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고치듯 세상도 한땀씩…
옷을 고치듯 세상도 한땀씩…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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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축홍보공로로 '저축의 날 국민훈장' 받은 서생현씨>

옷을 수선해 번 돈으로 오늘 생활을 꾸리면서 내일을 위해 저축한다. 여기까지는 사람살이에서 당연한 이치이고 순서이다. 물론 그 저축이란 남아서 하는 게 아니다. 작은 돈이나마 쪼개어 아껴 쓰면서 모아 가는 것이다. 이를 생활화해 온 내 습관을 남에게도 권유하자고 나선 것이 20여년. '나홀로 근검 절약 저축캠페인'을 전국을 돌며 실천하는 이가 있다.

서생현(51·광주 제일의류수선실 운영·전남 담양군 담양읍 남산리)씨. 그가 지난달 30일 저축의 날에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했다. 저축을 많이 해 받은 포상이 아니라 저축 홍보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을 받은, 조금은 특이한 포상이다.

의류수선업 25년 외길 걷는 짬짬이
절약·근검 홍보실 직접 제작 배포


광주 충장로 2가에서 25년 동안 의류 수선에만 전념해온 서씨의 10평 남짓한 가게엔 수선 의뢰받은 옷 외에 전단지 포장 뭉치가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준법, 근검, 저축 생활화 홍보 전단은 물론 선진교통질서 정착을 계도하는 안내문, 어깨띠 등이 켜켜이 쌓아져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스스로 거리에 나가 저축생활화 캠페인을 시작한 지 12년 됐다. 전단을 만들어야 하기에 돈도 솔찮게 들지만 발품도 많이 팔아야 한다.
"IMF시대를 맞으면서부터 (이런 활동도)더 어렵다"고 말한다. '나라 경제 자체가 불안해서 살기 어려운데 저축하라는 홍보가 무슨 미친 짓이냐'는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다.

서씨는 "그러니까 더욱 소비를 자제하고 돈을 아껴 모으자는 것인데, '생각이 다른' 반응들과 맞닥뜨리면 힘빠질 때도 많다"고 말하면서도 "이건 내 생활"이므로 그래도 계속한단다.

퇴근 후엔 새벽까지 청소년 선도 나서
고아원·재활원 등에도 매달 후원금


그의 하루는 본업과 사회봉사를 반분(半分)해서 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서씨는 밤9시가 지나야 가게 문을 닫는다. 이때부터 다른 본업이 시작된다. 퇴근 후 거주지인 담양으로 돌아가 밤11시께부터 새벽 1∼2시까지 담양 읍내 PC방을 돌면서 청소년들을 계도한다.

일요일이면 광주·전남지역 뿐 아니라 전국 곳곳 유명산, 관광 유원지 등을 돌면서 등산객 및 관광객들에게 저축 홍보 전단지를 배포하고 쓰레기도 줍고 자연보호 활동에 나서는 것이 그의 또 다른 일과다. 고아원, 재활원, 양노원, 소년소녀가장 돕기에도 매월 후원금을 보태고 있다.

헌옷 수선해서 떼돈이 벌이는 건 아닐텐데. "지금부터 20년 전입니다. 뜨거운 8월 여름날, 지금 가게 맞은 편(당시 제일백화점 건물) 계단 밑 4평 공간에서 수선 일을 하고 있는데 무거운 신문(석간) 뭉치를 들고 배달하느라 땀으로 뒤범벅된 여학생의 얼굴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 또한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짬짬이 그 여학생을 도와준 것이 계기가 되어 오늘 '내 생활'로 됐다고 그 날을 기억했다.

의상실 미싱사로 출발해 25년 전 광주에서 최초로 의류 수선이라는 간판을 걸고 시작한 일이 천직이 됐다. 그는 현재 조선대 사회교육원과 광주YWCA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의류수선 과목 강의도 맡고 있다. 부업이든, 취업이든 의류수선 일에 관심갖는 이들을 가르친다는 자부심도 크다.

헌 옷을 새 옷으로 바꾸어내는 직업도 근본은 근검 절약의 실행이다. 그렇게 번 돈을 다시 근검 절약 실천을 유도하는데 쓰고 있다. 저축 홍보는 물론 청소년선도, 불우이웃돕기까지 사회봉사는 다 거든다.
정확한 수입, 전단지 제작 및 후원금 등 사회봉사를 위해 쓰는 돈 등 지출 내역은 밝히기를 꺼렸지만 넉넉한 살림은 아니다. 지금도 광주에서 담양까지 버스로 출퇴근한다.

상 받으려고 시작한 것도 아닌데 '내 천직'이 된 홍보사절(?). -"한 번 시작하면 무슨 일이건 중단하지 않는다"는 신조 때문일까. 그는 미싱과 함께 해 온 25년간 금융기관도 수협 한 군데만 거래해 왔다. 저축액이 많아서가 아니라 오랜 기간 거래를 통해 검약한 그의 생활을 수협 직원들은 다 안다. 그의 생애 가장 큰 포상인 국민훈장도 수협중앙회가 추천해 받았다.

'선 저축, 후 소비'를 생활 신조로 삼고 있기에 청소년에게 그런 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절약은 몸에 배야 함을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미싱을 열심히 돌린다. 가장으로서 생계도 꾸려야 하고 PC방으로, 길거리로, 유원지로, 등산로로 들고 나갈 홍보물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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