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엄마처럼 맛이 안 나지?"
"왜, 엄마처럼 맛이 안 나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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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생 김밥만들기 경진대회 열리던 날>

어릴 적 소풍 날, 아침 일찍부터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김밥 준비를 하시던 어머니. 시금치를 데치고, 후라이팬에 계란을 넓게 부치고, 단무지와 쏘세지를 자른 뒤 이것들을 쟁반에 놓고 가지런히 담아놓고 김밥을 싸시던 어머니.

김발이 귀했는지 아예 없었는지, 어머니들은 김발을 쓰지 않고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김밥을 쌌다. 김밥을 썰고 남은 양 끝부분은 언제나 그것을 지켜보던 아이들 차지였다. 또, '김밥 옆구리 터지기'만을 기다렸다. 그것도 도시락에 넣을 수 없으니 당연 아이들 몫이었던 것이다.

140여명 모여 '오늘은 내가 요리사'
공작·꽃·누드김밥 각양각색 만드는데…


이처럼 항상 김밥은 어머니가 소풍갈 때 만들어주는 것인 줄만 알고 자랐던 아이들이 이제 어머니를 위해 김밥을 말고 있다. 지난 26일 광주자연과학고에서 140여명의 중학생들이 요리경진대회를 벌인 것.

"유치원 때부터 해마다 소풍이나 수학여행 때 엄마가 싸주신 김밥이 너무 예뻐서 선생님들의 칭찬이 자자했다"는 학생들은 오늘 그 솜씨를 따라해 보기로 했다.

공작김밥, 꽃김밥, 누드김밥 등 이름만큼 기대가 되는 요리들. 그러나 대부분 "오늘 처음 칼을 잡아봤다"는 초보 요리사들이 오이 하나를 놓고 이모양, 저모양으로 썰어보는 모습이 여간 어색하지 않다. "요리 하는 데 남자 여자가 따로 있냐"며 우승할 자신이 있다는 남학생들도 마음만큼 솜씨가 따라주지 않는지 몇 번이고 김밥을 다시 말기도 한다.

도대체 왜 그맛이 안 나는 거야?
아하, 그건 엄마손맛 그리고 사랑

그러나 이날 행사가 초보 요리사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손맛'이었다. 요리를 직접 해봄으로써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이 행사의 취지였다.
그래서인지 이날 대회 참가자들은 "옆에서 지켜볼 때는 몰랐는데 한 줄의 김밥에 이렇게 많은 손이 가는 줄 몰랐다"며 뭔가 큰 발견을 한 듯한 표정이다. 식당에서 파는 김밥보다 엄마가 싸주시는 김밥이 왜 맛있는지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았다는 눈빛이다.

한 초보 요리사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고 주문 외우듯 사랑을 꾹꾹 눌러 담아야 제맛이 나온다"는 명답이 주위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 것은 모두가 공감했던 말이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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