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도청을 복합문화공간으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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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도청은 살아있는 문화와 결합되는 공간돼야>

최근 광주에서는 이전이 예상되는 중앙초등학교 터에 국립현대미술관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바, 이는 막대한 시설비용(1천억원?)과 작품구입비용(아마도 그에 상당할 것), 그리고 운영예산(또 그에 필적할 액수)이 소요되기 때문에 임기 말 레임덕에 시달리는 중앙정부 반응도 신통치 않고, 광주시의 재정형편도 여의치 않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대신 광주가 기왕에 운영중인 시립미술관의 내실을 더욱 튼튼히 다지는 데 주력하고, 비엔날레를 열고 있는 미술·문화도시로서의 위상과 전망을 갖는 전시공간을 도심 속에 마련하고자 한다면 기념적 장소이기도 한 도청 공간을 저비용으로 재활용하여 의도하는 효과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제안하고 싶다.

분분하기 짝이 없는 도청의 이전여부와는 별개로, 도청이 이전하면 그 자리엔 5.18과 관련한 기념공간을 조성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도청은 '생생한 역사의 기억'
박제화된 기념관 보다는 광주 문화의 중심센터로 만들어야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다중이 인지하고 있는 사실일 뿐, 법적·행정적 구속력을 갖는 결정사항은 아닌, '김영삼정권 시절의 약속'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광주시나 관련분야 및 시민운동 차원에서도 이 공간의 활용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것은 5.18에 관한 한 그 누구도 감히 섣불리 입을 열어 말하기 힘든 묘한 '풍토'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광주의 중요한 도심공간 중 하나인 도청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는 마당에 보다 합리적이고도 보편 타당한 안이 선택되어지기를 바라는 한사람으로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에 개인적으로 도청이 '기념관'을 넘어서는 '복합적인 문화공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1) '기념관'이란 그야말로 역사적 유물을 '무덤'(Museum)에 안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역사적 기념물들은 항상 특정 공간에서 독자적 권위를 인정받으며 그것 자체의 성역에 안주해 왔는데, 그것은 항상 기념의 말뜻 그대로 대중적 일상으로부터 일탈되어 있었다.
프랑스의 퐁피두센터나 독일의 ZKM과 같은 현대도시의 주목받는 문화공간들은 현대인의 일상 속에 문화 소통의 방법적 모델이 되고 있다. 5.18의 유물들도 독립기념관의 유물들처럼 두꺼운 유리장 속에 안치되어 있기보다 오늘날 도시인들 생활 속에 친근한 문화형식들로 되살아나야 한다.

2) 도청이 박제화된 기념관이 되었을 경우와 현대의 살아있는 문화형식들과 결합되었을 경우 공간 활용도가 달라질 것이다. 가뜩이나 도청 이전으로 인한 도심공동화 현상이 우려되는 마당에 도심 공간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소비문화 활성화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기실 영상이나 정보통신, 오락과 같은 도시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젊은층 문화를 수용함은 이런 도심활성화에 필수적인 것이며, 세대가 지날수록 희박해져 가는 5월에 대한 역사적 기억의 단절현상도 극복할 수 있다.

3) 이러한 제안들은 지금 건립 여부가 논란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복합적 기능도 겸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하여 나는 도청이 이전한 공간에 5월과 관련한 기념물들은 물론 5월 정신을 오늘날의 문화형식에 접맥시키기 위한 여러 인문학 연구작업도 이루어져야 하고, 현대미술작품 전시와 함께 문예회관 대극장처럼 큰 공간은 아닐지언정 몇 십명, 몇 백명씩 모여 앉아 공연 및 음악감상도 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시민들이 충장로에 나와 물건 사고, 직장인들이 퇴근 후 도청 근처에 모여 앉아 친구들을 만나면서 술도 마시고, 구시청 사거리 쪽에서는 젊은이들이 모여 사랑을 속삭이고, 금남로에서는 은행 일을 보고, 궁동 예술의 거리와 연결되는 문화공간의 중심센터 기능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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