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촌중 박흥균 교장 임기 늘려주세요
대촌중 박흥균 교장 임기 늘려주세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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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님! 우리 교장선생님 이대로 떠나 보낼 순 없습니다. 1년만 더 있게 해주세요"
지난 12월 말 대촌중학교 학부모들이 교육청을 찾았다. 박흥균 교장 임기 연장을 부탁하기 위해서다.
"우리 교장선생님 없으면 절대 안되요" 학부모들은 대촌중학교의 운명이 박교장 손에 달렸다며 오는 2월 정년퇴임을 하는 박교장을 초빙 교장으로 임명해 달라고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한해에 교사들이 두 세번씩 바뀌던 대촌중학교. "말만 광주시지. 시내에서 버스로 1시간 반 걸리는 이곳은 시골이예요. 더구나 그린벨트 지역이라서 농가들도 더 이상 늘어나지 못하게 제한되어 있어요"라는 학부모들의 말처럼 이같은 환경에서 교사들이 버텨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대촌중학교를 다른 학교로 가기 위한 '간이 정거장'이라고까지 표현한다.

4년전만해도 교육환경 열악한 '촌학교'

교사들의 잦은 이동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학생들이다. 안정되지 못한 학교 분위기에 애들이 공부에 취미를 갖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또, 대촌 내에 학원 하나 제대로 없던터라 시내권 학생들에 비해 실력이 뒤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우리 애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으레 '대촌촌놈'이라고 놀림을 당하며 무시당하기가 일쑤였다"고 부모들은 그동안 편치 못했던 마음을 털어놓는다.

"농촌 지역이라 모두들 농사일에, 하우스 일까지 정신없어 아이들 돌볼 틈이 없는데 학교조차 제 역할을 못해 주는 게 마음이 아팠죠" 그래서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 대촌중으로 보내지 않으려고 시내로 전학시키는 부모들이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4년전 박교장이 이 학교로 부임해 오면서 학교가 달라졌다. "하나라도 잘 해서 아이들에게 긍지를 심어주고 싶었다"는 박교장이 전교생을 대상으로 직접 영어와 한자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복도를 지나가다 학생을 만나면 무조건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이 이 학교의 새로운 '습관'이 됐을 정도다.
또,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박교장은 교사들의 잦은 이동을 막기 위해 교사 점수제를 도입해 장기간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 머무를 수 있도록 조처했다.

박교장 부임후 몸소 영어·한문교육
교사 잦은 이동 막아 학교분위기 확 바꿔


낡았던 학교도 새 건물로 바뀌었다. "누가 정년퇴임 앞두고 직접 계획서 작성해 올리면서 학교 건물 지어보려고 노력하겠습니까" 교육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박교장은 이제 아이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까지도 가장 존경하는 스승으로 손꼽힌다.

"애들이 집에 오면 교장 선생님 자랑에 입이 쉴 틈이 없어요" 전교생 중에 누가 지각을 가장 많이 하는지 하나 하나 기억할 정도로 학생들 신상을 전부 꿰뚫고 있다는 박교장. 이에 다른 교사들도 자연히 교장의 모습을 본받고 있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평이다.

이렇듯 학교가 변하니 학부모들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비록 하우스며 농사 일에 바쁘지만 학교 행사가 있으면 떡이라도 만들어 가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이제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대촌중학교가 다른 학교에 비해 절대 뒤처지지 않는 학교임을 자부한다. "박교장님께 배웠던 우리 아들 고등학교 가서 다른 애들보다 오히려 영어실력이 나은 걸요" 이처럼 4년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대촌중학교의 모습을 느낀 것은 박안순 씨 뿐만이 아니다.

"정년퇴임 박교장, 초빙교장으로 임명을…"

그런데 박교장이 정년퇴임으로 학교를 떠난다는 소식에 학부모들은 "눈앞이 캄캄하다"고 표현한다. "학교 체계가 제대로 잡히려면 몇 년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지금 교장 선생님 가버리시면 대촌중학교는 또다시 예전 촌놈들의 학교가 되버릴지도 몰라요"

박교장을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교육감이 초빙 교장으로 임명하는 것. 이에 학부모들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교육청, 국회의원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박교장의 임기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교육청은 광주에서 시도해 보지 않은 제도라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편법이라도 쓰고 싶은 심정인데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못할 것 없지 않느냐"며 교육감의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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