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이 개인의 문제라뇨"
"빈곤이 개인의 문제라뇨"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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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곤대책' 할말 많은 동신자활후견기관 양재호 사무장

"IMF가 끝나서 서울역에 노숙자도 사라졌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노숙자는 IMF 훨씬 이전인 70년대부터 시작된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곤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다가 IMF가 닥치면서 사회의 문제로 대두, 또다시 잠잠해져버린 현실이 양재호씨(46, 광주북구동신자활후견기관 사무장) 눈에는 답답하게 보일 뿐이다.

한국 사회는 빈곤에 대한 인식 자체가 잘못 됐다고 꼬집는 양씨는 "요즘은 옛날과 달리 가정 환경 좋은 학생이 서울대 간다. 학교에서 문제 아이들의 가정 형편을 보면 대부분 어려운 집안이거나 편부모인 경우가 많다"며 결국 교육환경이 아이들의 미래까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회가 "가난한 것은 네 잘못이다고 한정짓기 때문에 빈곤의 세습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누구든 하루 아침에 가난해질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
빈곤은 사회모두가 함께 풀 숙제


"최악의 실업난이라고 하지만 생활정보지 구인란을 보면 사람 못 구해서 난리예요" 이같이 아이러니한 사회의 원인은 간단하다. "일을 하고 싶어도 3D업종이 2D가 되고 1D가 되어야 구인난도 해소될 수가 있다"는 것이 양씨의 생각. 또, "취업을 하고 싶어도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일자리를 못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이같은 어려움부터 해결해 주는 것이 사회가 이들과 함께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양씨가 또 빈곤의 모순으로 지적하는 것은 영세민 아파트. "아직까지 없는 사람들은 한 곳으로 모으면 통제·관리하기 쉽다고 생각하는 군대식 발상 때문에 집단 서민 아파트가 생겨난 것이다"고 양씨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빈곤이 마치 죄 인양 따로 독립시켜 놓고선 그 안에서 발전하길 바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무조건 돕기보다
일할 수 있는 장 마련해야


"누구나 빈곤해질 수 있다. 하루 아침에 신용불량자로 거리에 내몰릴 수 있다"는 그는 이제 빈곤에 대한 시각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만큼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애인 차별이 극심했던 우리나라도 언론이나 각 사회단체가 끊임없이 장애인 문제를 인식시키면서 비로소 내 문제로 받아들이게 됐다. "지식인들까지 나서면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는 양씨는 빈곤도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양씨는 지난해 생활보호법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 바뀐 것에 대해 대환영이다. "무조건 도와주기에 급급하기 보다 빈곤을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 하지만 아직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인식이 완전히 깨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타깝다고.
"빈곤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하려면 밤을 지새워도 부족하죠"라고 말을 마치던 그는 앞으로 이런 논의가 곳곳에서 진행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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