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소풍
겨울소풍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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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소풍

소풍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봄과도 닮았다. 파릇파릇한 들판과 맑게 개인 하늘, 따사로이 내리쬐는 햇볕, 그리고 가벼운 나들이...

아직 찬바람의 기운이 그대로 남아 내리쬐는 햇살의 온기를 빼앗아버리는 늦은 겨울. 도시 한 구석에 숨어 있어 미쳐 가보지 못했던 한 유원지에서 겨울을 느끼고 봄을 본다.
모처럼의 휴일을 맞아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 즐기는 소풍의 풍경이 낮선 유원지의 차가운 겨울풍경과 불협화음으로 어울리지는 않지만 겨울 끝자락을 잡고 햇살을 조금씩 몸으로 느끼며 '봄이구나'라는 자기위안도 가져 본다.

차가운 코발트 빛의 황룡강을 눈 앞에 두고 즐기는 가벼운 나들이속에 스쳐지나가는 단상들이 떠오른다.
어느 시인이 말했던 '우리들의 삶은 세상에서 잠시 나온 소풍길'처럼 사람들의 나들이가 왜이렇게 쓸쓸하게만 보이는 걸까?
흩날리는 바람소리에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는 성급한 봄소풍으로 봄을 미리 마중나와 있었다.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는 숲에서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 차가운 강변의 오리모양의 배들..모노톤의 산과 강둑, 그리고 잔디밭에서 받는 햇살은 제법 봄햇살을 닮았지만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라는 느낌과 함께 밀려드는 허무함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영화 박하사탕에서의 소풍처럼 깨끗하고 순수했던 소풍의 느낌이 달아나버리는 소풍을 떠났다. 마치 초록물고기의 막동이 가족의 소풍에서 본 혼란스럼움의 무거운 현실을 메고 떠나는 소풍이 되어버렸다.
모든 것들이 숨죽이는 겨울의 일상에서 이제 파릇한 봄날의 소풍을 가고 싶다.

                             2002.3.1 황룡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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