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왜 '광주다시읽기'였나
에필로그- 왜 '광주다시읽기'였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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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와 정체성

광주를 어떻게 가꿔야 할까.

지난해 광주시에 제출된 '빛과 생명의 문화광주2020' 프로젝트의 책임연구원 정근식 교수(전남대 사회학과)는 문화의 관점에서 광주의 도시발전을 볼 때 20세기 전 기간은 도시계획의 연속된 시행착오와 부정적 유산이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첫째 광주는 '식민지도시'다. 바로 1962년 제정된 국토건설종합계획법과 도시계획법에 따라 1967년 처음으로 광주의 현대적 도시계획이 만들어졌지만 이는 1910년대 광주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배제된 가운데 식민당국과 일본인 주도하에 수립된 광주 최초의 도시계획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일제때의 도시계획은 광주특유의 문화적 경관이나 자원은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둘째 60∼70년대 경제성장기에는 미래의 장기적 변화를 내다보지 못한채 근시안적으로 문화공간 확보를 등한시하고 환경적 관점을 무시했다. 경양방죽이나 태봉산의 매립, 도로 확장시 노거수 제거 등이 대표적이다.

경관 자원 무시 일제가 만든 최초 도시계획
경제성장기 전통파괴 성장위주 개발로 이어져
80년대 시대정신 담지못한 시행착오 계속

광주의 역사 사람 공간 읽기 바탕으로
새로운 민주 예술도시로 전환 시작하자


이어 80년 엄청난 정치적 사건을 겪으며 형성된 광주의 정치적 공간도 도시계획에 반영되지 않았고 결국 도시는 지금까지 시대정신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연 광주의 흔적은 어딜가야 제대로 만날 수 있는지 되묻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 교수는 과거 20세기가 식민지지배의 효율성이나 공업중심의 생산성 제일주의가 불가피한 시대적 대세였다면 21세기는 문화적 관점의 효율성과 미학성이 결합될 필요가 있다며 도시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문화도시=광주만들기(문화광주 2020)의 이론적 배경이기도 한데 바로 민주-예술 이원론으로부터 통합론으로, 전통파괴형에서 전통보존형으로, 문화소비론에서 문화생산론으로, 도시성장형에서 문화복지형으로의 전환이다.

■ 왜 도시읽기인가

하늘에서 광주를 내려다본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광주다시읽기'는 우선 이같은 구상에서 시작했다. 혹 시골이 고향이라면 잠시 눈만 감아도 아련하나마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이미지가 살아있다는 의미다. 광주도 그런다고 생각해보자. 알아보기 쉬운 도시인가 말이다.

도시계획학자 케빈 린치(Kevin Lynch)는 자신의 저서 '도시의 상'(The image of the city)에서 '알아보기 쉬운 도시란 그 안의 구역이라든가 표식, 도로 같은 것이 손쉽게 알아볼 수 있고 또 쉽게 전체적인 패턴을 짐작케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린치는 알아보기 쉽다는 것이 도시환경에 있어서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다고 주장하고 그것이 도시를 개조하는데도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도시의 상'을 교재로 활용하며 대학강의를 하는 류영국 박사(광주대 겸임교수, 전 광주시 도시계획상임기획단 수석연구원)는 읽기 쉬운 도시는 시민과 소비자를 위한 도시라고 설명한다.

도시가 읽기 쉽다면 시민들이나 연구자, 공무원 할 것 없이 누구나 도시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해결하는데 어렵지 않게 합의를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읽기 쉬운 도시라면 관광객들도 찾기 쉬운 도시가 될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또 그렇다면 시민들도 외지인들에게 더 친절할 수 있을 것이다.

'광주다시읽기'는 그래서 시작한 것이다. 이를통해 광주를 제대로 읽고,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단초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정말 광주를 디자인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광주를 제대로 읽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건성으로 읽지나 않았는지, 아예 잘못 읽은 것은 아닌지도 걱정이다.

기자의 입장에서 도시읽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만큼 광주는 어려운 도시란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도시는 역사, 사람, 공간, 철학 등 종합적인 시각을 통해서 볼때만이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자에게는 근본적인 한계였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를 어떻게 볼 것인가, 어떻게 바꿀 것인가 등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계기가 됐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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