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선언 한달이 지난 지금...
양심선언 한달이 지난 지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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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오늘]윤영민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장

지난달 20일, 광주에서 분뇨.정화조 일을 하던 근로자 33명이 광주환경련 사무실에서 양심선언을 하였다. 그 동안 분뇨.정화조처리 업무를 대행한 5개 사업체에 소속된 노동자였다.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그리고 고질화된 여러 문제들을 고민하던 사람들이 우리의 힘으로 회사를 바꿔내자는 뜻을 모아, 올 3월16일 광주전남지역 환경위생노조를 만든 후 6개월 여만의 일이었다.

무엇이 이들로하여금 노조를 만들게 하였고, 양심선언을 하게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에게 물어보니 "노조를 만들 때부터 그간 관행으로 진행되온 불법 비리를 없애고, 불법을 조장하는 현실을 개선시키고자 한 것" 이라며 "양심선언은 그 실천의 일단" 임을 당당하게 말했다.

그동안 분뇨.정화조 업계의 관행과 비리에 대한 여러 의혹과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이번 양심선언으로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그 일단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제, 분뇨.정화조 사업은 수질오염이나 생활환경과 직결되는 공공의 가치를 되살려야 할 것이다.

헌데, 이 책임의 정점에 있는 회사측에서 잘못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양심선언한 3명의 간부를 해고하고, 행정관청에 이들의 잘못인양 보고하는 등 책임전가에 급급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한심한 속에서도 제도개선책이 나오면 사업을 반납할 의향이라고 하니, 이제 공은 검찰과 자치단체로 넘어간 셈이다.

현재 검찰수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어 지켜 볼 일이지만, 이번에는 비리의 몸통을 파헤쳐 개혁의 디딤돌이 되길 기대하며 또 다른 불씨가 되어서는 안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자치단체의 근본적인 대책수립 역시 절실한 시점이다.

때마침 광주지역의 참여차치21과 환경련, 민주노총등 30여 단체가 함께 ‘광주광역시 분뇨.정화조업계 비리근절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지난 16일 제도개선방안에 대한 공청회까지 연것은 건강한 시민사회의 힘이라 할 것이다. 이 자리에서 제안되거나 논의를 통해 나온 제도개선책은 시당국에서도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지역의 많은 시민단체들이 사태해결에 팔걷고 나서고 있음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수.분뇨 처리는 수질오염과 환경보전 등에 필수적인 공익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이 독점적으로 운영되어 주민들의 피해와 불편은 물론 오수 및 분뇨의 부정확한 처리로 수질오염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제는 사업방식을 광주시로 일원화해서, 광주시가 직영으로 운영하거나, 도시공사에서 담당하는 등, 제도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수수료 징수방식도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광주시에서도 종합적인 검토를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먼저 이번 사태에 대한 자치단체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현장행정이 아쉽다.

상식적으로 회사측에 대한 응당한 행정조치가 선행해야 하는 게 아닌가? 더불어, 미봉책에 그치는 대책발표는 그만두고, 이번 기회에 근본적이고, 안정적인 제도개혁을 마련함으로써 공공성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양심선언의 참 뜻을 되살리는 계기이자, 시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란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잘못된 민영화정책이 지역공동체를 파괴하고, 공공의 이익을 해칠 수 있음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윤영민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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