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미국' 어찌 할 것인가
'내 안의 미국' 어찌 할 것인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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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은 그의 '악의 축' 발언으로 뜨거운 이슈가 되어왔다.
사실, 난 부시의 방한이나 그의 발언이 지닌 국제정치학적 의미는 잘 모른다. 단지 보도를 통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핵심은 '악의 축'과 '햇볕정책'의 대립에 있는 듯 싶다. 부시는 지난 해 9.11 테러 사건 이후 '우리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입장을 고집하면서 북한을 이라크와 더불어 미국과 미국의 우방을 위협할 수 있는 최악의 국가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일방적인 태도는 말할 것도 없이 김대중 대통령이 그동안 심혈을 기울인 대화와 화해의 햇볕정책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되었다.

이에 대한 논란들이 엄청나게 소란스럽다. 언론보도도 그렇지만, 일상적인 술자리에서도 다혈질인 사람들은 이 때문에 지나칠 정도의 말싸움을 예사로 한다. 그 때마다 난 이상스러운 생각이 들곤 했다. '악의 축(axis of evil)'이라는 언어적 표현이 주는 거부감은 분명하지만, 언제 미국이 북한을 곱게 본 적이 있었던가를 되짚어보면 뭐 그리 흥분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요즘 강경주의자로 유명한 미 라이스 안보보좌관의 "한반도의 평화는 북한의 선의가 아니라 한·미간의 강력한 동맹에 의해 유지돼 왔다"는 지적과, 김대통령의 '확고한 한·미 동맹' 강조가 겹쳐지면 난 혼란에 빠진다. 북한의 선의(善意)에 대한 기대 때문이 아니다.

도대체 우리에게 미국이란 무엇인가?
우리에게 미국은 참으로 곡절이 많다.
영원한 우방에서부터 격렬한 구호의 반미(反美)에 이르기까지, 특히 이번 '악의 축' 발언은 민족 간의 화해를 깨고 전쟁의 재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서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광주의 어느 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한민족의 생존은 안중에도 없이 오직 자국의 이익에만 혈안이 된 미국의 오만함에 실망함을 넘어 민족적 모멸감까지 느끼게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맞다! 미국은 언제나 나에게 모멸감을 안겨주었다.
'내 안에 있는 미국'은 날 항상 움츠리게 만들었다.
미국사람만큼 키가 크지 못한 것도 그렇고, 영어를 잘 하지 못한 것도 부끄럽고, 심지어 주변의 친지들은 아이를 고등학교 때부터 미국 유학을 시키고 있는데 난 그렇지 못하다는 것도 마음을 찜찜하게 만들고, 지금은 고등학교와 초등학교 다니기 때문에 머리에 물을 들이지는 않지만 이 녀석들이 대학에 가면 금방 노랗고 빨갛게 머리에 물을 들일 것이라는 불안감은 더더욱 날 심란하게 하면서 영 기를 펴지 못하게 한다.

이것뿐이 아니다.
아무래도 미국은 경쟁에서는 절대로 질 수 없고, 자신이 조금이라도 손해보면 절대로 참지 못하는 경제적 사고(思考)의 화신(化身)이 아닐까 싶다. 이번 '악의 축' 발언도 이의 연장선에서 이해될 수 있다. 경쟁력도 없고 경제적 판단이 엉망인 나로서는 미국이 무섭다. 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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