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 웬만해선 막을 수 없다?
지역축제, 웬만해선 막을 수 없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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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특색없는 지역축제들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그 축제가 개선되거나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새로 생겨나는 축제들이 더 많다.

올 가을 들어서만 전남도내 지자체들이 펼치는 지역축제는 1개 단체당 평균 2개. 이들 축제의 프로그램은 대부분 소모적인 행사 나열로 낭비성에 흐르고 있지만 여전히 축제는 계속되고 있다.

'무색무취' 지역축제 폐지방침 불구
줄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나


반면 민간단체가 주축이 된 축제 행사에 참여한 관광객들은 비교적 내실있게 진행된다는 반응을 보여, 지자체 주최 축제들은 문화관광부 지원자금과 지자체 예산을 축내면서 축제를 여는 자체만으로 자치단체장간 선심성 행사 유치 힘겨루기의 과시용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도의 경우 올해 초 6개 축제에 대해 폐지 권고 방침을 정했으나 지자체들은 가을 단풍철을 맞아 기존의 계절성 축제로 절정을 이루었고, 지역 특산물이나 역사, 문화를 매개로 들고 나온 축제들이 오히려 새로 생겨났다.

화순 고인돌축제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열렸는데 전남지역 첫 고인돌축제를 강조하면서 기존 화순 운주대축제와 겹치기 행사로 진행됐다. 지난2∼3일에는 갈대 군락지 해남 고천암호에서 첫 갈대축제가 열렸다.

완도군도 제1회 보길도 윤선도 문화축제를 오는 26∼27일 보길도에서 개최한다. 고산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재조명하여 지역문화 창출을 취지로 내세우고 있는데 프로그램은 윤선도 문학 조명 세미나와 마을대항 노래자랑, 초중학생 백일장과 사생대회 등으로 짜여 있다. 완도군은 이밖에 봄철에는 진달래축제, 장보고축제 등을 열고 있다.

지자체 1곳당 최소 2개, 최대4∼5개
노래자랑·장터 등 비슷한 이벤트 일색


나주시에서는 지난달 29일∼11월1일에는 나주배축제가 열렸고, 오는 24일부터는 나주 영산포 일대에서 홍어·젓갈축제도 4일간 계속한다. 두 축제 모두 올해로 두 번째 행사이지만 프로그램은 건강달리기, 가족야외음악회, 홍어연날리기, 사투리경연 등 축제 아이템과 연결성이 드러나지 않는 이벤트가 중심을 이룬다. 나주배의 경우 봄에는 나주배꽃축제도 있다.

이처럼 연간 지자체 1곳에서 벌이는 축제는 최소 2개. 많게는 4∼5개 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이들 축제들의 특색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

대표적인 예로, 지난달 18일부터 순천 낙안읍성에서 열렸던 세계음식문화큰
잔치에 다녀온 사람들은 "한마디로 '세계'라는 말이 낯부끄럽다"고 표현했다. '세계음식'의 출처가 의심스러울 정도였고 바가지 상혼에, 밤시간에 계속되는 퇴폐 음란성 쇼도 지적 대상이었다.

반면 지난 10일부터 순천만에서는 갈대제가 19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순천시내 6개 사회단체가 행사위원회를 꾸렸다. 축제가 진행 중이라 최종 평가는 아직 안 나왔지만 열흘이라는 긴 시간을 생태계 조사, 철새탐조, 철새 모이주기, 갈대밭 정화활동 등으로 진행한다.

순천만 갈대와 갯벌에서 숨쉬는 생명력, 철새들의 비상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 그대로 갈대제에 다녀온 관광객 또한 "자연 생태계의 가치를 직접 체험하므로써 순천만의 실상도 알게 된 기회였다"고 흡족해 했다.

민간단체 주도 순천만 갈대제, 철새탐조 생태계조사 등 호평과 대조
전남도 "폐지는 권고일 뿐 강제권 없어"


이렇게 지자체가 주관하는 지역축제들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소재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보다 이벤트 회사에 용역을 줘 전국 어디서나 비슷한 판에 박힌 축제를 되풀이한다. 정부 지원금 받아내 축제를 열었다는 지자체장의 생색내기용이라는 여론도 있다.

전남도는 2000년 중 전남도내 지역축제 경영분석 결과에 따라 22개 시·군에서 열고 있는 34개 축제 중 6개를 비효율적인 축제라 판단하고 해당 시·군에 폐지를 요청했다.

이중 2개만 폐지되었고 4개는 올해도 여전히 진행됐다(4개 중 광양의 전어축제는 콜레라 파동으로 올해만 취소).

축제의 폐지 권고 근거는 개최기간 동안 관광객이 예상 수준 이하이거나 관광상품 개발 등에서 미약한 축제, 1개 자치단체에 과다 보유한 축제 등으로 지자제 실시 이후 크게 늘어난 예산 낭비성 지역축제를 줄인다는 방침에서 나왔다.

그러나 폐지를 통보한 전남도 측도 '폐지는 권고사항일 뿐 강제권은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해 행정 당국의 애매모호한 방침이 무특색의, 낭비성 축제를 양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화관광부도 '1개 시·군 1축제 원칙'을 기본으로 세우고 있지만 지자체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 이행 여부를 떠나 정말 축제다운 축제를 만들지 못하면서 축제 수만 늘리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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