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냄새에 영화가 밀리고 있다
돈 냄새에 영화가 밀리고 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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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돈이 몰리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영상산업'에 돈이 몰리고 있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영화펀드들의 소위 '대기자금'이 2000억원 이상이란다. 충무로의 메이저급 영화 한 편 제작하는데 대략 5∼60억원이 소요된다고 본다면 '돈 반, 물 반'이란 농담이 이상한 말이 아닌 지경이다.

이런 배경에는 한국영화의 관객점유율은 40%를 넘어서는 등 역시 한국영화의 상업적인 성공이 있다. 또한, 270만불이 투자된 영화 [친구]가 4,400만불의 극장 수입을 기록하는 등 자본의 수익률이 헐리우드 영화를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통상 헐리우드에서 이 정도의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2,000만불 정도가 투자되어야 한다고 한다).

영상산업에 몰리는 돈은 이런 '민간자본' 뿐이 아니다. 정책자금이라고 불리는 '나랏돈'이 있다. 특히 문화관광부는 올해의 중점사업목표로 '문화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우는 등 문화산업, 특히 방송·영화·비디오산업 등 이른바 영상산업에 쏟아질 자금의 규모들이 현기증을 느끼게 할 정도다. 충무로를 중심으로 한 상업영화에 투자되는 '민간자본'의 경우 투자의 원칙은 철두철미 자본의 법칙을 따른다고 한다. 최소한 '정책자금'과 비교해서 말이다.

글쓴이가 문제삼고자하는 정책자금의 경우, 정치적인 고려와 지역적인 안배, 투자에 대한 철학과 책임이 부재한 공무원에 의해 집행되면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곤 한다. 특히 집행당사자가 그 분야에 무지할 경우엔 문제의 심각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는 소위 권력의 끄트머리에 기생하는 어용전문가들에게 휘둘리고 만다.

광주시가 지난해 9월 개관을 목표로 추진했던 [광주영상예술센터]사업을 보면 그러한 징후가 느껴진다. 시의 영상산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는 양 선전해 대던 사업의 파행에 대해 어찌 속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없는가? 이 사업에 자문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소위 민간전문가들을 끼고 애초 광주지역의 영상환경과 맞지도 않은 계획을, 쏟아지는 시민사회여론을 무시하고 진행한 사업이라면 자신들의 약속만큼은 지켜야 되는 것 아닐까?

최근 지역언론에 '속보'로 전해진 '광주영상위원회' 보도가 현장에 있는 영상활동가들을 답답하게 한다. 언론이 보도한 그 참여인사들의 면면을 무시하더라도, 이정국 감독의 영화 [블루]가 촉발한 '영상위원회'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영상제작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민과 관이 함께 하는 사업이다. 또한, 이를 통해 산업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투자가 뒤따라야 하는 게 당연하다. 무엇보다 광주라는 도시가 영화제작하기에 매력적인 도시여야 한다. 이러한 검토 없이 (부산과 전주의 경우처럼) 관이 마련한 재원으로 소위 '영상산업'을 벌이겠다는 발상이 한심하다.

실패한 영화축제에 대한 반성과 책임은 아랑곳 않고 몰리는 돈의 냄새에 너무 일찍 취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책자금'은 주인 없는 돈이 아니다. 그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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