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이 말하는 '오월 광주'
흑과 백이 말하는 '오월 광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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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먹바탕 화면 속에 저마다 한 손에 횃불을 치켜든 사람들의 행렬이 끝없이 넘실대며 어둠을 밝히고 있다. 단발머리 여자아이에서 머리에 광주리를 인 여인까지. 80년 5.18은 이 나라 민주주의의 횃불을 밝히는 사건이었음을 보여주는 한 점의 흑백 판화(1983년작). 5월광주의 대표작가로 잘 알려진 홍성담. 그의 '광주오월연작 판화전'이 다음달 5일까지 광주시 북구청 1층 민원실의 갤러리에서 열린다. 81년부터 88년까지의 작품 47점 모두가 오월항쟁을 소재로, 폭풍 같은 역사의 현장에서 작가가 겪었던 격정과 분노, 슬픔과 아름다움을 마치 사진첩처럼 하나하나 생생히 살려 내고 있다. <font color="green" size="2" face="고딕체"><b> 항쟁의 처참함과 아름다운 공동체가... 홍성담 '광주오월연작 판화전' 다음달 5일까지 북구청 갤러리 </b></font> 초점 잃은 눈으로 바닥에 피흘리며 쓰러진 임산부와 영문을 모른 채 그런 엄마를 만지고 있는 어린 아이(81년작. 혈루2)의 모습에선 항쟁의 처참함이, 시민군 트럭을 반기는 시민들과 김밥을 만들어 시민군에게 전하는 아주머니의 모습(84년 작. 대동세상)에선 죽음을 넘나드는 처절한 현실 속에서 피어난 공동체의 아름다움이 그려지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오월을 형상화한 작가의 많은 작품들과 함께 이미 수많은 팜플렛이나 책의 표지 디자인으로 인용되기도 하면서, 오월항쟁이 폭도들의 난동이 아닌 광주시민의 높은 시민의식과 공동체정신의 결과물임을 보여주는 기념비적 작품이기도 하다. 이밖에 오월항쟁 당시 도청 지도부의 핵심이었던 윤상원 열사를 형상화한 '광주문화신장, 광대패 윤상원열사'(83년작), 오월항쟁의 지향이 분단조국의 통일에 있음을 선명히 말해주는 '깃발춤(84년작)' 등 이미 잘 알려진 그의 작품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광주시 북구청 외벽화의 제작자이기도 한 홍성담은 조선대 미술과를 졸업하고, 95년 1회광주비엔날레와 2000년 3회비엔날레 본전시 한국작가로 참가 했으며, 그 밖의 다수 기획전과 개인작품전을 가졌다. 그의 작품은 엠네스티 국제본부(영국), 양심수를 위한 함부르크재단(독일), 글래스고우 국립현대미술관(영국), 삼성미술관(서울), 서울시립미술과, 광주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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