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나 알만큼 알아!
섹스? 나 알만큼 알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1.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니리포터
"성가치관? 그거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 아냐?"
"나는 섹스에 대해서 알 만큼 알아"


흔히들 섹스에 대해 많이 안다고 자부하지만 위와 같이 얘기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정작 아는 게 없으면서 알고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다. 많은 남자들이 섹스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말들을 많이 한다. 주로 가벼운 우스갯소리를 나누며 그들은 섹스를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좀 자세히 물어보면 그들이 아는 것은 대체로 섹스의 기술이다.

여자들은 섹스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남자들보다 꺼린다. 그들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 어떻게 섹스를 해야 한다는 막연한 상상을 하면서 성장한다. 그러나 정작 섹스가 일어나려할 때 자신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보아왔던 멋있는 장면처럼 아름답고 황홀한 섹스를 꿈꾸지만 정작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무수히 일어나는 섹스에 준비없이 행하는 경우가 적잖다.

뿌리 깊은 유교문화로 순결지상주의가 만연한 상태에서 서구문명의 진출로 주입된 개방적인 성문화의 충돌에 직면한 한국사회는 그 갈등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위의 '잘 아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모르는' 사례도 이런 성문화의 아노미 상태로 인한 거품이다.

우리 사회 올바른 성가치관의 부재는 가임여성의 절반 이상이 낙태를 경험하는 등의 문제들의 확대재생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바람직한 성문화의 정착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 그리고 성(Sex)을 우리의 삶의 품으로 끌어안는 열린 마음과 적극적인 자세의 확립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이에 여기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성지식들에 대해 검토하는 자리를 마련해 보았다.

1. '성기가 커야 여자를 만족시킨다'
남성 성기의 크기는 그 남성의 성적 능력과 파트너를 성적으로 만족시켜주는 능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에게 크기 문제는 종종 심각한 화제로 오르내리고 있다. 여성의 오르가즘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음핵에 자극을 주거나, 여성 질 내의 초입구에 위치한 G반점을 자극해주어야 한다.

즉 여성의 경우 성적 흥분이 느껴지는 부분은 질 입구로부터 약 3Cm 부위이기 때문에 남성 성기가 아무리 크더라도 여성에게 더 큰 성적 감흥을 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여성 파트너는 물론 남성 본인들도 성기 크기 문제로 특별히 신경을 쓰고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비과학적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스포츠 신문 곳곳에 광고된 '성기 확대수술' 광고는 거의 끔찍한 수준이라 하겠다.

2. '포경수술, 남자면 당연히 해야 한다'
포경수술을 할 때 잘라내는 귀두 외피는 나름대로 독특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불필요한 부분이 그 중요한 부위에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귀두 외피는 귀두의 민감성과 윤활성을 유지해주고 이물질과 마찰되어 손상을 입는 것을 막아준다. 귀두의 보호막인 셈이다.

어떤 성인 남성은 조루 예방 등 성적인 능력 향상을 기대하고 포경수술을 한다. 침실에서, 보다 오래 멋진 관계를 위해.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손해를 본다. 그 외피가 성관계를 할 때 피스톤 운동의 마찰 저항을 줄여줌으로써 남성에게는 민감성을 높이고 여성에게는 부드러운 만족감을 더해주는 기능을 한다.

또, 발기가 되었을 때는 팽창된 성기에 피부를 여유있게 공급함으로써 성기에 무리를 주지 않으며 자위나 전희를 할 때에도 유리하다. 따라서 가급적 성기의 외피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성기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에 비춰 볼 때, 세계 1위의 포경수술율 또한 잘못된 성지식에 의한 맹신으로 빚어진 희극에 다름아니다.

3. '여자는 남자에 비해 성에 대한 관심이 적다'
아니다. 남자나 여자나 성에 대한 생각은 마찬가지다. 여자가 성적인 관심을 갖는다고 음란하다고 몰아붙이는 건 남성 위주의 성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이다.

4. '나이가 든 여성에게 냉이나 대하는 당연한 현상이다'
1987년 싱가폴에서 열린 한 학술대회에서는 남성들이 제대로 씻지 않은 상태에서 성관계를 할 경우 여성이 자궁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발표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모든 여성들은 냉이 배출하는 현상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으나 이 현상도 제대로 씻지 않은 상태에서 성관계를 함으로 해서 나타나는 결과이다. 반대로 성기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습관을 가지고 항상 청결하게 건강을 관리한다면(오럴섹스의 경우 양치를 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 때 피가 날 경우 오럴섹스를 삼가해야 함)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5. '두 사람이 모두 오르가즘을 느껴야 만족스런 섹스다'
역시 대답은 'No'. 섹스는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행위이다. 오르가즘이 없더라도 심리적인 만족을 느끼고 서로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 수 있다면 굿(Good) 섹스라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은 20대보다는 30대, 40대로 올라가면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빈도가 높아진다. 오르가즘에 집착하면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만족하기 어렵다.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받아들이면 섹스는 자연히 오르가즘이라는 보너스를 줄 것이다.

