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유지는 퇴보, 끊임없이 배우며 산다"
"현상유지는 퇴보, 끊임없이 배우며 산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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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민우회 미디어 모니터 팀장 제갈현희씨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큰애와 제법 말을 하기 시작한 4살짜리 둘째.
어느날 애들이 TV시트콤을 보면서 웃는 것을 지켜보던 제갈현희(44)씨는 깜짝 놀랐다.
애들이 내용을 이해하고 재미있어 하기보다 연기자들의 '오버액션'을 더 즐거워했기 때문. "웃긴 장면이 나오면 그냥 웃는 것이 아니라 옆사람을 치고, 쿠션을 던지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애들이 즐거워하고 나중에 그 모습 그대로 따라해요"

이런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띄면서 제갈씨는 미디어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시청법을 가르쳐 줄려면 저부터 알아야 하잖아요" 마치 운전자가 운전을 하기 위해선 도로교통법을 알아야 하듯 이 일도 마찬가지. 그래서 제갈씨가 시작한 일이 광주여성민우회 소모임 미디어 모니터 활동과 한국방송위원회 광주지소 심의위원.

내용보다는 흥미 위주의 만화들, 내용보다는 캐릭터를 중시하는 상업성 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끊임없는 감시와 비판이다. 제갈씨는 미디어가 아이들의 순수한 꿈까지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애들한테 뭔가 고민해서 결론을 낼만한 시간을 전혀 주지 않잖아요"
이에 그는 모든 엄마들을 향해 "자녀와 함께 TV를 보면서 수다쟁이가 되자"고 권한다.

"이 프로그램 재미있니?",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끝날 것 같니?", "그 프로그램을 보면 무엇이 생각나니?", "현실에서 과연 그런 문제가 일어날까?", "다른 문제해결 방법은 없을까?"
프로그램에 대해 함께 평가하고, 아이들의 상상을 엿보기도 하고,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낀 아이들의 감정은 어떤지, TV와 현실의 세계에서 느끼는 괴리감이 있는지, 폭력적인 프로그램의 끝맺음을 아이들은 어떻게 그려내는지 서로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부터 미디어의 변화는 시작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여기에 그의 사는 법도 엿볼 수 있다.
"현상유지는 '퇴보'다" 그래서 끊임없이 배우며 삶을 갈고 닦는 것이 제갈씨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배우기를 좋아했던 천성 덕에 그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대학원에 입학해 공부를 할 정도였다. 그러나 학교를 다니는 것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다.

이젠 아이들을 위해 배우고 있다는 그는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 또한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여럿이 더불어 살며 사회의 조그마한 부분부터 바꾸는 것도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여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여성민우회 와서 여성인식지수 테스트를 해봤더니 턱없이 낮은 점수가 나왔어요. 정작 여성에 대한 고민은 많이 못하고 살았던 거죠"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미디어를 통해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나 여성에 대한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을 공부하면서 그는 여성의 문제가 더불어 함께 하며 풀어야 할 문제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고용 평등법이나 육아 휴직 문제 등의 문제들이 여성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가 국가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임을 그는 알았다. 때문에 그는 여성들이 뭉치는 것은 '일'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운동'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가 덧붙인 한마디 "인생의 방부제는 '정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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