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와 실천이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든다'
'참여와 실천이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든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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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외곽 신도심 비아·첨단지구 초등학교 학부모연합회(회장 최재기) 회원들은 올 한해를 '참여와 실천'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이달, 12월 마지막 달은 그래서 많이 바빴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 일을 거들자고 나선 학부모회 활동이 이웃 사랑 실천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학부모연합회를 이끈 최재기 회장이 있다. 말 그대로 그는 청일점 회장이다. 한 해를 마감하는 2001년 세밑에 최회장을 만나 그의 생활철학이기도 한 '이웃 사랑론'을 들었다. /편집자 주


<첨단지구 학부모연합회 최재기 회장>
"밖에서 흙 묻혀 들어가면 깨끗한 집도 더러워지기 마련,
그래서 이웃사랑·지역사랑 필요한 거죠"


"참여가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듭니다.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안된다고부터 주장하는 사람도 많이 만납니다. 그런데 참여 그 자체도 실천이지요. 또한 나 스스로 실천하면 바로 내 아이에겐 그대로 교육입니다."

최회장의 이런 소신이 비아·첨단지구 엄마들을 이달 한달 동안 바쁘게 만들었다. 엄마들 또한 자율적으로 참여했다.

비아·첨단지구에는 초등학교가 5곳. 최회장은 미산초등학교 학부모회장이다. 지난 3월 신학기에 미산 학부모회를 맡으면서 4개 초등학교 학부모회장(정암 이문숙·비아 김민희·월계 서미숙·산월 임경옥)과 친목모임을 제안, 연합회를 구성하고 그가 연합회장도 맡아 1년여 함께 지내왔다.

이들은 27일 장성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5명을 찾아 쌀을 전달하고 위로의 시간도 가졌다. 이에 앞서 13일에는 학부모 30여명이 김장김치를 손수 담가 첨단복지관을 통해 독거노인 25명에게 전달했고 비아·첨단지구 5개 초등학교와 3개 중학교 등 8개 학교에 1명씩 결식아동에게 성금도 전달했다. 초등학교 1학년생의 백혈병 치료비에도 50만원을 보탰다.

또 올해가 가기 전에 월드비젼 광주지부와 연결해 큰 돈은 아니라도 북한어린이돕기 기금도 낼 계획이다.

이렇게 이웃 사랑을 나누려면 우선 뜻이 있어야 하지만 거기에는 당연히 돈이 따라 붙는다.

최회장은 그동안 1년여 같이 연합회 모임을 가지면서 음악회를 제안했다. 지난 7일 '사랑의 작은 음악회'를 첨단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었다. 출연자는 모두 학부모회에 속한 엄마들. 각자 숨은 노래실력을 자랑하면서 친목하는 시간을 갖고 기금도 모으는 자리여서 분위기도 좋았다. 관람료로 3천원을 받았다.

여기서 모아진 순수익금이 350만원 정도. 이 돈으로 노인, 학생 등 어려운 이웃들과 온정을 나누는데 쪼개 쓰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에게 거액을 도울 수 있으면 더할 수 없이 좋지만 작은 정성을 여럿이 나누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음악회 열어 이웃사랑 실천
학교에서, 지역, 나라로 '희망' 키워나가는 시발점


이 모두가 최회장 스스로 일을 만들어서, 벌인 것이다. 학부모들이 '일 만들기 좋아하는 회장 만나 우리가 피곤하다'는 말도 했단다. "그러면서도 보람 느낀다고 하데요.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드러나지 않게 봉사하는 엄마들도 많다는 걸 새로 알았습니다."

"나 만나서 엄마들이 고생만 합니다. 고맙게도 회원 엄마들이 제 뜻을 흔쾌히 받아주어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고 웃는 그. "광주시내 학교에서 남자가 학부모회장을 맡고 있는 예가 거의 없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집 안을 깨끗이 치운다해도 밖에서 흙 묻혀 들어가면 집 안은 자연히 더러워진다. 학교도, 사회도 마찬가지다. 우리 학교 일에만 나서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지역사랑 실천이 있다면 해 보자고 그가 나섰고 엄마들이 동참한 것이다.

"배추 100포기를 전달했다는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 남을 돕는다는 시발점이라는 게 중요하다. 1회성으로 10만원이라는 돈을 전달하는 것으로 그 사람을 구제하지는 못한다. 다만 그 뜻이 전파되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런 식으로 도움을 늘려 간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형편이 나아지는 것 아닌가."

이번 사랑의 음악회를 열고 나서 이런 생각을 더욱 굳혔다. 300만원 남짓 되는 수익금이지만 매년 계속해 10년, 20년 이어진다면 돈의 크기도 10억, 20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수혜자도 늘어나고 그런 정신이 후세에도 전달될 터다. 나 자신, 학부모의 이런 행동이나 실행이 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면 그게 바로 실천하는 '교육'도 된다.

이를 위해서는 개개인이 욕심이나 욕망의 눈높이를 낮추면 된다. 30평 아파트에 살면서 50평으로 늘려가기를 선호하는 것이 대부분 사람의 생각이다. 그런데 30평 공간 속에서 만족하면서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노력이 더 필요함을 강조한다.

화장장이나 쓰레기매립장 건립 등을 반대하는 경우를 예로 든다. 당연히 있어야 할 시설임에도 내 집 근처는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거액의 보상을 요구하는 등의 님비현상도 문제다. 자기를 희생하면서라도 집단이나 사회의 이익을 위해 뛰는 사람이 있으면 사회는 자연히 좋아지게 된다는 것이 그의 평소 지론이다.

'바보스럽다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다'면서 그는 이런 예도 들었다. 비아·첨단지구에 도서관이 없다. 첨단 인구 6만 세대가 각각 20만원만 낸다면 작은 도서관은 건립하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행정기관에 무조건 지원 요청하기 보다 시민이 합해서 우리 것을 만들면 지역 살림도 튼튼해지고, 이를 아끼면서 이용하는 애정도 생길 것이란다. "가능하지 않을까요?"

인생살이에서 '포용' '화합'이 그의 목표다. 첨단주민이 된 지 5년.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의 학부모로서 회장까지 맡아 그 목표를 향해 이제 발걸음 떼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도 포용하자는 생각도 깊다. 영호남 화합을 위해 대구지역에 작은 성금이라도 전달하는 방법을 미산초교 교장선생님과 의논 중이란다.

학부모회장 임기는 1년. 청일점 회장으로, 한번 더 할 생각은 없을까.
"광주시내 50개 초등학교 학부모회를 하나로 묶어 광주에 새바람을 일게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하고 웃는다. 그러나 사실 내 사업이 걱정된다. 올 한해 학교 일에 신경쓰다 사업에 약간 차질이 나기도 했단다.

마냥 같은 '파이'를 키우고 늘리려하기 보다는 제대로 된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것이 경제적인 안정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앞으로 '직업을 소개하는 일'을 제대로 해보고 싶단다. 진정한 의미의 직업소개소를 강조한다. 구직자도, 구인자도 믿고 거래할 수 있는 그런 소개소를 의미한다. 그는 현재도 결혼정보회사 '입생'(광주시 동구 대인동)을 경영하고 있다. 이 또한 사람 맺어주는 일인데. 어쩌면 이미 실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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