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의 20대 앵커우먼과 권위적 40대 앵커 '정형화'
미모의 20대 앵커우먼과 권위적 40대 앵커 '정형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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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5일부터 오는 12월 10일까지는 '세계여성폭력 추방기간'. 전남대 400여명의 학생들이 '여성과법률' 강의(강사 박동명교수)를 통해 여성인권의 현실 인식과 개선을 위해 남녀차별 사례를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그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편집자주

정치 사회는 남자앵커, 문화 교육은 여성이
■ 뉴스앵커 성차별
매일저녁 시청하는 텔레비전 뉴스 진행 방식은 성차별적이다. 정치, 경제, 사회와 관련된 심각하고 중요한 하드 뉴스는 남성앵커가 진행하고 건강, 환경, 교육,문화 등 소프트 뉴스는 여성앵커가 담당하는 형식. 뉴스 시작과 끝에서 남성 앵커 혼자 주요 멘트와 인사를 하며 초반부 주요 뉴스는 모두 남성 앵커가 단독 으로 진행한 후 여성 앵커가 등장하여 가벼운 뉴스를 진행한다. 뉴스앵커의 이미지 또한 기자출신의 전문성을 갖춘 40대의 권위와 중후함을 갖춘 남성과 20대의 미모를 갖춘 여성으로 정형화돼 있다.

딸은 두번 서운하다?
■ 속담에 나타난 성차별
딸 셋을 키우면 기둥뿌리가 패인다.(딸을 길러 시집을 보내기까지는 많은 비용이 들어 집안 살림이 아주 기울게 된다는 뜻)
딸은 두 번 서운하다.(딸은 날 때 서운하고 시집 보낼 때 서운하다는 뜻.)
딸이 셋이면 문을 열어 놓고 잔다(딸을 많이 둔 사람이 딸들을 다 결혼 시키고 나면 집안 살림이 몹시 가난해진다는 뜻.)

비구니는 비구들에게 절대 복종
■ 종교계에서의 성차별
출가한지 20년이 지난 어느 비구니가(비구니=여자스님, 비구=남자스님) 어떤 모임에 갔는데, 큰 마루에 젊은 비구들이 앉아 있었다. 그것을 본 이 노스님은 들어서자마자 젊은 비구들에게 연거푸 삼배를 했다. 이를 모두 당연스레 여기고 있다. 불교 종파에는 비구니 팔경법이라는 계율이 있다. 내용인즉, '비구니는 비구들에게 절대 복종해야 하며 비구의 가르침을 받아야 하며 비구니 교단은 비구 교단에 예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불교 뿐만이 아니라 카톨릭이나 성공회(여성 사제 허용 불가)에서도 있다고 한다.

엄마 아빠의 선명한 역할 대비
■ 초등학교 교과서에서의 성차별
'우리 가족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나, 동생 등 여러사람입니다.(중략)회사에 다니시는 아버지는 퇴근 후에 어머니와함께 집안일을 하시거나 우리들의 공부를 돌보아 주십니다.(중략)어머니는 집안살림을 도맡아 하십니다(초, 사회 4-2, 11쪽)'
'집에 온 혜진이는 허전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반갑게 맞아주던 어머니가 계시지 않은 집이 꼭 남의 집처럼 느껴졌다. 혜진이는 가방을 벗어 놓고 텔레비전을 켜봐도, 혼자 오락을 해봐도 재미가 없었다.(초 도덕 5 106-107)'
2학년 1학기 바른생활 교과서 68~69쪽의 삽화(그림 참조)는 '부모님의 하루'라는 주제로 직업인으로서의 아버지와 가사노동자 자녀양육자로서의 어머니 모습을 한장면에 그림으로써 역할을 선명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남자는 자고로…" "여자는 그저…"
■ 언어에서의 성차별
'여자는 결혼하면 남자가 벌어와서 먹고살면 되지만 남자는 여자를 먹여살려야 되니까 공부좀 해라''남자가 대범해야지' '남자가 그것도 못해''사내놈이 째째하게''남자가 왜 그렇게 눈물이 많아''여자가 다소곳하지 못하다''여자가 너무 설쳐''여자는 공부는못해도 얼굴만 예쁘면 반은 성공한거야''여자가 너무 똑똑하면 팔자가 세다' '여자답게 하고 다녀야지'...

가사·미모 가꾸기만이 여성의 일
■ 광고에서의 성차별
-삼성 손빨래 세탁기
"고두심이 출현해 거리를 지나가는 이들의 와이셔츠와 남방 옷깃을 벗겨 그것들을 뒤집어 보며 "에휴, 이 속때!"라며 기겁을 하고 옷들을 세탁기에 집어넣는다. 옷이 하얗게 빨려진 후 고두심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옷들을 바라본다. 이는 여성을 가사일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것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라네즈 광고
'everyday new face'라는 광고 카피를 사용하여 여성은 늘 새로워야 하며 그것이 아름다움이라는 의식을 심어준다. 그렇다면 여성은 항상 자신의 능력을 신장시키기보다는 아름답기 위하여 노력해야만 하는가. 여자는 인형이 아니고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있고 꿈이 있는 하나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남성이 규정짓는 미의 기준에 맞추어져 예쁜 것이 중시되는 그러한 소극적인 여성의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욕설은 기본, 심지어 위협까지
■ 도로위의 성차별
복잡한 시내 중심가에서 여성 운전자들이 조금만 자신의 진로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으레 내뱉는 못난 남자들의 욕설을 가끔 들을 때가 있다.
접촉사고는 대체로 쌍방간의 과실이다. 이런 경우 대개의 여성들은 법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주춤거리게 된다. 이럴 때 남성 운전자들은 그런 약점을 이용해서 상대방이 잘못했다며 도로위에서 소리부터 버럭 지른다. 무조건 여성운전자에게는 먼저 큰소리 치고 본다. 여성의 약점을 이용해 잘못을 덮어씌우기 일쑤다.
운전을 하다 실수를 하게 되면 같은 남성끼리 삿대질을 하거나 말을 못하고 그냥 넘어가면서 여성 운전자일 때는 만만하게 보고 무리한 앞지르기로 겁을 준다거나 위협을 하는 남성 운전자들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형님"
■ 영화 '조폭마누라'의 성차별
기존 깡패영화가 남성영화였다면, 여성이 이끄는 깡패영화는 여성영화일까. 암흑가를 평정한 조직의 실세가 여성이라는 설정은 의도와는 무관하게 여성의 인물인대도 불구하고 남성적인 모습들이 도드라진다. 깔치로 통하는 은진(신은경)의 캐릭터는 동생들에게 '누님'이 아닌 '형님'으로 불리며 그녀 자신도 자기 안의 여성성을 의식적으로 비워낸 상태라, 자매애나 임신을 얘기하지 않을 때에는 남성에 가까워 보인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여성의 외로움이나 회한도 얼핏 비치지만, 이조차도 우스갯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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