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나'가 아닌 '우리'로 보자구요"
"세상을 '나'가 아닌 '우리'로 보자구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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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노랑머리'라는 영화가 나왔었잖아요. 사람들은 그걸 보고 예술이냐 외설이냐 논란을 빚었지만 전 그 영화 보고 울었어요"
'주인공 아이의 가정이, 그리고 이 사회가 그 아이를 잘 보듬어 안아주었으면 그처럼 타락의 길로 가지 않았을텐데…' 두딸을 키우는 엄마이기에 더욱 가슴이 저려오는 아픔을 느꼈다는 나인형(39)씨.

나씨는 딸들을 통해 보다 보람있게 인생 사는 법을 배웠다.
"흔히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이면 호기심이 많아지잖아요. 특히 '성'에 대해서요"
'엄마,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 '남자와 여자는 뭐가 틀려?' 나씨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아이들의 궁금증에 막연한 대답만 할 수 없어 성교육 프로그램에 가입,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애들이 아무것도 모를 것 같죠? 하지만 막연한 대답은 오히려 '성'은 부끄럽고 감춰야 하는 것으로 인식시킬 수 있어요" 성교육을 프로그램을 통해 나씨는 '성'에 대해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 올바른 교육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은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개방적인 문화를 접하고 있어요" 그러나 '내 아이는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는 부모들 때문에 청소년들의 속앓이는 시작된다는 것.

이들을 위해 나씨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라도 알려주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 전화 상담을 시작했다.
"저는 시간이 남고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 봉사활동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나씨가 봉사활동을 통해 배우는 것이 훨씬 많다. "이 세상에는 제가 느끼지 못할 만큼 훨씬 힘들고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것도 '성'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자체가 얼만큼 소중하고 값진 것인가 나씨는 새삼 깨달았다.
요즘엔 중·고등학교를 돌며 성교육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일부 시각에선 자칫 양호교사의 자리를 뺏는 것 같지만 '선생님'이라는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애들과 훨씬 솔직한 시간을 갖을 수가 있다고.
"요즘 아이들은 자체 문화가 부재한데다 젊음을 발산할 수 있는 건전한 장소도 없기 때문에 성에 일찍 눈을 뜨는 것 같다"며 "이 아이들을 이해하는 마음, 한 인격체로 동등하게 대해주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정확한 성지식, 올바른 이성교제, 성에 대한 가치관, 윤리적인 면, 피임법, 성병, 에이즈 등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도록 지도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더욱 중요한 것은 어른들의 모범적인 생활태도라고 강조한다.

아이들 덕분에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나씨. 때문에 1차적인 동지는 딸들이다.
딸들도 엄마의 상담내용 고민을 공유하면서 이 사회를 읽는데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성추행이나 성폭행이 만무한 이 시대. 나씨는 '성'은 감출 게 아닌데도 사회 인식 때문에 자꾸 숨겨지는 것이 오히려 범죄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성교육은 아이들이 아닌 부모부터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혼한 여성이 집안일과 바깥일을 병행한다는 것은 보통 어렵다는 생각이 앞서게 한다. 분명 한쪽은 소홀해지기 마련. 하지만 나씨는 여성들에게 좀 더 넓은 시각을 요구하고 있다. "나와 너라는 관계를 '우리'로 승화시키면 내 아이 뿐만 아니라 이들의 친구까지 보듬어 안는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더불어 내가 할 일이 훨씬 많다는 것을 전하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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