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청와대를 팔아라
차라리 청와대를 팔아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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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 없어 국내기업을 해외 매각하는 것은 이해 못할 일이 아니다. 돈이 없어 머리를 잘라 파는 시절도 있었는데, 국내 기업 한 두 개 외국에 파는 것,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또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체들을 인수하는 것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단죄하고 싶지는 않다. 경제적 현상에다가 너무 민감한 도덕적 가치를 들이댈 경우 그 도덕적 가치가 민초들의 삶을 배반하는 수도 있음을 우리는 전제해야 한다. 일례를 들어 지금 광주의 캐리어 공장은 미국인의 소유이다. 미국인의 소유이기 때문에 소유자의 국적 하나만으로 민족주의적 잣대를 들이대어 캐리어 공장은 나쁜 공장이요, 하루 빨리 이 땅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캐리어 공장에서 먹고 사는 노동자들에게 뺨을 맞는다. 누구 밥줄 끊으려 하는가? 나 역시 경제의 종속 심화에 대해 강한 비판적 태도를 갖는 사람이지만 이렇게 근로대중이 살아가고 있는 구체적인 현실 속에 들어가 경제를 들여다 보면 뭐가 선이고 뭐가 악인지 참 판단하기 힘든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조금더 이야기를 진척시켜 보자. 지난 80년대에 민족주의적 시각으로 한국 경제를 비판하던 분들은 박정희, 전두환의 경제 정책을 모두 식민지적인 것으로 단죄한 적이 있었다. 그 일례로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거론하곤 하였었는데, 만일 외국인의 직접투자가 국내 경제의 식민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여기에서부터 참 이상한 아이러니가 도출된다. 박정희와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은 외국인의 직접투자에 대해 매우 폐쇄적인 제한조치를 시행하였다. 그리하여 지난 80년대 외국인의 직접투자는 전체 외자의 6%가 될까 말까 매우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따라서 외국인의 직접투자만 가지고 도덕적 평가를 내릴 경우, 독재자 박정희, 친일파 박정희, 그리고 그 박정희의 양자 전두환, 살인마 전두환이가 아주 강력하고 확고한 민족주의적 정치적 지도자로 부상하는 것을 우리는 막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경제적 현상만 가지고 평가할 경우 틀림없이 김영삼과 김대중은 민족 경제를 팔아먹은 매국적 지도자가 되는 아이러니도 볼 수 있다. 왜 IMF 사태를 두들겨 맞았던가? 그것은 달러 보유고가 바닥났기 때문이었다. 왜 달러 보유고가 바닥날 정도로 달러 궁핍에 처하게 되었던가? 너무 많은 달러를 빌어다 썼기 때문이었다. 김영삼 재임기간 동안 무려 1500억 달러를 빌어 왔는데, 국내에 들어온 1500억 달러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그리하여 IMF 사태를 두들겨 맞고, 국내 경제가 외국놈들에게 넘어가는 계기를 김영삼 정권이 조성하였으니, 김영삼이야말로 매국노인 것이다. 뿐만 아니다. 김대중 정권은 국내 경제를 외국 자본에 넘겨줘도 너무 많이 너무 헐값으로 넘겨줘 버렸다. 팔아도 너무 판 것이다. 98년 이후 3년간 유입된 외자는 620억달러. 95∼97년 3년간 들어온 200억달러의 3배가 김대중 정권 때 들어왔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주식의 시가총액은 2000년 말 전체의 30.%인 56조원으로 외환위기를 맞은 97년말 15%의 2배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한국의 주식 시장은 외국인의 손에 의해 장악된 것이다. 이 때문에 단순히 아이러니로 보기에는 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얼마인가. 삼성전자가 57%요, 포항제철이 54%. SK텔레콤이 얼마냐, 49%요, 현대자동차가 43%. 중요 대기업만이 아니라 은행이 모두 넘어갔다. 제일은행은 퍼주었고, 한미은행은 통합해서 넘겨주고 나라 것인 외환은행도 상납하고, 하나뿐인 하나은행도 바치고, 국민들의 은행인 국민은행도 외국 것들에게 넘겨줬다. 주택은행도 팔아먹고 신한은행도 팔아먹고. 홍농종묘, 중앙종묘 씨앗 회사도 넘겨주었다. 종이가 외국것, 신문지가 외국것이니, 생리대도 외국것이요, 종이귀저기도 외국것이라. 현대정유, 에스 오일, 엘지 정유도 외국것. 브라운관유리도 외국것, 카메라도 외국것, 필름도 외국것, 캠코더도 외국것. 초산도 외국것이고, 폴리우레탄도 외국것, 알루미늄도 외국것이라. 엘리베이터도 외국것, 굴착기도 외국것, 지게차도 외국것, 살충제도 외국것, 맥주도 외국것, 건전지도 외국것, 양주는 당연히 외국것. 일정한 정도 안에서 국내 경제에 외국 자본이 들어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요,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의 주식의 과반이 외국인에게 넘어가고, 금융이 외국에게 넘어가고, 핵심 제조업체인 자동차 산업이 외국인에게 넘어가는 것은 우려스러운 사태가 아닌가. 부의 해외 유출이라는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경제적 주권의 상실이라는 측면에서 우려스럽다는 이야기다. 이것도 모자라 철도를 팔아 먹고 전력 산업마저 해외 매각하려 드니, 장안에는 지금 이런 루머가 떠돌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청와대를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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