 : (농약을 뺏어서 바닥에 던지며) 늙은어미 앞에서 그게 뭔말이여. 어찌케든 살 방 도를 찾아봐야제.
갑 수 : 엄니 (흐느끼다 넋이 빠진 듯 퇴장. 석유통을 들고 석유를 뿌리며 등장. 석유통을 판 에 던지며 불타는 쌀을 보며 미친 듯이 웃고 울고 한다.)

동네사람들 : 불이야. 불이야. (갑수의 집으로 몰려와 갑수와 갑수노모를 부축한다)


허 수 : 야 짹짹아. 우리 마을 사람들 다 어디 가는거야?
참 새 : 이 바보야. 오늘 군청 앞에서 쌀 수입 개방 반대를 위한 농민대회가 있데.
허 수 : 우리 마들 사람들 좋아하는 거 오랜만에 본다.
참 새 : 어? 저 트랙터 몰고가는 사람 갑수 아제 아니여?
허 수 : 근데. 우리 쌀이는 어디갔데?
참 새 : (시무룩해져서) 오늘 집회 때 우리 쌀이를 태울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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