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칼텍스 건강검진 후유증 심각
LG칼텍스 건강검진 후유증 심각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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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여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화학공장에서 화학물질로 인해 직업병의 우려가 있는 노동자가 단 한명도 없다고 한다면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더구나 직업병 여부를 판단할 담당의사가 바뀌는 과정에서 화학물질 때문에 '직업병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내려진 노동자가 '아무 이상이 없다'는 판정으로 바뀌어버렸다면 판정과정에 의사의 소견이 아닌 외부적인 요인이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일이 여천공단 내 LG칼텍스 노동자들에 대한 검진에서 벌어져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직업병 요관찰자가 정상으로 뒤바껴
담당의 무자격 특수검진자로 드러나 병원측 처벌받아
노조 의도적 축소 은폐 의혹, 당사자 처벌 요구


LG칼텍스는 지난 99년부터 광주광역시에 있는 김병원과 계약을 맺고 800여명의 노동자들에 대한 검진을 실시해왔다.
이 회사는 유기용제를 취급하는 회사로 6개월에 한번씩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하도록 돼 있고 이에따라 김병원은 지난 2000년 4월 19일부터 6월 20일까지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특수건강검진 의사였던 김양옥씨(조선대 산업의학과 명예교수)가 중도에 사퇴하고 장모씨로 교체됐고 김씨의 판정결과도 함께 바뀌면서 시비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김씨가 만성피부염, 두통, 불면증, 현기증, 건망증 등 소견을 토대로 직업병 요관찰자(C1)로 판정했던 4명의 노동자가 정상(A)으로 뒤바뀐 사실이 드러났다.
특수검진 자체가 노동자들의 건강관리를 사후치료보다는 사전예방이 주목적인 점을 비추어볼 때 직업병 요관찰자 항목은 오히려 직업병자(D1)보다도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밖에도 김씨가 직업병자(D1)로 판정을 내렸던 1명을 직업병 요관찰자(C1)으로 하향변경하는 등 80여명의 기록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검진당시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 최근에야 드러나자 LG칼텍스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측과 김병원측이 특수건강검진기록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은폐한 의혹이 있다"고 성토하고 나섰다.
LG칼텍스 노동조합은 이날 "병원과 회사의 유착관계에 의해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이 난도질 당하고 있다"며 "조작책임자와 기관에 법적, 도의적 책임을 묻고 당사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또 최초 검진결과 판정당시 담당의사였던 김양옥교수는 판정을 내릴 당시 병원장으로부터 간접적으로 판정에 대한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김교수는 "병원장이 회사측으로부터 'LG회사에 흠집을 내기위해 C1판정을 많이 내려고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는 항의를 받았다는 말에 불쾌한 압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김교수의 판정결과를 번복한 담당자가 특수검진 결과를 판정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의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방노동청은 이처럼 사안이 확대되자 자체조사를 통해 김병원에 업무정지 4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노동청이 밝힌 행정처분의 이유는 <검진의사인 김양옥이 판정한 결과를 제3자가 변경, 통보한 사실>과 <판정내용 변경과정에 특수건강진단기관 지정의사가 아닌 자가 판정에 관여한 사실>이다.
직업병 요관찰자가 정상으로 바뀐 사실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다.

김병원측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김교수가 검진과 판정을 하는 과정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에 규정된 절차보다 훨씬 정밀한 검사를 실시했었고 김교수 사퇴 이후에 이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당초 판정과 다른 판정이 나타나게 됐다"며 "김교수의 방식이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그럴 경우 근무시간 축소에 따른 불만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전한 것은 사실이나 다"고 밝혔다.
김병원측 주장은 김교수가 검진당시 규정에 따라 임상수치를 넣어 등급을 정하는 '공신력 있는'방법에 그치지 않고 개인문진표 등을 활용, 너무 세밀하게 검진하고 등급을 매겨 재판정이 나왔다는 이야기다.

"노동자들의 건강진단은 연례행사에 그치고 '사전예방'에 충실하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사례는 재발될 가능성이 항상 잠복돼 있다"는 김교수의 말이 새겨들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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