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동전이 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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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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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순 경제문화팀장

'환전수난'
동전 17만개를 세는데 7시간이 소요됐다. 그럼 은행에서 동전 바꿔주는데 수수료를 받아야 하나.

한빛은행이 이를 최초로 시도해 고객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런 한빛은행이 다음달 1일부터 동전 교환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한은의 완강한 지시에 굴복해 결국 시행 두 달만에 백지화되는 셈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일반 은행이 시행하는 제도도 중앙은행의 지시에는 어쩔 수 없는 모습을 확인시켰다.

   
▲ 동전이 애물?
그런데 지난 15일 한은 대전지점 직원들이 한꺼번에 환전 요청이 들어온 동전을 세느라 혼쭐난 모양이다. 담당 직원 4명과 주화 계수기 2대를 동원했는데도 170만원에 달하는 동전의 액수를 확인하는데 7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대전지점 직원 4명은 이날 하루 다른 업무를 처리하지 못했다. 그 돈은 한 신용카드사가 교환요구해 온 것으로, 500원과 100원 주화가 30만원, 10원 주화가 140만원으로 10원 주화만 14만개 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카드사 또한 카드연체대금 독촉을 받은 한 고객이 화풀이로 입금해온 돈으로, 여러 은행을 돌며 입금하려 했다가 거절당하고 결국 한은을 찾은 것이다.

한은 대전지점은 이날 "환전 창구가 마비돼 마치 테러 당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는데, 카드사를 상대로 한 의도적인 보복성 사례이긴 하지만 동전 교환이 은행에 적지않은 업무 부담을 준다는 것이 확인됐다.

한은은 그 동안 한빛은행에 동전 교환 수수료를 받는 것은 돈의 등가(等價)원칙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한빛은행은 과중한 업무부담을 이유로 최소한의 인건비는 받아야 한다고 맞서다가 결국 중앙은행의 압력에 굴복했다.

동전 환전 수수료에 대한 은행 고객의 항의에는 끄떡도 않던 은행도 중앙은행 지시는 비껴가지 못함을 확인했다. 그런 지시를 내린 중앙은행에서 내부 직원들은 그 동전 때문에 수난을 겪었다.

대전지점 창구에서의 동전 환전 수난(?)과 한빛은행의 동전교환 수수료 수납 번복 결정 시점은 정확히 어느 것이 먼저였는지 모른다. 수난 당한 한은 직원들은 중앙은행의 그러한 지침 지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힘없는 은행 고객 뿐 아니라 한은 직원들에게도 동전은 애물단지가 된 건 아닐까.

카드대금 연체 고객으로부터 비롯된 일화. '동전'이 중심에 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탓하기 보다 이 과정에 연결된 모든 개체가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 같다.

/박남순 경제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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