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연세대 송복교수의 안타까운 시대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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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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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용 기자

동아일보에 실린 연세대 송복 교수의 글이 논란을 빚고 있다.
송교수는 지난 5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한 '교사가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제목의 시론에서 "선생이 노조를 만든다는 것, 이것은 '죽는 일이 있어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고 주장하며 "노조를 꼭 만들고 싶으면 교직을 떠나서 자동차공장으로 가라"고 설파하고 있다.
자동차 공장이나 방직공장에서의 노조는 '물질을 담보'로 하기에 도덕적일 수 있지만 전교조 교사들의 파업은 '학생들을 볼모'로 잡고 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어느 시대를 살고있는지 답답할 노릇이다.
전교조는 기본적으로 교사들의 '노동자성'을 전제로 구성된 단체다. 그리고 지난 87년 민주화운동의 물결 속에서 전국교사협의회를 거쳐 88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탄생하고 지난 98년 합법적인 교원노조단체로 등록이 됐다. 노태우 정권 때 격돌을 벌인데 이어 김영삼 정권 때 유화국면을 거쳐 현 정권들어 합법화되는 과정을 거친 것은 그만큼 교사 노동단체를 용인할만한 사회분위기가 성숙돼 왔다는 반증이다.

이 와중에서 '군사부 일체로 일컬어질만큼 신성한 교사가 무슨 빨간 띠나 두르는 노동자인가'라는 해묵은 논란은 전교조가 탄생한 뒤 10여년동안 이미 사회적으로 해소가 된 사안이다.
송교수는 전교조가 노조운동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묻고 있는 듯 하다.

전교조의 답변을 보자.
전교조는 최근 '참교육 실천강령'시안을 작성, 올 겨울동안 소속 교사들의 토론을 거쳐 2002년 3월쯤 공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안에 나타난 실천강령중 하나가 '우리는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삶을 존중하는 교육을 실천한다'로 돼 있다. 교사들이 노동자임을 자처한 것은 '노동자야말로 이 사회를 유지하고 건강하게 발전시키며, 노동이 건강한 인간을 만드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10일 전교조에 이어 대학의 교수노조가 탄생할 예정이다. 이에앞서 천주교 광주대교구 신도직원들이 9일 노조현판식을 갖고 공식활동을 시작했다.
송교수는 또 이들에게 지식을 담보로, 하느님을 담보로 '신성한 스승과 신도'들이 '불순한' 일을 꾸미고 있다고 할 것인가.
송교수는 '교사들이 수업을 팽개치고 아스팔트에 나가 투쟁하면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염려하고 있지만 이에대해 전교조는 '잘못된 교육정책을 바로잡고 건강한 노동자성을 확보하는 교육을 실천으로 가르친다'고 답하고 있는 셈이다.

전교조 탄생 초기에나 있었을 법한 질문을 던진 송교수의 시대인식이 안타깝다.

/한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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