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진중권이 본 한국사회
아웃사이더 진중권이 본 한국사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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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철학과 초청강연 '아웃사이더' 진중권씨>

우리사회는 아직도 군사정권 시대에 뿌리박힌 전체주의와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한 문화전사가 '우리들의 말과 행동과 습관 속에 권위주의 시대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며 이를 강하게 지적하고 나섰다.

TV와 인터넷과 지면, 강단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사회문화평론가 진중권씨(38). 그가 지난 20일 조선대 철학과 초청으로 광주에 왔다.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독일유학파이기도 한 그는 잡지 '아웃사이더'를 통해 세상을 난타하기도 하고, 때론 조선일보 반대운동의 대표논객 자격으로 TV토론에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지난 8월부터는 '밤의 주필'이란 직함을 달고 조선일보 인터넷 독자마당을 '평정'한 바 있다.

스스로 철학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그가 이렇게 현실에 깊숙이 참여하게 된 것은 82년 대학에 발을 들여놓은 386세대의 한 특징이기도 하지만, 독일 유학기간을 통해 발견한 부끄러운 한국인의 자화상 때문이었다고 한다.

'짝짓기놀이 재미있어 한
내 모습에서
괴물스런 한국인 자화상 봤어요"


그의 강연은 독일에서 한글학교 교사시절 아이들과 '짝짓기 놀이'를 하면서 발견한 사실에 관한 얘기로 시작됐다. 짝짓기 놀이는 여러사람이 손잡고 빙글빙글 돌다가 진행자가 지시하는 숫자만큼 무리를 짓는 게임. 이때 그 집단에 속하지 못한 사람은 탈락하는 놀이다.

"몇 차례 게임을 하다보니 마지막으로 네 아이들이 남았는데 진행자가 '세사람'하고 외치자 네 아이 모두 뭉치는 거예요. '세 명만 묶여야 하는데 왜 네 명 모두 묶였니?'하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우리 모두 친구인데 어떻게 한 명만 떼어놔요'라고 답하더군요."

그는 비록 아이들 놀이지만 그 속에는 사회의 모습이 들어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놀이를 독일에 사는 교포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자신 안에서 '박정희가 만든 괴물스런 한국인의 자화상'을 발견했다고 회고했다.

'괴물스런 한국인'은 같지 않으면 배척하고, 집단 갈등이나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모습으로 보이고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래서 그가 지금 하고있는 일련의 작업들은 비판되지 않은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에 대한 지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같지 않으면 배척, 갈등 조장 일쑤
'오감으로 본 서울의 거리' 기획
자본주의에 유린된 사회 조명 계획


동시에 앞으로는 약해지고 있는 전체주의나 권위주의보다, 미국의 전령이라 할 수 있는 이기주의와 자유주의 즉, 자본주의를 조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 돌아와 접한 서울거리 느낌은 한마디로 '끔찍하다'였어요. 거대한 간판들과 거리를 뒤흔드는 고성능 앰프들은 광적인 자본주의의 공격성 그 자체였지요. 그래서 '오감(五感)으로 본 서울의 거리'라는 기획을 통해 자본주의에 유린된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줄 생각입니다."

그는 오늘의 인문학이 정말 할 일이 많다며 청중의 대부분인 학생들을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유럽이 이미 긴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주의와 자유주의가 상당히 정제된 '심심한 사회'임에 반해, 한국은 수많은 모순과 문제들이 겹겹이 쌓인 구조이기 때문에 잘 들여다보면 재미도 있고, 할 일도 많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그는 조선일보 인터넷사이트 '밤의 주필' 활동과 연결지어 답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주필로 활동한 이후 많이 좋아졌어요. 특히 무자비한 욕설이 많이 사라졌지요. 하지만 그들의 시각은 여전해요. 논리적이지 않고 지극히 감정적이죠. 그래서 언제까지라고 정하지 않고 계속할 생각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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