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과 바이올린
미술관과 바이올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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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광주시립미술관에 바이올린 1대가 들어왔다. 일본에서 바이올린 제작 장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재일교포1세 진창현씨가 직접 만든 바이올린을 '광주호'라는 이름을 붙여 광주시민에게 기증한 것인데 광주시립미술관이 이를 소장, 보관하고 있다.

그 과정에는 재일교포2세인 하정웅씨가 끼어 있다. 광주시가 하씨의 광주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해 하씨를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으로 위촉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진씨는 자신도 그런 취지에 동참한다는 뜻에서 자신의 작품인 바이올린을 광주시에 내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하정웅 청년작가 초대전' 개막 행사에서는 하씨의 명예관장 취임식과 함께 진씨에게 보답하는 취지에서 바로 그 바이올린 연주 헌정시간도 가졌다.

그런데 바이올린 연주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중 미술관은 난관에 부딪혔다. 미술관에 바이올린 연주에 필요한 준비가 있을 리 없다. 전시 예산도 빠듯한 판국에 단기간에 연주자 물색도, 반주에 필요한 피아노도 모두 돈과 결부됐다. 어쨌든 미술관은 어렵사리 연주자도, 피아노도 해결해 연주회를 마쳤는데, 다음은 바이올린 보관 문제다.

연주가들은 악기란 음질이 생명인데, 더구나 새 악기의 경우 제 음질을 낼 수 있도록 계속 악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하씨는 바이올린도 하나의 공예품이라며 기증자의 뜻을 살려 미술관에 바이올린 전시 공간을 따로 두기를 희망해 미술관 측은 고민하다가 하씨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하씨의 생각도 짚어볼 대목이다. 선뜻 새 악기 연주자도 나서지 않자, 피아노 구입 등 연주에 필요한 비용을 대겠다고 제의했으나 미술관은 관리를 이유로 피아노 구입도 거부했다고 말하는 하씨는 악기값으로 악기 수준을 평가하려는 점을 들어, 돈의 크기보다 그 정신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의식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기증자 진씨의 마음이, 정신이 후손에 어떻게 전달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바이올린(연주악기)이 미술관(전시장)에 들어오면서 광주시립미술관은 잠시 고민에 빠졌었지만 연주는 마쳤다. '광주호' 첫 연주를 맡은 광주시향 단원 이현수씨는 "바이올린이 연주하기에 편안하다"고 평했다.

이제 그 편안한 악기에 담긴 정신을 광주 시민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앞으로 광주시립미술관, 아니 광주시의 몫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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