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운림온천'
펄펄 끓는 '운림온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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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한다.
하지만 무등산에서만큼은 이 말이 통하지 않고 있다. 특히 운림온천개발을 둘러싼 12년에 걸친 개발업자와 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간의 싸움은 이 속담을 무색케 한다.

'10년 아니라 100년이 지나더라도, 무등산 난개발을 부르는 운림온천개발은 안된다'며 개발업자측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하면서도 기존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시민단체.

반대로 10년 동안 밥값을 못했다며 이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여느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온천지구 개발권자 (주)프라임월드.

올 들어 양측간의 싸움은 예년에 비해 유달리 뜨겁다. 먼저 불길을 당긴 쪽은 프라임월드. 이들은 온천개발 반대의 중심인물인 김인주 무보협 본부장에게 네 번째로 1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가 하면, 그의 근무지 학교에 이사진이 직접찾아가 항의하는 적극성도 보이고 있다. (본보 2월25일자 보도)

또한 온천관련기사에 대해서도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올리는 등 과거의 조용한 대응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시민단체도 영산강환경관리청 앞 천막농성에 이어 광주시청 앞 1인시위, 그리고 무등산온천개발반대 범시민대책위와 민중연대회의 등 각계 시민단체 대표들이 참가한 지난 13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무등산온천개발 갈등 유달리 뜨거워
문제의 한 축에 시민단체와 개발업체간 해석차
일단락 되더라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


이렇게 외형적인 갈등의 주요 축 가운데에는 한 회의결과에 대한 양측의 전혀 다른 해석이 자리하고 있다.

프라임월드측이 지난 1월 광주시청에 접수한 사업개발계획 변경신청안의 근거가 된 제7차 도립공원위원회의 의결 결과가 그것.

지난 2000년 12월12일에 열렸던 이 회의는 앞서 프라임월드측 제출한 온천개발사업계획서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리기 위한 자리였다. 공원위원회는 소위원회에서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프라임월드측의 계획서를 위원회 투표자 중 14대1로 부결시켰다.

문제는 이 회의에서 부결의 근거가 된 소위원회의 보고서. 보고서는 온천지구내에 있는 △저수지 상단부 수림지역 절대보존 △저수지 만수위시 동쪽수면 중심으로 2/3이상 보존과 저수지 유입되는 양쪽 계류 보존 △보존이 요구되는 상단부 수림지역 및 수면일부를 영구보존키 위해 집단시설지구에 제척해 자연보존지구로 편입해야한다는 의견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보고서를 놓고 이후 시민단체와 개발권자의 해석은 정반대로 엇갈렸다.

무보협측은 '이 사항은 공원위원회에서 부결된 것으로 일단락 된 것'이라며 프라임월드측이 최종 부결된 사항을 억지로 끌고가려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프라임월드측은 소위원회의 의견이 공원위원회의 공식 '권고안'이라며 이에 따라 사업계획을 다시 변경해 지난 1월 시청에 계획변경서를 제출했다.

해석의 차이라면 진실은 뭔가. 당시 소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전남대 임학과
채정기 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공원위원회의 부결은 소위원회의 의견이 받아들여짐으로써 가능한 것이었으므로, 결과적으로 프라임월드측이 소위원회의 '의견'을 공원위원회의 '권고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당시 소위원회의 의견은 광주시로부터 개발권도 얻었고, 소유자이기도 한 사업자측의 요구와, 무등산의 연쇄파괴에 대한 시민단체의 우려 사이에서 최대 공약수를 찾기 위해 장기간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채 교수에 따르면 '권고안'의 핵심은 '절대적 보존'과 '제척'이었다고 한다. 특히 '제척'은 건물이 들어선 자리 외에는 더 이상의 개발을 할 수 없도록 완전히 묶어둔다는 의미로 사업자측의 법적인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

채 교수는 "그러나 프라임월드측이 이번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는 제척에 대한 언급이 없고, 시설물의 위치를 봐도 소위원회의 '결론'과 달리 저수지 동쪽 삼림의 훼손이 필연적으로 예상된다"되며 이후 열리게 될 공원위원회의 부결을 예상했다.

그는 또 "분명 온천지구는 프라임월드의 사유지이긴 하지만 사실 증심사 집단시설지구내에 사는 수많은 영세사업자들은 시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도록 강제하고 있는데도, 등치가 크다고 시가 끌려가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8일이면 영산강환경관리청에서 현재 검토중인 프라임월드의 사업계획변경서에 대한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평가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온천지구에 대한 양측의 기본적인 입장차이와 함께 이와같은 하나의 사실에 대해서도 해석을 달리하는 상황에서 공원위원회의 결정 여부와 상관없이 무등산 온천개발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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