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토론을 두려워하랴!
누가 토론을 두려워하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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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문화적 공공성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전문성을 결여한 관료중심 문화행정의 문제와 문화민주주의의 원칙을 결여한 편협한 전문가 중심주의'의 문제라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첫 걸음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인가?

현재 문화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전반에 걸쳐 '토론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구구한 언설들과 비법들을 언급하였기에 주장을 더하기보다는 오히려 제대로 된 토론문화가 문화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임을 강조하고 싶다. 다양한 문화적 현안들을개인적으로나 소수에게 한정된 방식으로 차폐시키지 않고 문화적 공공영역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 즉 공론화 된 토론을 활성화시켜 풍요로운 생산적 담론들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공론화 된 형식을 마련하는 틀은 모임의 성격이나 주제, 참여자들의 전문성 여부에 따라 포럼, 세미나, 심포지엄, 콜로퀴엄, 집담회, 간담회, 공청회 등으로 구별해 볼 수 있다. 모두가 한가지 사안, 혹은 몇몇의 세부적 주제들을 가지고 참여자들이 다양한 견해와 가치를 공유 내지 평가하는 방식들이며 여기에는 인류의 오랜 지적 전통들이 내재하고 있다. 토론문화,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건강한 비판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것은 비판이 곧 자신에게 어떠한 형태의 불이익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는 불안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위계적인 질서를 온존시키고자 하는 경향이 강한 집단이나 개인은 비판문화는커녕 토론문화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가장 활발한 토론이 형성되어야 하는 학계에서조차 학술대회장이 일종의 '이론 리셉션장이 된지 오래'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문화연대에서는 지역의 문화적 이슈가 되었던 사안들에 대해서 몇 차례의 공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었다. 모두가 첨예한 대립점을 형성하고 있는 문제들이라 토론회 자체를 성사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힘들고 아쉬웠던 점은 '공론화 된 토론회'라는 형식을 거부하며 사적인 방식, 또는 몇몇 사람들만의 의견조정으로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상대편의 집요한 노력과 의도적 방치였다. 결국 이와 같은 현실을 보면서 이것은 단지 견해의 차이가 아니라 오랫동안 축적되고 구조화 된 문제들이며 -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합의해 나가는 과정에 대한 문화적 체험의 부재 - 현재의 다양한 의사소통방식(인터넷을 포함한 대안매체)을 한 집단이나 개인이 어떠한 차원에서 수용하고 있는가에 따라 의사합리성의 큰 편차가 나타남을 보았다.

토론회라는 형식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미덕은 일종의 '이야기 난장'을 통해 어떤 문제들을 해소하거나 소통하는 매개적 기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까발려지고 비판과 반비판을 통해 종국적으로는 반목과 대립보다는 견해차이에 대한 상호간의 교감이 형성되어 완충역할을 하는 긍정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현재 토론회를 개최여부를 놓고 지역의 가장 큰 문화적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은 '금남로 조각의 거리' 조성사업이다. 결국 1차 조성사업에 대한 평가 토론회를 끝까지 거부하고 있는 동구청과 추진위원회의 작태를 보고있노라면 '관료중심의 문화행정과 문화민주주의의 원칙을 결여한 편협한 전문가들이 결탁한 폐해로 여겨진다.

올해에 2차 조성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동구청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시민
사회단체에게 추진위원회에 직접 참여해서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면 형식논리적으로는 타당해 보이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평가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대안모색이 가능하고 시기적으로 토론회가 적절하지 않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상식으로 접근하고 싶다. 벌써 마음은 표밭으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의례가 아닌 건강한 비판과 대안모색을 위한 맞짱(?) 뜨는 토론문화가 형성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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