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설의 중심은 '사람'이다
문화시설의 중심은 '사람'이다
  • 김호균
  • 승인 2001.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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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역문화의 해를 결산하는 대토론회가 있었다. 올초 '백가쟁명'이란 이름으로 벌어진 지역문화토론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이번 토론의 제목은 '백화제방'이었다. 지역문화 활동가 및 문화담당 공무원이 토론회의 주인공들이었다.

모두 여섯 개 분과로 나뉘어진 토론 영역은 제1분과는 지역문화프로그램, 제2분과는 지역문화공간, 제3분과는 지역문화인력, 제4분과는 지역주민참여, 제5분과는 지역문화유산, 제6분과는 지역문화재원이라는 개별주제로 구분이 되어 있었는데 나는 지역문화프로그램에 관한 토의를 하는 제1분과에 속했다.

제1분과에서 20명 가까운 지역문화프로그램에 대한 전문가들의 발제가 끝나고 난 뒤 토론회가 이루어졌는데, 울산광역시 동구청 문화공보실장, 경남창녕군 공보과장 등 최소 5개 지역 이상의 지자체 과장급 공무원들의 발언은 의미심장하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문화담당공무원'으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화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한 상태에서 '문화'를 담당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성토했다. 그들은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제도적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의 하나로 '문화직' 공무원을 신설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다음날인 21일, 각 분과의 토론을 종합 보고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든 분과에서 빠지지 않고 어김없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하나의 고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6개 영역 모두에서 문화전문가가 문화업무를 맡고 있지 않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이며, 이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탁상공론이 아니었다. 수차례의 시행착오와 경험에서 우러나온 가장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굳이 그 이유를 따진다면 그것은 문화의 특성 때문이다. 문화는 바로 '감동'을 그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운영하느냐가 '어떻게' 운영되느냐 까지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2001년 전국문화기반시설 관리운영평가 결과를 보면 문예회관,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문화원, 문화의집 등 전국에 걸친 1,100여개 기관을 대상으로 관리운영평가를 실시, 55개 기관이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다. 문화의 집의 경우, 상위 20%가 문화전문가에 의해 운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예회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순천문예회관의 경우, 문화마인드가 있는 공무원이 운영을 맡아서 순환보직을 거절하면서 5년째 운영에 전념하고 있어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문화자치' '문화복지'
싹 틔울 사람 만들지 않고
'문화의 꽃' 기대할 수 있나


말하자면 문화시설이나 문화프로그램의 운영에 있어서도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사람'이다. 문화시설의 기본 미션을 제대로 적용시켜나가며, 외적인 상황을 탄력적으로 반영해나갈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의 기획자, 문화시설의 운영자가 바로 문화프로그램 성패의 관건이라는 사실이다.

시설규모가 작으면 작은대로, 크면 큰대로 주어진 하드웨어의 최대 장점을 파악하여 주변 여건과 결합할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줄 아는 사람이 절실하다. 지역문화 활성화의 문제도 결국은 사람에 대한 투자와 지원으로부터 풀어나가야 할 부분이다.

문제는 어떻게 전문가를 확보하고 기용할 것인가에 있다. 현재의 구조 속에서는 전문가를 찾아내는 것도 어렵고, 고용하는 것도 어렵다. 때문에 전문인력에 대한 고민과 고려없이 기존의 고용인력 가운데 배정을 하거나 연고에 의해 업무를 맡기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아무에게나 문화를 맡겨놓고 문화의 꽃이 잘 피어나길 바라는 격이다. 지역문화의 해는 저물어가지만 과제는 분명히 남겨진 것 같다. '문화자치', '문화복지'의 싹을 틔울 사람의 자리를 먼저 만들지 않고선 '문화의 꽃'을 결코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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