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와 문화감리제도
지역축제와 문화감리제도
  • 김호균
  • 승인 2002.03.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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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엔 전례없는 지역축제들의 잔치가 벌어질 것 같다. 봄에 펼쳐질 지역축제들은 지리산의 산수유꽃, 백운산의 고로쇠, 함평의 난 등 봄맞이하기 좋은 자연을 소재로 삼아온 것들이 주류를 이룬다. 뿐만이랴. 미술을 테마로 펼치는 광주비엔날레와 스포츠 제전인 월드컵이 열리게 된다.

이러한 축제의 홍수 속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우리 지역축제들은 홍보는 난무하되 평가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시작은 있으되 끝이 없는 기이한 현상이다. 바꾸어 말해 올해의 지역축제에 있어서도 주민들은 구경꾼이나 축제의 대상에 불과할 것이고, 지난해에 진행해온 고답적 프로그램은 별 반성없이 돌아들 갈 것이다.

축제의 주체인 주민참여 문제, 고답적인 프로그램 극복을 위한 기획과 집행에 있어서의 전문성 확보방안 등은 여전히 '쇠귀에 경 읽기'가 될 공산이 크다. 축제와 관광이 접목하는 문화관광의 목표를 명확히 하여 직접적으로 지역활성화에 기여한다거나 하는 전략 없이 막연히 연례행사 치르듯 흘러가고 말 것이다.

몇몇 축제를 제외하고는 지역축제가 내실을 기하지 못한 채 기획사에 끌려 다니거나 표류하고 있는 실정인데,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각 자치단체가 축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증거는 축제에 대한 정확한 사후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거나 이루어진다 해도 내부적 자평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면 확연해진다. 축제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어찌 평가자체를 수수방관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축제 주체자의 자평은 자신이 치러낸 업적(?)에 대해 관대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객관적인 평가란 기대하기가 어려운 형편인 것이다.

사실 축제란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하여 실행하더라도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공적인 축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축제에 대한 철저한 기록과 전문가에 의한 축제평가가 필수적이다.

이제 이런 객관적 축제평가가 가능할 수 있도록 문화감리제도를 현실화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이러한 문화감리제도를 통해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프로그램 평가에서부터 축제방문객들의 성향과 만족도 및 불만사항들을 파악하여 다음 축제에 피드백(feedback)하려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제효과 분석을 통하여 이벤트를 통한 지역 유입액과 지역외 유출액을 분명하게 측정하고 어느 부분에서 이익이 실현되었는지를 알 수 있도록 경제적 효과를 측정하는 과학적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축제평가조사를 하려면 돈이 드는데 빠듯한 예산으로 그것까지 어떻게 하느냐는 반문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역으로 축제의 과정 중에 평가작업을 축제의 내용으로, 또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열린 인식의 전환을 하고 나면 가능하지 않을 것도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에서 축제평가감리제도를 조례로 제정하고 이러한 피드백장치가 지속성을 갖도록 정례화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축제 예산에서 일정 금액을 축제평가 예산으로 남겨둘 수 있는 합법적인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축제의 질적 발전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감리시스템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지역 문화예술단체와 시민단체가 내·외부 전문가들로 축제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자체 가동하는 선례와 전범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문화가 소비적인 것만 아니라 지역활성화에 기여하는 생산적인 것이라는 타당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근거를 피드백시스템을 통해 확보해내야 할 것이다.

매년 벌어지는 각종 축제를 보면서 우리들은 어쩌면 미셀푸코의 판옵티콘의 감시탑에 스스로 올라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수많은 독방에 갇힌 죄수들이 나를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자기 자신에게는 여러 가지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만 별 뾰족한 수 있겠냐면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발급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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