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국제영상제, 토론은 끝났다
광주국제영상제, 토론은 끝났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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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광주시 북구청소년수련관 내 북구문화의 집. 20여명이 자리한 세미나실엔 긴장이 감돌았다. 개별 참석자들의 느낌이 다를 수는 있지만 적어도 상황은 그랬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이견을 가진 양측이 한 자리에 마주 앉는다는 것만으로도 긴장의 요소는 충분했다.

광주국제영상축제위원회가 주관하고 광주전남문화연대의 주최로 열린 이날 '2001광주국제영상축제의 평가와 전망을 위한 토론회'는 지난해 12월 이후 영상제를 주제로 열린 첫 공개행사였다.

민간주도로 총 3억원의 예산을 들여 40여개국 140여 작품을 7박8일간 상영했고, 3천여명의 관객이 4개의 주상영관을 찾은 것으로 수치상의 기록이 남았다. 하지만 이후 평가는 자체내부 평가자료 말고는 어느 곳에서도 공개된 바 없었다.

간혹 영화제 주최측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작은 이야기들이 지난해의 평가나 올해의 전망을 추측케 할 뿐이었다. 때문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주최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이야기를 한 꺼번에 들을 수 있는 이날 자리는 당시 영상제를 준비했던 실무자들과 이 지역 문화계 관련자들의 관심을 집중키고 있었다.

광주영상제 주최측, 공론의 장으로 나와
조직운영, 재정확보 문제등 집중 지적
'작지만 알찬 영화제 만들자' 공감대 형성


광주의 영상전반에 대해 부족하나마 가늠자 역할을 했던 2001 광주국제영상축제(이하 영상제). 그래서인지 이날 토론회는 한 토론자의 말마따나 "목적이 정확치 않은', 즉 불분명한 가늠자를 가지고라도 올해 다시 열릴 영상제를 위해 따가운 비판과 제안이 아낌없이 쏟아졌다.

특히 영상제의 전망에 대해 발제를 맡았던 김호균 북구문화의집 상임위원은 광주영상제의 핵심문제로 지적돼온 조직운영에 관한 문제제기는 이날 토론의 종합편에 해당됐다.

"광주영상제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민간주도형 축제조직이면서도 행정기관이 주도하는 축제처럼 조직체계상으로도 전문인력을 수용할 태세가 갖추어져 있지 않고 명망가 중심의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근거로 영상축제위원회라는 민간기구가 축제를 주도하지만 실제 조직위원회는 1200여명에 달하는 이 지역 인사들이 망라된 '기형'으로 짜여진 점을 들었다. 그는 이런 기형적 구조가 결국 결국 민간주도형 축제의 장점인 전문성과 노하우를 살리지 못한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또 영상제가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재원확보의 과학성을 담보하는데 노력을 해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먹구구식 예산확보와 집행은 결국 영화제 연기와 컨셉부재, 부실한 행사운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영상제의 실무를 책임졌던 염정호 사무국장은 지정토론에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다가 준비부족으로 인한 결과였음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한 때 토론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자리는 결국 '광주'라는 이름과 '국제'라는 범위에 '영상'이라는 주제로 국민세금을 통해 첫 시작을 알렸던 영상제를 공론의 장으로 불러냈다는 의미를 가졌다.

반면 주최측은 아직 지난 행사의 핵심문제인 조직운영의 폐쇄성을 극복할 방안에 대해 뚜렷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런식의 토론으로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네시간이 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이들의 마음엔 모두 올해의 영상축제는 '작더라도 알찬' 영상제를 기대하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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