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새내기 학부모에게
[세상보기]새내기 학부모에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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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순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전남지부장
항상 이맘때만 되면 학부모들은 바쁘다. 첫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학부모는 입학식부터 며칠간은 아이와 함께 학교에 가서 복도에서 다른 학부모와 함께 동동거리며 기웃기웃 하다가 수업이 끝나면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면서 쉼 없이 무언가를 아이에게 물어본다. 오늘은 선생님이 네 이름 몇 번 불렀느냐, 발표는 몇 번 했느냐, 친구는 몇 명이나 사귀었느냐 뭐 그리 궁금한게 많은지 도통 아이에게 대답할 틈을 주지 않는다. 6년 전의 내 모습이 그러했다.

중·고등학교 학부모는 입학식에 다녀오면서부터 긴장을 풀지 못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에 압도당해 집에 오자마자 학원 전단지를 필독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 엄마를 통해 정보를 얻으려고 애를 쓴다. 1년 후의 내 모습이 그럴까?

이렇듯 첫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많은 학부모들은 '내 자식이 언제 저렇게 컸나?'하는 흐뭇함과 설레임 보다는 '이녀석이 잘 적응해 나갈 수 있을까?'하는 염려와 '나는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묘한 불안감을 느끼면서 옆집 사람들과 어울려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결국엔 학교를 한번 찾아가서 확실하게 도장을 찍고 오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는 결론을 낸다. 그리고 며칠 후에 성의를 담은 촌지와 함께 선생님의 면담은 시작된다.

지금껏 선배 학부모들이 이런 방법으로 해온 덕분에 올해 학부모도 여지없이 수십년전 학부모가 했던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고민을 후배학부모에게 물려줄 것인가? 유치원때까지는 당당한 학부모로서 아이를 보낼 수 있었는데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순간 원인모를 답답함을 두려움을 갖게 된다.

'의무교육=공짜교육'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올해부터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 확대 시행되었는데 국가가 돈이 많아서 공짜로 교육을 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세의 3분의 1이 교육세라고 한다. 이렇듯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것이므로 더욱 더 눈을 부릅뜨고 학교에서 세금을 얼마나 잘 쓰고 있는지 감시를 해야 한다.

옆집아줌마나 아이를 통해 학교소식을 접하기보다는 학부모로서 학교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행정을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구조로서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있고, 학부모의 의견을 대변하고 수렴하여 대변자로서 학교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학부모회가 있다. 또한 자원봉사로서는 학교급식 검수에 참여할 수 있으며, 도서관 자원봉사, 교통봉사가 있다.

학부모도 엄연히 교육의 한 주체이다. 그 동안 제 3자나, 관찰자의 입장에서 학교교육에 대해 비판적이였다거나, 학교에서 원하는 대로 청소나 행사보조자의 역할, 재정적인 후원의 역할만을 했었다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육의 한 주체로 스스로 학교 안에서 학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에 함께 참여하면서 문제점이 보이면 서로 협력하여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때이다. 더 이상 후배학부모에게 지금처럼 똑같은 전철을 밟게 하기 보다는 나부터 건강한 학교참여가 뒤따라오는 후배에게는 커다란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지금 시작해 보면 어떨까?

/최은순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전남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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