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약한 것이 우리 삶의 진정한 뿌리"
"작고 약한 것이 우리 삶의 진정한 뿌리"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2.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창간1주년 특집-세상속 이야기를 통해 본 '시민의소리'>


"내가 인터뷰를 한 것이 무슨 요행을 바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래서 많은 언론사들이 취재를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지만 일절 인터뷰를 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저는 내놓을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사람이예요"
한 때는 건설회사 사장까지 지냈으나 IMF 등으로 인해 회사 부도가 나고 어려움을 겪다가 다시 구두방을 운영하며 새 삶을 살고 있는 김병하씨(10월 15일자)는 예전처럼 아침에 공장가서 재료를 사오고 하루종일 손님들을 기다리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반도상가 맥가이버로 불리우는 이재규씨(6월 18일자)는 기사가 나간 뒤로 오히려 '귀찮은' 일이 많아졌다고.
"손님들이 고치진 못하고 버리기엔 아까워 놔뒀던 물건들을 가져와 저보고 고쳐달래요. 저라도 별다른 재주가 있겠습니까. 다만 일부러 저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죠" 신문에 얼굴 실린 '사건'이 이씨에게는 예전보다 더 큰 책임감을 안겨준 셈.

반도상가 맥가이버, 장성 '홈지기', 들꽃부부, 별난 택시기사…
우리주위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알짜 고향소식을 전하는 '장성닷컴' 홈지기 이태정씨(6월 25일자)도 최근 활동 1주년을 맞이하면서 홈페이지를 개편하는 등 고향을 위해 매일 일거리를 찾아다니고 있다. 들꽃을 사랑하는 동갑내기 김성남, 박지애 부부(4월 14일자)도 들꽃과 함께 봄맞이 준비가 한창인가 하면 백화점 안가는 별난 택시기사 강원기씨(3월 5일자)는 기사 이후 백화점 측이 신문을 통해 강력히 항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백화점과는 담을 쌓고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이번달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 장의사 이용욱씨(9월 17일자)는 기사가 보도된 뒤 주위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과 격려 덕분에 3년 넘게 대화가 없었던 아버지와의 관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오기도 했다.

지난해 세상속 이야기를 전했던 1백50여명의 사람들. 이들은 모두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아니고 유명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겐 남들과 다른 꿈이 있다. 이들은 근본이 고려되고 자본의 질서에 모든 것이 다 휩쓸리지 않는 세상,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존중이 살아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큰 것, 강한 것, 힘센 것, 자극적인 것이 세상의 중심에서 위압하는 이 시대에 작은 것, 약한 것, 소박한 것이 우리 삶의 진정한 뿌리라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것"…잔잔한 감동

취재요청을 하면 모두 한결같이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신문에 나온다요' 하며 의아해 했지만 이들이 쏟아낸 말 한마디 한마디는 피땀 어린 경험으로 이 세상을 살아 온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지혜에서 비롯된 삶의 철학을 갖고 있었다.

이런 모습에 대해 독자들은 더욱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고 전한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줬다"며 한번쯤 찾아보고픈 사람, 답답한 세상에서 희망의 숨소리를 느끼게 해 주는 사람들이라고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세상속 사람들은 이 작은 격려에도 겸손해진다. "주변에서 신문을 들고 찾아고 이같은 칭찬을 늘여놓아도 언론이라는 힘에 의해 내 삶이 오히려 포장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는 이들은 특별하고 갑작스런 변화를 원치 않는다고 전한다. 자신의 삶터에서 순리를 따르며 열심히 살아가는 게 작은 소망일 뿐이다.

때문에 이 세상이 아무리 엉망진창이라고 해도 이들처럼 순수한 영혼을 향한 지향을 일상에 잊지 않고 사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은 살만한 것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