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학부모여, 당당히 나서기를!
어머니 학부모여, 당당히 나서기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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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4대 지방선거와 교육위원, 교육감, 대통령선거까지 치러지는 해이다. 각 학교에는 예년에는 등록인원을 채우기도 힘들었던 학교운영위원의 인기가 갑자기 치솟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학년에 두명 뽑는 학교운영위원에 무려 13명이나 입후보한 학교도 있다고 한다. 어떤 학교는 그동안 남자라고는 코빼기도 찾아보기 힘들던 운영위원 선거에 아버지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소문이 돌자 어머니들께서 한발 뒤로 주춤 물러서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학교운영위원이 교육위원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인단이라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가 동네의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학부모들의 회의체라는 점 때문에 지방선거 입지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기형적인 현상이 또한 한가지 나타나고 있다. 일선 교사가 자신의 자녀가 다니는 다른 학교 학부모위원으로 참여하기 위한 후보등록 현상이다. 그동안 교육기관이나 학교의 행정직 일부 공무원이 다른 학교에 학부모위원이나 지역위원으로 참여하여 왔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던 관행으로 교육청에서도 권장하고 있던 사례이다.

필자가 속해있는 '광주전남사회단체연대회의 교육특별위원회'는 며칠 전 교육관련 공무원의 타 학교 운영위원 참여에 대해 자제해달라는 의견서를 광주시와 전라남도 교육청에 전달한 적이 있다. 그것은 두 가지 문제가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에서 보다 더 충실하게 소임을 다 해야한다는 직무의 성실성에 관한 문제이다. 그리고 둘째는 각종 선거가 진행되는 해인 만큼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정하게 임해야 할 위치에 있는 교육공무원으로서 오해의 소지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일부 학교에 교육 공무원은 물론이고 다른 학교의 교사가 학부모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기 위하여 후보신청서가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학교운영위원회가 열리는 시간이 대부분 일과시간인 오후 두시나 세시쯤이다. 그런데 그 분들이 학교운영위원으로 뽑힌다면 그동안 수업이나 근무를 해야 할 시간에 어떤 핑계로 직장을 빠져나와 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현재 학교 운영위원회는 보통 오후 시간에 열린다. 그러므로 학교운영위원은 오후 시간이 자유로운 주부이거나 자영업에 종사하는 학부모들이 주로 참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엄격하게 따지면 누구라도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근본 정신에 위배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어떻든 모든 학교의 운영위원회가 그렇게 운영되어왔다. 그래서 앞으로는 학교운영위원회에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일과시간이 아닌 저녁시간에 열리는 것이 제도적으로 규정되어야 할런지 모른다.

그렇지만 어떻든 학교운영위원회에 직장인이 일과시간에 자신의 일을 놔두고 참여하는 문제는 한번쯤은 제고해야 할 사항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은 어떻든 순수한 교육문제에 대한 관심이기 이전에 누군가를 당선시키기 위한 목적을 가진 것이라는 오해를 피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동안 어머니 학부모들은 학교에 치마바람을 일으키거나 촌지를 뿌린 관행을 만들어낸 당사자라는 유쾌하지 못한 닉네임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그녀들은 그동안 단위 학교의 학부모회나 운영위원회를 묵묵히 지켜온 당사자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일부 학교에서 그녀들은 이제 정작 교육위원이나 교육감 선거에서 한표를 행사할 중요한 순간에 다시 또 단순히 투표의 거수기 노릇을 하기 위해 진출하고자 하는 아버지 학부모들에게 자리를 비켜줘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배짱이 있는 어머니 학부모라면 학교운영위원 자리를 놓고 어떤 아버지 학부모님과 유세를 하면서 투표로서 황야의 한판 대결을 해야할지 모른다. 하지만 어떻든 어머니 학부모들이여, 절대 물러서지 말고 당당하게 학교운영에 참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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