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에 빈부차 있으면 안되죠
축하에 빈부차 있으면 안되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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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장식 대중화 선언 이태범씨

모두들 휴식을 취하는 주말. 하지만 축하 행사장을 찾아 '얼음장식'을 배달하는 이씨의 주말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만 하다.
'신랑 김성대와 신부 박형숙, 두분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결혼을 축하하는 많은 화환들 틈에 유난히 눈에 띄는 두 사람의 사랑을 상징하는 봉황 모양의 얼음장식. "TV 드라마 등에서 보면 재벌그룹 리셉션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얼음장식이 일반 결혼식장에도 등장한다는 것에 하객들이 신기해 하죠".

이 '신기함'이 이씨를 움직였다. 30대 초반에 일본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와 일자리를 찾던 그가 발견한 것은 부유층의 축하 상장인 얼음장식. "축하 받는 자리에 빈부의 차이는 없는 법" 그래서 아직까지 부유층의 선호 장식품으로 인식되어 있는 '얼음장식'을 대중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씨가 이 일에 뛰어든 이유다.

"화려한 얼음조각, 왜 호텔에서나 볼 수 있나"
붉은 장미 담은 하트·하트 속에 앉은 원앙 등
기계로 '찍어내는' 얼음장식 도입해 인기


"이왕 축하하는 것이라면 좀더 멋있고 의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씨는 획일화된 축하 문화를 바꾸고자 '얼음장식' 사업을 광주에 도입했다. 일일이 조각하던 얼음조형물에서 탈피, 기계로 다양한 모양을 찍어내기 시작한 것. 하트에 새가 앉아 있는 모양이나, 원앙, 봉황 등 실제 손으로 깎아 만드는 장식보다 훨씬 정교한 작품들이 24시간 만들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얼음을 깎아서 장식하면 얼음 안에 아무것도 넣을 수 없었던 단점"을 이씨는 해결했다. 얼음이 어는 정도에 따라 원하는 색깔과 모양, 심지어 얼음 안에 빨간 장미꽃이 살아 숨쉬는 등 고객들의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 것. 그래서 이름도 '아이스 메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얼음장식은 호텔 같은 곳에서 등장하는 것으로 인식해 선뜻 주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씨는 말한다. 그래서 일부러 주말이면 예식장이나 개업장 등을 쫓아다니며 이씨는 좀 더 '특별한 선물'을 권하고 있다. 가족들과 주말을 보낼 수 없지만 뛰는 만큼 사람들에게 '얼음장식'을 대중화시킬 수 있다는 이씨. 이런 노력 끝에 지금은 한달에 60여개 작품이 만들어져 나가고 있다.

"내 마음 담은 얼음 '아이스메일' 선물하세요"

비록 기계지만 수시로 온도를 측정하면 다양한 모양의 장식을 만들어내는 이씨는 작품이 하나 하나 팔려갈 때보다 '딸 시집보내는 심정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하지만 닳아진 구두 굽, 얼음으로 빨개지기 일쑤인 손등을 보면서도 그는 자신이 틀에 박힌 축하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항상 즐겁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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