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도시 '희망의 공동체' 만들기
삭막한 도시 '희망의 공동체' 만들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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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고을 생협 김홍범씨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는 늘 부족함을 느낀다. 힘도 부족하고, 생각도 부족하고... 기도를 통해 힘을 북돋고, 명상을 통해 오롯한 자신을 찾으려 해보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무언가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도움을 받고 나누는 것이 중요할 진데도, 지금의 꽉 막힌 공간, 그 안에서 고립된 사람들은, 서로 도울 수 없다. 아니, 돕는 것을 잊어버린 듯 하다. 아이도 혼자 키워야하고, 혼자 일하고 혼자 놀아야 한다.

'생활협동'이라는 말에서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김홍범(37)님.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그는 맑스주의에 빠져들었다. 기독교청년회활동을 하면서 사회변혁을 꿈꾸며 학생운동을 하던, 그는 운동권이었다. 긴 대학생활동안 세상은 쉼 없이 변해갔다. 정권도 바뀌고, 운동방식도, 사회주의권도... 세상은 달라졌다. 전처럼 극명한 대립전선이 있는 것도 아니였다. "예전의 운동은 투쟁이었죠. '민주주의 민족통일 쟁취하자!'였잖아요?
운동선상의 사람은 늘 소수였고, 다수를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참 요원했죠. 혁명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더라구요." 그는 늘 대중을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 그들이 움직여야 세상이 변하는데... 그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한 고민을 안고 사회에 나왔다. "한마디로 팍팍했어요." 7년여간의 직장생활을 그는 이 한마디로 표현한다. 그러다가 만나게 된 생협. 사회변혁의 꿈을 품고 있던 그에게 그것은 희망이었다. 유기농을 통해 환경을 살리고, 먹는 사람을 살리고, 투명한 유통을 통해 생산자를 살리는 것. 더 나아가 유통마진을 최대한 줄여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서로 나누고 보살핀다는 것. 생협에 대한 이해가 생기면서 그는 잠시 접어두었던 그의 꿈을 보게되었다. "생협운동은 대중운동이예요. 선도투쟁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해요. 그 모두가 주인이구요. 서로 나누고 보살펴요. 이렇게 확실한 사회운동이 어디 있겠어요?"

모든 사회운동은 사회적 모순 때문에 생긴다. 하지만 정작 무서운 것은, 살면서 그 모순을 모른다는 것이다. 자본에 유린당하고 미디어에 현혹된 정신이 그것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그 모순을 하나하나 짚어 싸우는 것이 아닌, 바람직한 방법과 생활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것. 좀더 대중에게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다. 생협운동은 건강한 먹거리 운동과 생활협동, 분권, 참여운동이다. 그 동안 소외되어왔던 여성과 어린이가 주인되는 운동이다.

생협에 대해 말하는 내내, 그는 힘이 넘쳐 보였다. 꿈을 가진 사람의 모습이다. "지금 하는 일이 물품공급이예요. 아침이면 조합원이 주문한 물품 세팅하고 오후에는 배달해요. 저녁 10시 넘어서야 집에 들어갈 수 있죠. 육체적으로 힘든 거, 돈으로 보상받는 거, 직장생활과 비교하면 훨씬 열악하지만, 재미있어요. 보람있고 긍지도 생기고, 조합원 한사람 한사람 만나 설명하는 거. 원시적이지만 얼마나 인간적인데요. 설명들으며 생협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조합원들 보면 정말 기뻐요."

현대사회를 살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있다. 사람들 사이의 정, 나누고 돌보는 마음... 생협운동을 하는 김홍범님은 어느새 우리가 잃어버린 '사람들'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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