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회를 위한 변명
허인회를 위한 변명
  • 강기정
  • 승인 2001.11.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패배 직접원인은 야당과 조.중.동의 '불륜'
그러나 국민의 경고 읽지않은 여당이 문제

   
▲ 작금의 정치현실의 토양을 바꾸지 않고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불과 며칠전까지 치열했던 선거도 언제 선거를 치루었느냐는 듯 벌써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기 시작하고 있는데, 자넨 아직도 공허함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겠지? 한번도 힘든 선거를 2년도 못되어서 또 한번 혼신의 힘을 다해 치루었는데도 결과가 이러하니 말일세.

유세장에서 연설하는 자네의 모습을 보면서 이번 선거에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네. 자네가 '낙선의 변' 에서도 이미 언급했지만 정말 '최선을 다한 멋진 승부'를 하였네.

그런데 뭐가 잘못되었을까?

지난주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 때 자네 선거운동원 한사람을 만났다네. 그 운동원은 '하루에 한건씩 터져나오는 야당과 언론의 폭로성 사건 때문에 도무지 분위기가 오르지 않는다' 고 고심을 나타냈네. 결과적으로 야당과 조중동이 긴밀한 협조하에 매일 해답없는 폭로성 사건을 터뜨려 유권자들에게 실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주었지. 그래서 혹자는 자네 선거패배의 최대 원인을 이들의 불륜관계 때문이었다고 잘라 말하기도 하더군.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선거기간 내내 자네가 선거에서 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네. 자네의 성실하고 부지런한 모습. 지난 4.13 선거 이후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성있게 준비한 공약, 그리고 3표차로 낙선한 것에 따른 여론의 동정심(?)등 긍정적인 요인을 들 수 있었던 때문이었지.

물론 부분적으로 '청와대 큰절사건'의 파장이 있었으나 자넨 그 누구보다 준비된 상품임이 확실하였다네.

그런데 개표가 진행될수록 표 차이는 늘어만 가더군. 자네의 패배가 결정되었을 때 나는 그 원인을 곰곰히 따져보았다네. 우선 선거기간 중 거의 날마다 터져 나오는 여운환-이용호 게이트, 이상수 원내총무사건, 백궁 땅 투기사건, 김홍일 제주도 여행사건 등이 자네 선거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일이 되었지. 그러나 자네의 패인은 결코 이러한 '사건'에만 있지 않았다는 것이네.

이런 정치토양을 건강하게 바꾸는 일 이젠 의무를 넘어 시대적 소명아닌가

자네가 몸담고 있는 집권여당에 일찍부터 안팎에서 경고 메세지가 있었던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 아니던가? 김근태, 정동영 의원을 비롯한 당내 개혁파들이 당 시스템의 민주화를 한사코 제기하였음에도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것, 지난 4월 재보궐 지방선거에서 10곳 중 무려 9곳에서 패배함으로써 등돌린 민심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이를 무시했던 결과가 가슴 아프게도 바로 이번 자네 선거참패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생각하네.

인회!

자네 선거결과를 지켜보면서 줄곧 가져왔던 생각을 한가지 말하고자 하네. 제 아무리 최상의 능력과 자질을 갖춘다 한들 기존 정치판에 절대적 영향을 받아 그 뜻을 펼칠 수 없는 것이 한국정치의 현실이라면 이제 새로운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네. 아무리 건강한 나무를 심어 놓아도 토양이 문제라면 자랄 수 없는 것 같이 작금의 정치현실의 토양을 바꾸지 않고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각자 우리가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내가 지역에서 무소속을 지향하며 일당의 지역독점현상을 타파하는 것으로서, 자네는 제도권 정당의 정치 토양을 바꾸는 것으로서 결국 우리는 한국정치의 현실을 변화시키는 한길에서 뜻을 같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네. 또한 우리와 함께 하는 청년의 동력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이 나라 정치토양을 건강하게 바꾸는 일은 이제 의무를 넘어 시대적 사명이라는 생각을 더욱더 하게 되었다네. 그렇지 않고서야 극도의 정치불신에 빠져있는 국민들의 관심을 어찌 정치로 돌려놓을 수 있으며, 우리가 지향하는 새정치를 이룰 수 있단 말인가?

이따금 힘들 때면 난 과거를 회상해본다네. 자네는 우리가 고통 속에 오직 신념만을 지닌 채 운동을 하던 시절을 기억하는가?

80년대 중반 우리가 처음 만난 이후 감옥 - 청년운동 - 사회운동 - 정치 입문이라는 행보를 함께 해왔기에 더욱 자네의 힘겨움을 공감하며, 지금이야말로 그때의 신념과 시대소명의식을 갖고 살아야 할 때라고 본다네.

물론 이 점 누구보다 자네가 잘 알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말이네.
일단 자신을 추스려야 할 것이네.
자네 말로는 잘 견디어낸다고 하지만 이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내가 한 줄의 글로 어찌 자네의 심정을 위로할 수 있겠는가마는 모쪼록 빠른 시간내에 재충전의 시간을 다지고 밝고 건강한 허인회의 웃음을 보았으면 한다네..

잘 있게나.

강기정 기자는 21세기 새정치연구소 소장으로 활동중인 시민기자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