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하>- 광주시에게 '영산강 시대'는 정녕 꿈인가
영산강<하>- 광주시에게 '영산강 시대'는 정녕 꿈인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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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시대'

광주시가 장기발전구상에서 '한때' 꿈꿨던 계획이다.

광주장기발전계획(1997∼2021)에 따르면 '영산강의 꿈'은 원대하다. 지도를 보면 광주시 동쪽과 서쪽의 중앙을 남북으로 극락강이란 이름으로 관통하는 영산강을 21세기 광주의 미래를 준비하는 축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는 영산강 도시고속도로와 양변 생산녹지공간 활용으로 모아진다.

먼저 도시고속도로는 서울의 한강을 따라 건설된 강변도로를 연상하면 된다. 바로 영산강 양변에 남북축으로 각각 6차선 35m도로를 개설해 북으로 호남고속도로, 남으로 국도1호선과 연결하고 동서간 도로의 교착점에 IC를 개설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영산강 축이 호남·88고속도로 등 주요 광역 교통망과 인접해 있고, 순환교통망(제2순환도로 및 순환도시철도망)과 전남 남부방향 교통축(국도1호선, 호남선 철도) 등과 연계가 가능하며 광주시만 놓고 보면 기존 시가지 동부와 신개발지 서부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영산강의 입지적 잠재력을 활용하자는 취지다.

또 영산강 양변지역 개발은 고속도로 건설과 연계된 구상이다. 이점이 서울 한강의 강변도로로 다른점이기도 하다. 즉, 영산강변은 강과 구릉이 조화된 자연친화적 공간을 갖추고 있고, 강을 중심으로 북에서 남으로 첨단단지, 중외공원(비엔날레), 비행장, 중앙공원, 종합유통업무 설비단지(풍암지구) 등이 인접해 있다는 점을 감안, 고속도로를 강에서 250m∼500m의 이격을 원칙으로 건설해 강둑에서 도로사이의 생산녹지 공간을 초대형 가구(超大型 街區, super block)밸트를 형성, 광역서비스 시설 공간으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광주를 호남권 중심으로" 광주장기발전계획에서 제기
호남고속도록 첨단 중외공원 풍암 국도1호선 연계
강변 녹지엔 서남권 대상 회의 전시 유통시설 입지를

도시성장요인 적어 현실성 의문...도시계획에선 누락
"성장위주 개발보다 노후된 도심재개발 더 시급" 지적도


여기서 광역서비스 시설은 광주권, 광주대도시권, 국토 서남권(목포권, 전북권)을 대상으로 회의, 전시, 관람, 유통 등의 시설을 입지토록 한다는 구상으로 말그대로 '영산강시대'를 통해 광주가 호남권의 명실상부한 중심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영산강은 광주시만 놓고 보더라도 도시공간의 통합적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로 영산강 도시고속도로를 매개로 동부와 서부의 이질적인 체계를 자연스럽게 접합시킴으로써 서부의 '직교형 체계'와 동부의 '순환 체계' 사이에 영산강의 흐름과 평행하는 도로축이 끼어들면서 모든 도로는 영산강과 직교하고 강을 건너면서 통합된다는 것이다.

영산강 축은 또 지난 95년 수립된 광주도시기본계획(∼2011)의 공간구상인 1도심(금남로 등 기존도심) 3부심(상무, 송정, 첨단) 5핵(본촌, 백운, 우산, 하남, 금호)을 자연스럽게 연계시킬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바로 영산강 고속도로가 개설되면 부심 또는 핵간의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부분이나 연결도로의 위계(도로폭, 기능)가 부심 또는 핵의 위상과 상응하지 않은 점도 거의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구상은 지금 거의 사장된 계획이다. 구상 전후로 평소 큰틀의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모색한 것으로 유명한 송재구 부시장(현 중앙인사위원)이 의욕적으로 검토했으나 실제로는 도시계획에 반영되지 않고 지금까지 왔고, 현재 시점에서도 앞으로 반영될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당시 이 계획의 입안자였던 장희천 교수(광주대 도시공학과)는 "영산강 고속도로 등은 짧게는 30년에서 50년, 길게는 100년을 내다보고 한 구상으로 살을 붙이려면 뼈를 잘 갖추자는 차원에서 광주가 클 수 있는 마지막 땅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라며 "장기발전계획 수립직후 광주시가 도시계획 재정비계획에 반영되기를 기대했으나 결국 외면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영산강 고속도로가 반영됐더라면 지금의 평동산단 진입로도 호남고속도로에서 자연스럽게 내려오면 됐을 것인데 결과적으로 영산강 도로구상은 상당부분 왜곡됐다"며 "장기적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남북간도로가 건설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결국 장기발전계획에서 강과의 이격을 통해 자연녹지를 활용, 도시기반시설을 입지하도록 하자는 구상은 물건너가고 결국 한강의 강변도로같은 단순히 교통로 기능만 수행하는 꼴이 될 것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따라서 현재 진행중인 광역도시계획과 도시기본계획에 어떤 형태로든지 장기발전구상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광역도시계획은 건설교통부가 수행중이며 도시기본계획은 광주시가 용역을 의뢰, 당초 올해안에 마무리하기로 했으나 광역도시계획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중단하기로 한 상태.

이같은 상황에서 광주시는 현재로선 영산강 축 자체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광주시 손영주 도시계획과장은 "장기발전계획은 법정계획이 아니어서 법적 제약이 없는 말그대로 비전이며 청사진"이라며 "영산강의 기능적 잠재력은 인정하지만 최근 광역도시계획에서도 2020년 예상인구를 190만으로 계상했는데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올 만큼 광주의 성장요인이 많지 않은 상황 등을 고려하면 영산강 고속도로 등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현재 잠정중단됐으나 도시기본계획에서도 사실상 '영산강시대'는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도시기본계획에는 기존의 '1도심 3부심 5핵' 공간구조중 상무신도심을 부심에서 제외시킨 '1도심 2부심 6핵' 또는 아예 '1도심 8핵'으로 바꿔야 한다는 일부 도시계획전문가들의 주장이 수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영산강시대'같은 구상은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시계획관련 교수도 "광주가 인구 300만명을 내다보는 상황이나 그같은 거대한 성장요인이 있지 않고서는 사실상 영산강 시대는 구호에 불과한 것 아니냐"며 "지금의 광주상황을 놓고 보면 성장위주의 개발보다는 기존 도심 재개발 등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려말 삼은(三隱)의 한 사람으로 공민왕 문하시중을 거쳐 성균관 대제학을 지낸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은 '목은집'에서 광주를 일컬어 무등(산)에서 해가 떠서 극락(강)으로 지니 이 고을은 광지주(光之州)라 했다고 한다. 그때까지만해도 광주는 극락강(영산강)을 넘지 못했지만 지금, 광주는 행정구역상이나 국토개발측면에서도 극락강을 넘은지 오래다.

그런데도 '영산강 시대'는 정녕 한낮 꿈에 불과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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