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학부모를 생각한다
교육현장, 학부모를 생각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1.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문화, 횡설수설'


학교의 주인은 누구일까? 답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어려운 문제는 정답이 아닌 것부터 제외시켜보면 답이 나올 때가 있다. 먼저 학교 옆에 사는 사람들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학생도 주인이 아니다. 당연히 학부모도 아니다. 그러면 교장선생님하고 선생님들이 남는다. 그런데 선생님들은 몇 년 있으면 다른 학교로 떠난다. 이 대목에서 헷갈린다. 그러면 문교부장관이나 대통령이 주인인가?

요즈음 학교의 주인은 수치로 결정이 되었다. 학교에는 운영위원회가 있다. 운영위원회는 대개가 교사 40프로, 학부모 40프로, 지역주민 20프로 내외로 구성된다. 학교의 주인을 수치로 표현한다면 운영위원회를 차지하는 비율 만큼일 것이다. 그것은 몇 년 전 문교부 장관이 만들어준 결정이다.

3월이나 9월, 신학기가 되면 학교에서 학부모 총회가 열린다. 강당에서 열리는 회의는 간단하게 끝난다. 운영위원 몇 명 뽑고 나면 각자 자기 아이들 교실로 간다. 교실에서는 학급별 임원을 뽑는다. 학급별 임원은 대개는 임원을 맡은 아이들 어머니가 역시 맡는다. 임원을 맡고 싶어도 자기 아이가 임원이 아니면 말도 꺼내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가 임원이 아닌 학부모는 옆에서 비실거리다 집에 오고 만다. 학급별 임원은 모여서 학년별 임원을 뽑는다. 그리고 학년별 임원은 모여서 전체 임원을 뽑는다. 물론 학부모 총회에서 전체 임원을 뽑는 경우도 있다.

학부모는 아이를 맡겨놓았기 때문에 선생님 눈치를 본다. 그런데 요즈음은 선생님도 학부모 눈치를 본다. 학부모들이 학교 예산도 검토하고 심지어는 수업하는 것까지 간섭하기 때문이다. 수학여행이나 소풍, 요즘말로 하면 체험학습, 교복 사는 것, 앨범 찍는 것 그런 것들은 반드시 회의를 거쳐야한다. 그렇지만 학부모는 아직도 속으로는 선생님 눈치를 본다. 그래서 몇몇 용감한 학부모를 제외하고는 회의에서 할 말을 다 못한다.

요즘에는 학부모들이 모여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기도 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어머니 모임, 책 읽는 어머니 모임, 지역별 학부모 모임 등등 활동내용에 따라 하는 일도 가지가지다. 작년 년말에는 광주 800여명의 학부모들이 모여서 '광주 책 읽는 어머니 모임'이라는 단체를 만들기도 했다. 또 다른 지역의 학부모 모임들은 결식아동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하고 복지관에 김치를 담아주는 등 봉사활동도 한다. 일년에 두 번 하는 도서바자회는 이제 단골행사다. 도서바자회만 전문으로 쫓아다니는 책장사꾼도 있다. 그런 책장사꾼은 주로 이익이 많이 남는 책 위주로 목록을 만들어서 학부모임원들에게 권해서 사도록 한다.

그렇게 활동을 하다 시간이 흘러서 새학기가 되면 또 총회가 열린다. 그러면 이제 아이를 막 학교에 보낸 젊은 새댁을 포함한 학부모들이 한껏 멋을 부린 멋진 옷을 입고 눈을 반짝거리며 학교에 온다. 그리고 총회에서 새 임원을 뽑는다. 어머니들이 그러는 동안에 아이들은 훌쩍 자란다.

(필자 소개)

전용호는 현재 문학창작실 '텃밭'이라는 작업실에서 소설, 동화를 쓰며 그림책 기획, 홈페이지 제작, 자서전 집필 등의 일을 맡아서 대신해주는 무명 소설가다. 대학다닐 때 들불야학이란 곳에서 잠깐 선생님을 한 경험이 있어 교육문제에 관심을 가지게되었으며 현재도 사회단체에서 교육자치에 관련한 직함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