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모으니 없는 길도 뚫리더라
지혜 모으니 없는 길도 뚫리더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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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부터 광주시 서구 상무동, 금호동, 풍암동 주민들의 삶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기존 마을버스의 운행노선이 일부 변경된 정도이지만, 주민들의 합리적 대안제시와 그에 따른 노력이 일궈낸 소중한 결과다.

15개 아파트단지를 포함한 인구 6만의 대규모 주거단지 상무지구. 특히 광주시청 신청사를 비롯한 공공시설들이 잇따라 건축 또는 입주중이며 인구의 급증과 함께 E마트와 롯데마그넷 등 대규모 유통할인점도 들어섰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러한 편리시설들을 이용하는데 늘 애를 먹어왔다. 버스노선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에 특히 주부들의 경우 유통할인점을 이용하는데 불편을 호소해온 것.

"지난해 유통업계 셔틀버스가 없어지면서부터는 택시를 타기도 어중간하고, 걸어다니자니 장바구니가 무거워서 애를 먹었죠. 승용차는 낮에 남편이 직장으로 가지고 나가잖아요."

상무1동에 사는 김순덕씨(여.34)는 집에서 나설 때는 걷고, 할인점에서 돌아올 때는 택시를 이용하곤 했다. 결국 할인점에서 아낀 비용을 택시비로 날리고 있었다.

물론 시내버스노선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666번과 27번 두 개 노선은 상무지구를 남북으로 지나쳐 갈뿐 동서로 관통하는 노선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요구에 맞지 않았다.

6만여 상무지구 주민 할인점도 택시나 걸어서
민.관.기업체 수차례 협상 마을버스 노선 늘려


결국 아줌마들이 나섰다. 주력군은 상무소각장투쟁으로 단련된 상무지구 아파트부녀회장들. 이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광주시에 시내버스 노선변경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난색을 표했고, 이에 묘안을 짜낸 것이 바로 마을버스였다.

이번 일을 주도했던 상무지구 금호쌍용아파트 부녀회장 김정님씨(여. 48)는 "마을버스는 구청이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주민민원이 시의 경우보다 훨씬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특히 새로운 비용이 들지 않고서도 노선변경을 통해 불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일단 판단이 선 부녀회에선 지난 10월말 이틀만에 '조직력'을 동원해 5천명이 넘는 주민서명을 받아내 청원을 넣기도 했다. 서구청도 주민들의 제안에 공감하고, 금호마을버스(대표 이경면)를 통해 주민 의견이 반영될 구체적 방안마련에 나섰다. 그리고 두 달에 걸쳐 민·관·기업체간 수차례 만남이 이어졌다.

결국 지난 5일 풍암지구에서 금호지구를 거쳐 상무지구를 동서로 관통하던 마을버스는 기존 5대에서 7대로 증차해 20분·25분 간격으로 운행거리를 늘리고 노선도 주민요구를 수용하는 안으로 확정해 운행에 들어갔다.

9일 롯데마그넷 앞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박순정씨(여.50. 서구 풍암동)는 "'그림의 떡'이었던 곳을 맘 편히 다닐 수 있게 돼 너무나 기쁜 일이예요"라며 작은 삶의 변화에 반가워했다.

물론 아직 정비할 사항이 남아 있다. 서구청 담당자는 "일단 시행을 했지만, 정확한 배차시간을 비롯해 확인점검을 할 부분이 많다"며 "빠른 시일 안에 주민들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상태로 정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이용자수도 적고 주민홍보나 정류장 표시시설도 부족하다. 하지만 주민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대안 있게 제시하고, 관할청이 이러한 주민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변경된 02-1번 노선은 풍암지구 신암마을을 기점으로 신암초교→ 동부아파트→ 남양아파트→ 종원아파트 →서구문화센터→운천동 →상무고 →E마트 →마그넷 →광주시신청사 →현대아파트 →상무지구 라인동산아파트다.

02-2번 노선은 풍암지구 공구상가를 출발해 풍암동중고자동차매매상가 →풍암2지구 →종원아파트 →서구문화센터 →금호1,2지구 →상무중 →운천저수지 →현대산부인과를 지나 호남대 육교 앞을 종점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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