6. '자위는 아무래도 해선 안될 일이다'
아니다. 거의 모든 성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 또는 비뇨기과 의사들은 자위행위의 문제점을 의학적으로 다룰 때 결코 부정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권장하는 편이다. 단,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과로하게 그리고 지나치게 해서는 안된다.

미국 아동학 연합회(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사회사업가들이 주로 가입하는 학술단체)에서도 자위행위는 결코 위험하거나 죄책감을 가닐 일이 아니며, 발기부전이나 다른 형태의 신체적 또는 성기능 장애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청결한 상태에서의 자위행위는 다른 병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 "자위행위는 대다수의 사람이 행하는 정상적인 행위다", "자위행위로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경우, 불만족에서 오는 각종 개인적, 가정적, 사회적 문제들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7. '정관수술을 하면 발기장애가 온다'
'피임수술을 하면 성적 욕구가 줄어든다'는 말도 있다. '피임수술을 하면 남성다움, 여성다움이 감소한다'는 말도 한다. 이는 대답할 가치도 없는 완전히 틀린 말이다. 피임수술을 하면 정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떤 이들은 오히려 정력이 높아진다고 믿기도 한다. 이런 속설은 미신에 불과하다. 피임수술과 성적인 변화와는 상관관계가 없다.

8. '나이가 들면 성에 대한 욕구를 상실한다'
70대 노인도 정기적인 섹스를 하는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내면의 성적 욕망은 줄어들지 않는다. 다만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스스로 포기하거나, 시도하지 않을 뿐이다.

9. '처녀성은 지켜야할 지고지순의 가치이다'
처녀성 논쟁은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이다. 강간으로 인해 순결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가끔 있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극단적인 행동까지 가지는 않지만 순결을 잃고 고민을 하는 여성들이 의외로 많다. 분위기에 취해 섹스를 하고는 '처녀성을 주었으니 그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남자 입장에서 보면 책임을 진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이는 남성이 책임을 지고 안지고의 문제가 아니다. 결혼은 상대를 진정 사랑하는 가운데 자신의 반려자로 맞는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선택의 문제이다. 그런데 '처녀성을 주었다'는 이유로 이런 고려는 무시하고 결혼을 한다면 그 결혼이 행복할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

순결 콤플렉스의 또 다른 폐해는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반작용이다. 경솔하게 상실한 처녀성 때문에 함부로 살게 되는 케이스는 아주 많다. '한강에 배 지나간 자국 남느냐'는 식으로 자포자기의 삶을 사는 것이다.

정말 이제는 막을 내려야 할 문제가 바로 처녀성 논쟁, 순결 이데올로기이다. 전혀 새롭지 않을뿐더러 식상하기까지 한 문제이기도 하다. 순결이라는 것은 결코 육체적인 처녀성에 달린 일회성 의미가 아니다. 다시 다른 사람을 만나서 사랑하고 처음의 그 마음으로 진정으로 멋진 성관계를 하면 되는 것이다.

10. '임신 중에는 성적 욕구가 없고 오르가즘을 느끼지도 못한다'
아니다. 이럴 것이라고 생각한 남편들이 임신 중의 아내를 방치했다가 한꺼번에 터진 아내의 원성에 쩔쩔매는 일이 종종 있다. 물론 임신 중에 고난도 체위 등 격한 섹스는 자제하는 게 좋긴 하다.

11. '여자가 자궁수술을 받으면 성적인 욕구나 반응이 떨어지고 빨리 늙는다'
그렇지 않다. 심리적인 면에서 성적 욕구가 줄어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를 극복한다면 일반적인 여성과 다를 바가 없다.

12. '콘돔은 불결한 것이다'
낙태가 마치 '떡 주무르듯' 행해지는 한국에서 피임의 중요성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이 간편하고 값이 싼 콘돔은 확산되는 추세의 에이즈와 같은 성병을 예방하기도 하므로 매우 유용한 피임도구이다.

'성감이 둔해진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나 이는 상당부분 콘돔에 대한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선입견에 의한 것이다. 좀더 피임의 중요성과 콘돔의 유용성과 편리성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경우 콘돔 자판기가 공공 화장실마다 설치되어 있으며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쌓아놓고 나눠주곤 한다.

※도움말씀 주신 분 :
◆홍성묵-현 호주 웨스턴 시드니 대학교 심리학 교수◆Western Sydney 대학교 부설 성건강 센터 초대소장◆호주 정부 공인 성기능 장애 치료전문가

/제공 하니리포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